뒷꿈치 책읽기

 


  키가 아직 작은 첫째 아이는 작은 걸상 받치고 올라선다. 처음에는 작은 걸상 하나만 받치더니, 이제 작은 걸상 둘을 알맞게 세워 받치고 올라선다. 꽤 높은 자리에 놓은 것을 제 마음대로 집어서 갖고 논다. 아이 손 안 닿는 데에 올려놓는다 했더니, 아이는 높은 데로 손을 뻗는 길을 스스로 찾는다. 높은 데 두건 낮은 데 두건 언제나 마찬가지가 되는구나. 네 몸도 네 마음도 네 생각도 차근차근 아끼고 사랑해 주렴. 씩씩하고 즐겁게 하루하루 누리면서 잘 자라려무나. (4345.5.28.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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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찍기
― 버스 뒷거울 사진찍기

 


  아이들과 읍내마실을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길입니다. 옆지기와 아이 하나씩 안고 헐레벌떡 오릅니다. 두 시간에 한 대 지나가는 버스를 겨우 잡아탑니다. 마침 자리가 둘 비어, 두 사람은 자리 하나씩 아이를 안고 앉습니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며 무릎에 앉은 아이를 토닥이는데, 고단한 아이는 어느새 새근새근 잠듭니다. 흔들리는 버스에서 깨지 않도록 가슴을 새삼 토닥토닥 하며 건너편 두 사람을 바라봅니다.


  한참 달리던 버스에서 문득 운전사 뒷거울을 봅니다. 운전사가 버스 안쪽을 살피는 뒷거울에 두 사람 모습이 비칩니다. 어, 건너편에 앉은 우리 식구가 보이네. 내 무릎 아이가 깨지 않게끔 살살 사진기를 쥡니다. 목걸이처럼 목에 건 사진기를 슬그머니 한손으로 쥡니다. 왼손은 아이 머리를 받칩니다. 오른손으로 덜덜 떨며 사진기 단추를 누릅니다.


  퍽 어렵습니다. 운전사 뒷거울로 보이는 두 식구 모습이 어여쁘다 싶을 때에는 버스가 덜덜 떨려 사진기 단추를 누르기 힘들고, 누군가 내리는 사람 있어 버스가 멎을 때에는 두 식구 바깥을 내다 보며 고개가 저쪽으로 갑니다.


  몇 차례 흔들리거나 심심하다 싶은 사진을 찍고서 한 장쯤 얻습니다. 나는 이 한 장 얻으면서 좋습니다. 사진으로 드러나는 두 식구 모습이 그렇게까지 ‘대단히 돋보이’지 않으나 좋습니다. 우리들이 마실을 다니던 발자국 하나를 사진으로 곱게 갈무리할 수 있으니 좋습니다.


  자가용 없는 우리 살림이기에 늘 버스나 기차를 탑니다. 늘 버스나 기차를 타니, 네 식구는 언제나 서로 바라보고 서로 얘기합니다. 나는 자가용 손잡이를 붙잡을 일 없으니 으레 사진기 단추를 누를 수 있습니다.


  꼭 사진을 찍을 마음으로 자가용을 안 몰지는 않습니다만, 내가 자가용을 모는 어버이로 살아간다면, 사랑스러운 우리 살붙이들 고운 삶 한 자락 사진으로 담아내지 못하며 지냈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사진을 못 찍는 만큼 몸은 한결 느긋하게 더 멀리 나다니겠지요. 그저, 사진을 못 찍는다뿐 아이들 옷가지와 기저귀에 가방 묵직하게 땀흘리며 나들이할 일이 없겠지요.


  나는 자가용을 몰지 않기 때문에 아이 하나를 품에 안으며 사진기는 목에 걸 수 있습니다. 나는 자가용을 몰지 않는 만큼 짐 가득 실은 가방을 멘 채 땀 뻘뻘 흘리지만, 우리 아이들은 신나게 땅을 박차며 뛰놀고, 이렇게 뛰노는 모습을 언제라도 기쁘게 사진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우리 살붙이 삶자락을 사진책으로 묶어도 참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따로 사진책을 묶지 않더라도 언제나 새롭게 바라보며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 즐겁다고 생각합니다. 무언가 적바림(기록)하는 사진은 아닙니다. 노상 서로 마주볼 수 있는 사진입니다. 조잘조잘 떠들듯 찰칵찰칵 찍습니다. 도란도란 어우러지듯 슬쩍슬쩍 찍습니다. (4345.5.28.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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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돌

 


