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6.29.


《주업은 농사 부업은 의사》

 손세호 글, 심다, 2021.8.15.



우리 책숲에 고인 빗물을 치운다. 빗물을 치우고서 책꽂이를 옮긴다. 몇 해 동안 차곡차곡 쌓은 책이며 짐을 천천히 치운다. 요 닷새는 내내 비가 오면서 더위가 사라졌다만, 책더미랑 책꽂이를 옮기고 나르니 땀이 쏟아진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저녁하늘에 파란빛이 어린다. 구름이 걷히려나. 오늘은 별을 보려나. 그러나 밤에 다시 빗물이 듣는다. 《주업은 농사 부업은 의사》를 읽었다. ‘주업·부업’에 ‘농사·의사’로 잇는데, 왜 ‘業·事·師’라는 한자에 스스로 옭아야 할까? ‘일’을 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면 된다. ‘일’이란, 물결이 ‘일다’라 하듯, 스스로 ‘일으키는’ 몸짓을 나타낸다. 사람이란, 숲이며 새랑 풀꽃나무에 사람 사이에서 사랑으로 살림을 지어서 살아가는 씨앗(숨결)을 나타낸다. 겉이름으로 꾸미려 들면 ‘業·事·師’가 될 테지. 씨앗을 보자. 어느 씨앗도 스스로 안 꾸민다. 씨앗은 그저 모든 이야기를 담아서 숨결을 잇는다. ‘일’은 ‘잇다’에 ‘있다’에 ‘이다’이기도 하다. 그저 투박하다 싶은 낱말 하나라지만, 바로 이 수수한 말씨 하나로 모든 삶을 바꾸고 일구고 가꾸고 짓고 나눌 수 있다. 말글을 꾸미거나 치레하면 삶도 허울로 흐른다. 말글을 짓기에 삶을 지어 사랑을 편다.


ㅅㄴㄹ


전원주택에 살면

→ 시골집에 살면

→ 꽃밭집에 살면

265쪽


이 땅 위에 나 혼자 사는 것이 아니고

→ 이 땅에 나 혼자 살지 않고

265쪽


닭장을 들락거리며 닭 사료를 먹고 간다

→ 닭우리를 들락거리며 모이를 먹고 간다

27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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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5.9.


《응시》

 김휘훈 글·그림, 필무렵, 2023.4.16.



오늘은 해가 넉넉히 드리운다. 덜 마른 빨래한테 햇볕을 먹인다. 깔개도 내놓아 먼지를 털고서 햇볕을 쪼인다. 면소재지 우체국을 들러 중국집에 가서 짜장국수를 통에 받는다. 밥집에 통을 챙겨가서 받아온 지 스물 몇 해째이다. 예전에는 유난을 떤다는 소리를 들었으나, 요새는 ‘통이웃(플라스틱그릇을 안 쓰고 통을 챙겨가는 살림꾼 이웃)’이 조금은 늘었다고 느낀다. 작은아이가 멀리보기(망원경)로 별을 보는데, 빛고리로 겹겹이 싼 채 춤추면서 움직이는 별을 잡아내어 보여준다. 《응시》는 아름답다. 바다에 ‘세월호’가 왜 가라앉았는지 알아내고 ‘썩은나라’를 갈아엎으라고 촛불을 들고, 박근혜를 끌어내려, 사슬터에 넣었다. 그러나 우두머리(권력자) 자리에 선 이들은 ‘세월호 진실조사’에 뒷짐이었고, 끝내 빈손으로 마쳤다. 옛 우두머리나 새 우두머리나 검은짓(부정부패)이 가득했고, ‘문재인 민주당’은 ‘이명박 4대강’을 뛰어넘는 삽질(토목공사)을 마구 벌여 온나라를 들쑤셨다. 오직 ‘참(진실)’만 볼 노릇이다. ‘금긋기(진영논리)’를 걷어치울 일이다. 아이들은 미움씨 아닌 사랑씨를 품고서 새길을 열 수 있어야 한다. 눈물을 닦고서 배움수렁(입시지옥)과 싸움(군대·전쟁무기)을 걷어내어 들숲바다로 바꾸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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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5.8.


《프리덤, 어떻게 자유로 번역되었는가》

 야나부 아키라 글/김옥희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20.3.15.



