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4.12.


《닮다, 나와 비슷한 어느 누군가에게》

 최하현 글, 부크크, 2020.10.8.



작은아이가 뒤꼍하고 옆터에 풀을 베어 눕히고, 마른가지를 알맞게 놓아 거님길을 마련한다. 바지런히 하루를 보내신다. 낫질 하나만으로도 대단히 이바지한다. 작은아이는 알까? 느낄까? 아이들이 함께하는 손길은 언제나 즐겁게 돌아보는 숨결로 싹튼다. 소꿉놀이는 시나브로 살림꽃으로 피어난다. 자전거를 달려 면소재지 우체국을 다녀오는데, 어제 비가 하늘을 씻었는데에도 뿌연 먼지띠가 고스란하다. 제비 열 마리를 만난다. 조금은 돌아와 주었구나. 제비랑 함께살기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람들은 죽음길로 치닫는 셈이라고 느낀다. 《닮다, 나와 비슷한 어느 누군가에게》를 읽었다. 이름난 여러 글꾼처럼 글에 힘을 쏟아붓지 않았구나 싶으면서도 글힘(겉글)을 더 빼고서 오직 글님 삶을 기쁜 눈망울로 바라볼 수 있으면 더욱 빛날 만하리라 생각한다. 글은 잘 써야 하지 않는다. 우리 어버이가 잘나거나 가멸찬 집을 꾸려야 하지 않는다. 우리는 키가 크거나 이쁘장한 얼굴이어야 할 까닭이 없다. 글은 오직 글이요, 우리가 저마다 다르게 맞이하는 오늘을 그저 ‘기쁜 사랑’으로 녹여서 풀면 된다. 멍울하고 생채기하고 눈물을 어떻게 ‘기쁜 사랑’으로 녹일 수 있을까? 도무지 ‘기쁜 사랑’으로 못 녹이겠으면 더 지켜보면 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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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4.11.


《견신 5》

 호카조나 마사야 글·그림/정재옥 옮김, 서울문화사, 1999.12.25.



밤새 속을 다스렸다. 아침에 비맞이를 한다. 새삼스레 찾아드는 빗방울은 조금 센 바람하고 먼지를 씻어내는 해맑은 빛으로 스민다. 아침에 노래꽃 ‘자전거’를 쓴다. 부천 이웃님한테 건네려고 한다. 큰아이하고 읍내 우체국을 다녀온다. 저녁에 〈미지와의 조우〉를 오랜만에 다시본다. 이름을 참 얄딱구리하게 붙였는데, ‘낯선 것과 만남’이라기보다 ‘이웃맞이’라고 느낀다. 우리가 사는 곳만 별이 아니고, 우리가 사는 터전 바깥만 별일 수 없다. 모두 별이고, 모두 삶이자 사람이며 사랑이다. 오늘 읍내에서 낯선 새노래를 들었다. 어느 새일까. 어둑살 드리우는 마을에는 휘파람새 노래가 감돈다. 《견신》을 읽었다. 묵은 그림꽃인데 새로 나오기도 했다. 이른바 ‘개님’이란 뜻인데, 굳이 사람이 씨톨(유전자)을 안 건드려도 모든 목숨붙이는 속힘(잠재력)이 있으며, 죽어야 할 까닭이 없다. 겉몸을 바꿀 뿐이다. 살갗에 두르는 천조각이 낡으면 기우거나 새옷을 마련하듯, ‘살덩이라는 몸’도 낡으면 내려놓고서 새몸으로 다시 태어나게 마련이다. 죽음이란 없지만, 스스로 삶을 사랑하지 않을 적에는 언제나 죽음빛이다. ‘없는 죽음’을 구태여 만들어서 마음에 새겨야 할 까닭이란 없다.


ㅅㄴㄹ


#犬神 #いぬがみ #外薗昌也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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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4.10.


《꿈이 다시 나를 찾아와 불러줄 때까지》

 이순자 글, 휴머니스트, 2022.5.9.



