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5.5.


《그레이엄의 빵 심부름》

 장 바티스트 드루오 글·그림/이화연 옮김, 옐로스톤, 2021.2.22.



함박비가 쏟아진다. 아침부터 낮 사이에는 시골버스가 안 다니더니, 저녁에 비가 그칠 즈음 17시부터는 다니는 듯싶다. 빗줄기는 21시가 지나고부터 거의 그치는 듯하다. 이때부터 개구리 노래잔치가 한바탕 울려퍼진다. 오늘 저녁에는 넷이 부엌에 둘러앉아서 두런두런 수다를 떤다. 1997년 〈콘텍트〉에서 별이웃(우주인)이 알려준 하늘배(우주선)를 지어서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살짝(몇 초)이지만 18시간을 다녀온 별마실(우주여행)’이란 무엇인가 하고 이야기한다. 시골에는 보임터(극장)가 없으니 언제나 집에서 그림(영화)을 함께 본다. 큰고장에서 아이들이랑 그냥 살았더라도 보임터 아닌 집에서 그림을 보았을 테지. 집에서는 얼마든지 ‘멈춤·되감기’를 할 수 있다. 더구나 집에서 볼 적에는 아이들이 뒷간을 다녀와도 느긋하고, 기저귀 빨래나 씻기기를 하고서 볼 수 있었다. 《그레이엄의 빵 심부름》을 재미나게 읽었다. 이 그림책은 ‘걱정’이 아닌 ‘그림(계획)’이 무엇인가를 곰곰이 보라는 줄거리를 잘 들려준다. 아이도 어버이도 걱정을 안 한다. 오직 ‘그림(하루살림)’만 바라본다. 생각해 보라. 걱정은 걱정으로 잇닿는다. 사랑은 사랑으로 퍼진다. 꿈은 꿈으로 이어간다. 그러면 날마다 무엇을 해야겠는가?


#VaChercherLePain #JeanBaptisteDrouot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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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5.4.


《한글꽃을 피운 소녀 의병》

 변택주 글·김옥재 그림, 책담, 2023.4.7.



빗발이 굵다. 하루 내내 온다. 우레나 벼락이 친다. 조금 가늘려나 싶더니 이윽고 세차다. 사이사이 개구리 노랫소리가 퍼진다. 비내음이 훅 번진다. 마을이 조용하다. 어쩌면 시골버스가 안 다니는 듯싶기도 하다. 시골이니까. 《한글꽃을 피운 소녀 의병》을 읽었다. ‘한글꽃’이라는 이름이 곱다고 느끼면서도 아쉽다. ‘훈민정음’이란 이름으로 우리글이 태어나기는 했어도 거의 오백 해를 ‘암글(암클)’ 소리를 듣고 뒤켠에 처박힌 이야기를 다루지 않거나 못 한다면 ‘역사·문화’를 제대로 들려주지 않는 셈이다. 임금을 비롯한 글바치는 중국글(한문)을 ‘수글(수클)’로 삼으며 높였고, 오늘날에는 일본 한자말과 영어가 수글 노릇이다. 조선이 무너지고 새나라가 서려던 무렵 일본이 총칼로 쳐들어왔고, 이즈음 주시경 님이 우리말·우리글을 새롭게 가꾸어 일으키려 하면서 지어서 퍼뜨린 이름이 ‘한글’이다. “한글 = ‘조선 가부장 봉건사회·일제강점기 군사주의’에 맞서 평화로 나아가려는 징검다리”라고 하겠다. 세종은 ‘정문(바른글)’이 아닌 ‘정음(바른소리)’란 이름을 붙였다. 우리말·우리글을 돌보고 가꾸고 지킨 사람은 수수한 순이라는 대목을 생각해야지 싶다. 다만, 오늘날 순이는 우리말하고 우리글을 안 지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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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5.3.


《바솔러뮤 커빈즈의 모자 500개》

 닥터 수스 글·그림/김혜령 옮김, 시공주니어, 1994.11.28.