제대로 해가 난다. 물기운이 마를 때까지 기다린 뒤에 빨래를 내놓는다. 비는 그쳤되 아직 구름밭이 물결친다. 책꾸러미를 짊어지고 읍내 우체국을 들르고서, 볕이 잘 드는 데에 앉아서 글을 쓴다. 군청 앞에 새로 올린 값비싼 잿집(아파트) 작은 놀이터 기스락에 앉는데, ‘고작 10분 남짓 놀라’ 하고서 “이제 가야 해! 안 가면 너 ○○ 할 거야!” 하고 윽박지르면서 ‘더 놀고 싶어 울며 매달리는 아이’를 홱 들어서 쇳덩이(자동차) 뒷자리에 쑤셔박고는 부웅 떠나는 어버이를 두 무리 본다. 젊은 어버이들은 왜 이리 사나운가? 아이들이 스스로 놀 틈을 왜 빼앗고 짓밟는가? 이 작은 시골뿐 아니라 서울·큰고장도 매한가지일 테지. 《프리덤, 어떻게 자유로 번역되었는가》를 읽었다. 첫머리는 읽을 만했으나 갈수록 어영부영하다가 맺는다. 한몫에 쓴 글이 아닌 탓도 있을 텐데, 글쓴이 스스로 ‘말·넋·삶’을 썩 깊이 바라보지 않았구나 싶다. 왜 서두를까? 굳이 책으로 묶어야 하는가? ‘배울 마음’으로 ‘freedom’을 다 다르게 받아들여 다 다르게 옮겼을 텐데, 꼭 ‘自由’ 하나로만 옮겨야 하지 않는다. ‘nuclear family’를 ‘핵가족’으로 옮긴 일본말을 왜 그대로 받아들였을까? ‘작은집’을 보면 되듯, 옮김말은 삶말일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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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5.7.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장명숙 글, 김영사, 2021.8.18.



차분하게 덮는 비구름과 가랑비를 느낀다. 조용하게 흐르는 하루와 하늘이다. 두 아이가 엊그제부터 다시 장기·체스를 둔다. 우리는 지거나 이기려고 뭘 하지 않는 줄 조금씩 느끼기를 빈다. 새롭게 노는 길이란다. 무찌르거나 치려고 뭘 하지 않는다. 맞아들이고 받아들여서 스스로 일어서고 눈뜨려 할 뿐이다. 해질녘에 구름이 걷힌다. 비구름이 아주 빠르게 휙휙 넘어간다. 마당에는 바람이 자는 듯하지만, 재 너머 높은 곳에 있던 구름은 어느새 달아나듯 사라지면서 하늘이 파랗게 트인다. 밤에는 별을 본다. 닷새 만인가.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를 다시 읽어 보았다. 갓 나올 적에 읽으면서도 ‘허울’이 짙구나 싶었고, 곰곰이 되읽는 동안에도 ‘치레’가 잔뜩 달렸구나 싶다. 옷을 ‘옷’으로 보느냐 ‘옷차림’으로 보느냐, ‘옷살림’으로 보느냐 ‘멋’으로 보느냐 ‘꾸밈’으로 보느냐에 따라 삶이 다르다. 어느 삶이 낫거나 나쁘지 않다. 그저 다르다. ‘차림·멋·꾸밈’으로 기우는 삶은 ‘허울·치레·겉’으로 기운다. ‘살림’을 바라보는 삶은 ‘마음·꿈·사랑’으로 걸어간다. 햇빛은 반짝이고 삶은 대단하다. 멋을 안 부리고서 사랑을 한다면, 꾸미지 않고서 마음을 본다면, 글도 옷도 확 다르게 마련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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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5.6.


《인권으로 살펴본 기후위기 이야기》

 최우리·조천호·한재각·김해동·지현영·김현우, 철수와영희, 2023.5.1.



아침에는 비가 멎을 듯하면서 해가 난다. 빨래를 해서 너는데, 구름이 해를 가리고, 는개가 살며시 덮는다. 가볍게 빗방울이 뿌려도 마을은 조용하다. 선선하게 흐르는 바람에, 늦봄꽃이 핀다. 오늘치 낱말책 여미기를 한다. 하나씩 추스르고, 천천히 다독인다. 《인권으로 살펴본 기후위기 이야기》를 읽었다. ‘인권·기후위기’는 넉넉히 맞닿을 만하고, 이처럼 살피는 눈길은 알맞다. 그러나 ‘인권’을 앞세우는 분들은 ‘쉬운말’을 안 쓴다. ‘외워야 하는 인문학 용어’를 자꾸 어린이·푸름이한테 들려준다. 왜 ‘기후위기’라는 일본스런 한자말을 그냥 써야 할까? 일본 후쿠시마에서 쓰레물을 버린다고 시끄럽지만, 막상 우리나라 곳곳에서 바다에 쓰레기를 허벌나게 버린다. 우리 스스로 날마다 끝없이 버리는 쓰레물도 함께 볼 노릇이다. ‘열폐수(온배수)’를 늘 버리는 우리나라인데, 이 쓰레물이 닿은 바다는 어떤 모습인가? ‘나로섬에서 쏜 미사일’ 탓에 망가지는 바다를 보자. ‘다도해 국립공원 바다에 박은 햇볕판’은 어떤가? 누가 우두머리(권력자)에 앉든, 흙을 망가뜨리고 들숲바다를 더럽히는 짓은 똑같다. ‘어느 놈’을 나무라는 손가락질을 넘어, 우리 모두 똑같이 늘 저지르는 말썽을 바라볼 수 있기를 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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