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찍기
― 버스 뒷거울 사진찍기
아이들과 읍내마실을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길입니다. 옆지기와 아이 하나씩 안고 헐레벌떡 오릅니다. 두 시간에 한 대 지나가는 버스를 겨우 잡아탑니다. 마침 자리가 둘 비어, 두 사람은 자리 하나씩 아이를 안고 앉습니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며 무릎에 앉은 아이를 토닥이는데, 고단한 아이는 어느새 새근새근 잠듭니다. 흔들리는 버스에서 깨지 않도록 가슴을 새삼 토닥토닥 하며 건너편 두 사람을 바라봅니다.
한참 달리던 버스에서 문득 운전사 뒷거울을 봅니다. 운전사가 버스 안쪽을 살피는 뒷거울에 두 사람 모습이 비칩니다. 어, 건너편에 앉은 우리 식구가 보이네. 내 무릎 아이가 깨지 않게끔 살살 사진기를 쥡니다. 목걸이처럼 목에 건 사진기를 슬그머니 한손으로 쥡니다. 왼손은 아이 머리를 받칩니다. 오른손으로 덜덜 떨며 사진기 단추를 누릅니다.
퍽 어렵습니다. 운전사 뒷거울로 보이는 두 식구 모습이 어여쁘다 싶을 때에는 버스가 덜덜 떨려 사진기 단추를 누르기 힘들고, 누군가 내리는 사람 있어 버스가 멎을 때에는 두 식구 바깥을 내다 보며 고개가 저쪽으로 갑니다.
몇 차례 흔들리거나 심심하다 싶은 사진을 찍고서 한 장쯤 얻습니다. 나는 이 한 장 얻으면서 좋습니다. 사진으로 드러나는 두 식구 모습이 그렇게까지 ‘대단히 돋보이’지 않으나 좋습니다. 우리들이 마실을 다니던 발자국 하나를 사진으로 곱게 갈무리할 수 있으니 좋습니다.
자가용 없는 우리 살림이기에 늘 버스나 기차를 탑니다. 늘 버스나 기차를 타니, 네 식구는 언제나 서로 바라보고 서로 얘기합니다. 나는 자가용 손잡이를 붙잡을 일 없으니 으레 사진기 단추를 누를 수 있습니다.
꼭 사진을 찍을 마음으로 자가용을 안 몰지는 않습니다만, 내가 자가용을 모는 어버이로 살아간다면, 사랑스러운 우리 살붙이들 고운 삶 한 자락 사진으로 담아내지 못하며 지냈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사진을 못 찍는 만큼 몸은 한결 느긋하게 더 멀리 나다니겠지요. 그저, 사진을 못 찍는다뿐 아이들 옷가지와 기저귀에 가방 묵직하게 땀흘리며 나들이할 일이 없겠지요.
나는 자가용을 몰지 않기 때문에 아이 하나를 품에 안으며 사진기는 목에 걸 수 있습니다. 나는 자가용을 몰지 않는 만큼 짐 가득 실은 가방을 멘 채 땀 뻘뻘 흘리지만, 우리 아이들은 신나게 땅을 박차며 뛰놀고, 이렇게 뛰노는 모습을 언제라도 기쁘게 사진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우리 살붙이 삶자락을 사진책으로 묶어도 참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따로 사진책을 묶지 않더라도 언제나 새롭게 바라보며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 즐겁다고 생각합니다. 무언가 적바림(기록)하는 사진은 아닙니다. 노상 서로 마주볼 수 있는 사진입니다. 조잘조잘 떠들듯 찰칵찰칵 찍습니다. 도란도란 어우러지듯 슬쩍슬쩍 찍습니다. (4345.5.28.달.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