구례 〈봉서리책방〉 지기님이 고흥마실을 오셨다. 먼저 구례마실을 하고 싶었는데, 고흥 기스락으로 마실오신 길에 찾아오셨다고 한다. 유월 첫머리까지는 짬을 내기가 만만하지 않아 구례마실은 유월 끝자락을 어림하는데, 여름놀이철이 오기 앞서 이웃고을을 다녀오자고 생각한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고서 읍내로 같이 나갔다가, 읍내에서 이웃님을 만나고, 영화감독 박기복 님을 함께 만난다. 저녁을 같이 먹자고 하시기에 오랜만에 바깥밥을 먹었더니 배앓이를 오지게 한다. 바깥밥보다는 굶기가 가장 즐겁고, 바깥에서 뭘 먹는다면 ‘마을가게(편의점) 도시락이나 세모김밥’이면 넉넉하다. 《꿈이 다시 나를 찾아와 불러줄 때까지》를 읽었다. 둘레에서 추킴글을 많이 쓰기에 언젠가 마을책집 나들이를 하면 장만하리라 생각했고, 지난해에 장만했다. 그런데 아쉬운 대목이 그득했다. ‘글’을 쓰면 될 텐데, ‘삶’을 옮기면 될 텐데, ‘문학’을 하려고 너무 애쓰셨더라. ‘창작’을 굳이 안 해도 되는데, ‘글쓰기’하고 멀리 가셨더라. 우리는 누구나 살림꾼이다. ‘주부·생활인’이 아닌 ‘살림꾼’이다. 우리는 ‘살림글·삶글’을 쓰면 아름답다. 우리는 ‘사랑글’을 쓰면 사랑스럽다. 삶이 수수께끼이다. 삶을 지으면 스스로 빛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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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4.9.


《벌꿀 이야기》

 후지와라 유미코 글·이세 히데코 그림/엄기원 옮김, 한림출판사, 2003.10.20.



앵두꽃이 지고 앵두잎이 팔랑거리듯 돋는 자리마다 푸릇붉은 알이 작게 맺는다. 이제부터 슬슬 굵으며 붉은빛으로 바뀌리라. 앵두나무를 마당 한켠에 놓은 지 열 해가 넘는데, 앵두꽃이 지고서 맺는 앵두알을 보며 으레 떠오르는 말이 ‘푸릇붉은’이다. 앵두뿐 아니라 능금도 복숭아도 오얏도 비슷하다. 흰수선화 한 송이가 그저께부터 꽃송이를 내미는가 싶더니 한 송이가 더 내밀고, 이윽고 한 송이 더 내민다. 우리 책숲으로 가서 손으로 벼리(도서목록)를 옮겨적는다. 《벌꿀 이야기》를 읽었다. ‘이세 히데코 그림책’ 가운데 뜻밖에 안 알려지고 안 읽힌 판 같다. 이세 히데코 그림책을 얘기하는 분은 많으나, 막상 이 그림책을 얘기한 분은 드문 듯싶다. 우리가 모든 책을 다 읽을 수 없을는지 모르고, 어느 지음이를 좋아하더라도 빠뜨리거나 놓치는 책이 있을 만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유난스럽다 싶도록 ‘어느 지음이 어느 책’이 쉽게 판이 끊기거나 사라지곤 한다. 덜 아름답거나 안 아름답다 싶은 책은 좋아하는데, 아름답거나 빛나는 책은 사랑하지 못 하는 엉뚱한 나라인 셈이다. 우리가 ‘어른’이라면 ‘서울살이’보다는 ‘숲살이·바다살이·별살이’를 쓰고 그리고 나눌 줄 알아야지 싶다. 우리가 참말로 어른이라면.


#いせひでこ #伊勢英子 #はちみつ #ふじわら ゆみこ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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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4.8.


《시간여행》

 조세희 글, 문학과지성사, 1983.11.25.



해가 나되 바람이 오지게 부는 하루이다. 모과꽃내음이 훨훨 날리고, 멧딸기꽃이 하얗게 번진다. 감잎이 나오고, 석류잎이 돋으려고 한다. 정호승이 《월간 조선》에서 조갑제랑 일하면서 써낸 책이 있고, 이 책을 놓고서 느낌글을 썼는데, 정호승 이분이 ‘네이버 블로그’로 명예훼손을 걸었다고 한다. 심드렁하다. 요새는 이런 글을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걸더라. ‘그들이 한 짓을 뉘우칠 마음’이 터럭조차 없기 때문일 텐데, 김훈처럼 ‘전두환 딴따라’를 했다고 스스럼없이 밝히기라도 한다면, 정호승은 스스로 달라질 수 있을 테지만, 그릇이 얕구나. 지난 1998년 11월에 ‘최장집 교수 논문 짜깁기’가 있었다. 잊거나 모르는 분이 많을 테지만, 숲노래 씨는 그즈음 그 《월간조선》을 어렵게 사놓은 적 있다. ‘판매금지가처분’을 받은 《월간조선》인 터라 헌책집을 뒤져서 찾아냈다. 그무렵에도 멀뚱히 실린 ‘정호승 서정시’를 되새겨 본다. ‘조선일보·월간조선’하고 소꿉놀이를 한대서 ‘나쁜놈·죽일놈’일 수 없다. 그런데 이런 뒷걸음을 하려면 ‘치유·희망을 노래하는 시’를 쓴다는 허울은 벗어야 하지 않을까? 《시간여행》을 되읽었다. 앞서간 글빛이되, 글결을 ‘쉬운 우리말’로 가다듬었으면 더욱 빛났으리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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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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