구름밭이 대단하다.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본다. 가랑비가 듣는 낮이다. 오, 비를 뿌려 주는구나. 이 빗길을 가볍게 달려 우체국을 다녀온다. 흩뿌리는 봄비를 누리는 들길은 싱그럽다. 비를 맞으며 들길을 달리면서 한 손을 들어 바람을 붙잡는다. 비가 오니 마을이 조용하다. 오직 새노래에 개구리노래만 퍼진다. 이 비가 서운한 분도 있을 테지만, 이 비가 매캐한 하늘을 파랗게 씻어 준다. 올해에는 봄비가 잦아서 이른더위가 그야말로 없는 듯하다. 《바솔러뮤 커빈즈의 모자 500개》를 오랜만에 되읽는다. 두 아이가 어릴 적부터 무릎에 앉히고서 자주 읽어 주었는데, 어렴풋이 떠오른다고도 하지만 낱낱이 생각나지는 않는 듯싶다. ‘바솔러뮤 커빈즈’도 ‘임금’도 굳이 싸워야 할 일이 없다. 숲에서 호젓하게 살림을 지으며 스스로 하루를 누리는 아이는 스스로짓기로 즐겁고 아름답다. 뾰족하게 높다란 돌집에서 우쭐거리면서 힘을 부리는 임금은 손수짓기란 하나도 없지만 ‘허수아비를 거느리는 멋’에 사로잡히면서 살아간다. 낫거나 나쁜 길은 없다. 그저 겪어 보면서 배우는 길이다. 닥터 수스 그림책은 가르치지 않고 가만히 보여주기만 한다. 보여주되 익살을 섞고, 눈물을 담고, 노래를 얹고, 꿈을 심어, 사랑으로 나아가도록 손잡는다.


#The500HatsofBartholomewCubbins #BartholomewCubbins #DrSeuss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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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5.2.


《주인공이 되고 싶어》

 토미 드파올라 글·그림/최지현 옮김, 보물창고, 2005.11.30.



‘차상위계층 난방비 지원’을 마을지기가 했다던데 영 아무 말이 없다. 면사무소에 전화를 건다. 하나은행으로 전화를 해서 체크카드를 받으란다. 뭔가? 면사무소로 전화를 안 했으면 구렁이 담 넘듯 넘어갈 셈이었는가? “벼슬꾼 하는 일이 다 이렇지!” 하고 혼잣말을 하려다가 다시 생각을 추스른다. “벼슬꾼이 여태 이렇게 굴러왔어도, 이들 스스로 앞으로 얼뜨기 아닌 참이웃을 알아보리라.” 하고 속삭인다. 그러나 하나은행에 전화를 걸어 ‘기름값 이바지’를 받는 길이 까마득하다. 두 손을 든다. 《주인공이 되고 싶어》는 일찌감치 판이 끊어진 듯싶다. 2005년에 나온 그림책을 그무렵에는 알아볼 틈이 없었고, 그 뒤로 여러 해 사이에 숱한 일이 갈마들면서 놓친 책이 많다. 1996∼97년은 싸움터(군대)에 갇히면서 책을 못 읽었고, 2005∼09년 사이에는 삶터와 일터가 춤추듯 자꾸자꾸 바뀌면서 ‘남이 보면 그럭저럭 많이 읽고 썼다’고 여길 테지만, ‘스스로 보면 못 읽거나 지나친 글과 책이 아주 많다’고 느낀다. 마당에 서고 싶은 아이를 담은 그림책을 되읽는다. 둘레에 선보이고 싶은 솜씨를 선보이지 못 하며 눈물짓는 아이를 그림책으로 만난다. 아이는 춤추고 노래하면서 활짝 웃는 하루를 짓고 싶다지. 그러면 넉넉하다.


#stagestruck #TomieDePaola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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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5.1.


《소리 교육 2》

 머레이 셰이퍼 글/한명호·박현구 옮김, 그물코, 2015.9.20.



올해 첫봄에는 이른더위가 벌써 오나 했으나, 한봄에는 틈틈이 사흘비(사흘 동안 궂거나 비오는 날)가 있으면서 이른더위를 식히고 먼지띠를 쓸었다. 지난 열 몇 해를 돌아보면, 첫봄에서 한봄으로 넘어설 즈음부터 여름이다 싶었으나, 올해에는 봄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대단히 고마우면서 반짝이는 하늘빛으로 바뀌는데, 이 대목을 느끼거나 눈치챈 이웃은 얼마나 될까. 엊그제 비가 오던 날 우리 집 마당에 두꺼비가 나와서 비를 시원히 맞았다. 오늘은 작은새 주검을 둘 본다. 몸을 고이 내려놓고서 새빛으로 태어나렴. 너도 나도 언제나 빛이야. 숨빛이고 눈빛이고 삶빛이지. 우리는 언제나 말빛과 마음빛과 노래빛을 주고받으면서 이곳에서 어우러졌어. 이다음에 새롭게 만나자. 《소리 교육 2》을 가볍게 읽는다. 작고 얇은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다가 이 나라 배움터를 돌아본다. 우리는 어린이·푸름이한테 ‘국영수’에 ‘입시지옥’을 물려줄 뿐이다. 이다음에는 ‘대학졸업장’에 ‘돈바라기’를 이어줄 뿐이다. 아이들이 물려받을 ‘숲’에 ‘사랑’을 헤아리는 어버이나 어른은 얼마나 될까? 우리가 쓰는 글은 아이들이 이어받을 ‘삶’에 ‘살림’일까? 아니면 서로 미워하면서 금긋고 싸우다가 힘·이름·돈을 거머쥐는 굴레일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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