  노래하는 한돌 님 노래를 테이프나 레코드로 듣기는 쉽지 않습니다. 시디로 듣기 또한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을 살펴 디지털파일로 몇 가지 찾아 들을 수 있습니다. 예전에 내가 고이 건사하며 하루에 몇 차례 듣던 노래테이프는 어디론지 사라져 없는데, 내가 참 듣고 싶은 노래는 디지털파일로 없습니다. 노래 한 가락에 600원씩 주고 장만해서 듣다가 가만히 생각합니다. 〈먼지 나는 길〉이라는 노래는 앞으로 디지털파일이 나올 수 있을까요. 누군가 이 노래를 다시 불러 널리 알릴 수 있을까요. 시이기에 노래이고, 노래이기에 삶인 〈먼지 나는 길〉 노랫말을 찬찬히 되새깁니다. 시를 쓰기에 노래를 짓고, 노래를 짓기에 삶을 누린 한돌 님 노랫가락을 하나하나 돌아봅니다. 나는 시를 쓰면서 삶을 짓고 싶습니다. 나는 삶을 지으면서 사랑을 누리고 싶습니다. 나는 사랑을 누리면서 꿈을 나누고 싶습니다. 나는 꿈을 나누면서 이야기를 엮고 싶습니다. (4345.5.27.해.ㅎㄲㅅㄱ)

 


먼 길을 지나오면서 나도 모르게 때가 묻었지
때 묻은 내 모습 바라보며 사람들은 놀려댔지
내 모습 보고 싶어 나를 만나고 싶어
슬픈 내 이름을 불러 본다 오늘도 먼지나는 길

 

천국이 어디냐고 길을 묻는 사람이 있어
십자가의 종소리는 오늘도 주님을 믿으라 하네
주님은 어디 계신지 어디서 무얼 하는지
하늘엔 하느님이 너무 많다 오늘도 먼지나는 길

 

선생님 우리들의 선생님
가르침도 배움도 아니었어요 어느 길로 가야 하나요
선생님의 눈물 속에 맴도는 우리의 모습
길마다 공사중인 내 나라는 오늘도 먼지나는 길
먼지나는 이 길 위에
우리가 빗물이 되어
어린 햇살 반짝이는 그 마음에
비 개인 아침이 되자

 

(한돌 님 이야기책 하나가 있는데, 참 검색하기 힘들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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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딸기 책읽기

 


  들딸기가 익는다. 들딸기는 스스로 씨를 퍼뜨리고 줄기를 뻗친다. 사람 손길이 타서 들딸기를 잘 따먹으면 이듬해에는 훨씬 더 많이 맺힌다고 한다. 올봄 우리 식구들 들판과 밭둑에서 들딸기를 실컷 따먹을 테니, 다음해 봄에는 더욱 많이 맺히는 바알간 열매를 만날 수 있겠지. 5월 23일은 아직 터질 듯 여물지 않았으나, 다섯 살 딸아이는 하나둘 냠냠 따먹는다. 딸아이는 혼자서만 먹지 않고 손바닥에 예쁘게 올려놓고 먼저 한 번 보여주고 나서 먹는다. 며칠 더 지나면 바알간 알갱이가 한껏 부풀어 더 달고 한껏 푸르며 맑은 봄내음이 어떠한가를 느끼도록 해 주리라 생각한다.


  봄을 먹고, 봄을 마시며, 봄을 누린다. (4345.5.25.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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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들레씨 책읽기

 


  민들레는 땅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꽃을 피운다. 민들레는 줄기를 높게 올려 씨를 흩날린다.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꽃을 피우는 민들레인 줄 예전부터 알았지만, 막상 민들레가 씨앗을 퍼뜨릴 때에는 줄기를 높이높이 올리는 줄 ‘늘 바라보며 살았’어도 정작 제대로 깨닫거나 알아보지는 못했다.


  어떤 씨앗을 어디로 날리고 싶어 줄기를 이렇게 높이높이 올릴까. 어느 아이가 줄기를 똑 따서 신나게 후 불어 주기를 바라며 이렇게 높디높은 줄기를 뻗을까. 줄기를 뻗어 씨앗을 널리 흩뿌리고 난 다음, 민들레 삶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꺾인 줄기는 어떻게 아물까. 꽃도 씨앗도 줄기도 없는 민들레 잎사귀는 남은 삶을 어떤 꿈을 꾸며 보낼까. 꽃도 씨앗도 줄기도 없이 땅바닥에 납작 잎사귀 붙이며 끝삶을 누리는 민들레를 알아보는 사람은 누가 있을까.


  아이들과 흙땅을 밟으며 민들레하고 실컷 논다. (4345.5.2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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