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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람한테 책을 팔다



  일본사람한테 책을 판다. 한국말로 된 책을 일본사람한테 한국말로 “이 책 사셔요. 그러면 제가 아름다운 글을 한 줄 적어서 드릴게요.” 하고 여쭈면서 판다.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는가? 나는 일본말을 아직 모른다고 할 테지만, 나는 ‘말’을 알기 때문이다. 나는 마음에 대고 말을 걸었기에, 일본사람은 일본말 아닌 한국말로 이녁한테 건 말을 알아차렸다. 이러면서 아주 기쁘게 웃음짓을 짓더니 환한 목소리로 “유 기브 미 사인?” 하고 영어로 묻는다. 나는 빙긋 웃으면서 “예스, 마이 사인. 굿.” 하고 대꾸한다.


  일본사람은 내가 쓴 ‘한국말’을 다룬 책 세 가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과 《사자성어 한국말로 번역하기》와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를 기쁘게 장만한다. 그래서 나는 다시 영어로 이녁한테 “위 캔 런 올 랭귀지.”라고 말씀을 올렸다. 우리는 서로 일본말과 한국말과 영어를 마음껏 섞어서 ‘마음’을 주고받았고, 나는 이제껏 쓴 적이 없는 그야말로 아름다운 글을 지어 이녁한테, ‘일본 이웃’한테 바쳤다. 얼마나 아름답고 즐거운가. 나는 내 책을 언제 어디에서나 누구한테 팔아서 읽힐 수 있다. 4348.1.24.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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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일은 무엇인가



  우리한테는 ‘쉬운 일’이나 ‘어려운 일’이 따로 없다. 내가 ‘하려는 일’이라면, 모두 할 수 있고, 내가 ‘안 하려고 하는 일’이면 모두 할 수 없다.


  우리가 하는 일은 ‘쉬워서’ 하지 않는다. 어떤 일이든 우리 스스로 ‘하려는 생각을 마음에 심을’ 때에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쉽다고 해서 할 수 있지 않고, 어렵다고 해서 할 수 없지 않다. 어려워서 못 하는 일이 아니라 ‘하겠다는 생각을 마음에 심지 않’기에 할 수 없다.


  우리는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쉬운 책을 읽어야 할까, 어려운 책을 읽어야 할가? 두 가지 책 모두 읽을 까닭이 없다. ‘쉬운 책’과 ‘어려운 책’이 있으면 두 가지 모두 읽을 까닭이 없다. 그러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내가 읽으려고 하는 책’을 읽어야 한다.


  내가 읽으려고 하는 책은 무엇일까? 내가 생각을 마음에 심어서 삶을 가꾸어서 새로운 길로 나아가도록 스스로 기운을 내게끔 이끄는 책이 바로 ‘내가 읽으려고 하는 책’이다.


  우리는 아무 책이나 읽을 수 없다. 다만, 서평이나 독후감을 쓰려고 읽는 책이 있을는지 모르고, 추천도서나 권장도서라서 읽을는지 모르며,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라서 읽을는지 모른다. 그러면, 이런 책은 무엇인가? 이런 책을 읽는 일은 무엇인가? 이런 책들은 모두 ‘머리에 지식을 쌓아서 다시 지식을 쌓는 일’이나 머릿속에 철학과 사상과 관념과 가치판단을 심는 일이다. ‘머리에 지식 쌓기’는 ‘책읽기’가 아니다. 왜냐하면, 책읽기는 언제나 삶읽기이고, 삶읽기는 삶짓기로 나아가려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남이 읽는 대서 읽을 까닭이 없다. 남이 읽으라고 하니까 읽을 까닭이 없다. 남이 많이 읽으니 나도 읽어야 하지 않는다. 남이 안 읽으니까 오히려 읽겠다고 할 까닭이 없다.


  나는 오직 ‘내가 읽으려고 하는 책’이 무엇인지, 제대로 바라보고, 제대로 살펴서, 제대로 고르고, 제대로 읽은 뒤, 제대로 마음으로 삭이고 나면, 제대로 느끼셔, 제대로 배우고, 제대로 슬기를 갈고닦아서, 제대로 삶을 짓는 길을 걸으면 된다. 어려운 책이나 쉬운 책을 읽을 까닭이 없고, 이름나거나 이름 안 난 책을 읽을 까닭이 없다. 4348.1.1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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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는 책 한 권



  나는, 내 꿈을 내 말로 외쳐서 내 삶으로 짓는다. 내가 태어나서 살아가는 뜻은 오직 이 하나이다. 나는, 내가 쓴 글을 읽는다. 나는, 내가 쓴 책을 읽는다. 왜냐하면, 내가 쓴 글과 책은, 모두 내가 이루려는 꿈을 담은 글이요 책이기 때문이다. 내가 읽는 책은 내가 지으려는 삶으로 나아가도록 북돋우는 책이다.


  그러면, 다른 사람이 쓴 글이나 책은 안 읽었는가? ‘사회의식’으로 본다면, 다른 사람이 쓴 글이나 책을 어마어마하게 읽는다. 그런데, ‘다룬 사람이 쓴 글이나 책’은 알고 보면, 모두 내 마음속에서 흐르던 이야기이다. 내 마음속에 흐르던 이야기를 내 이웃과 동무인 다른 사람들이 이녁 목소리로 엮어서 글과 책으로 지었다. 너와 나는 언제나 한몸이면서 한마음이기에, 나는 내 책을 읽고, 내 넋을 가꾸어, 내 삶을 짓는다. 내 하루를 누린다. 4348.1.1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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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이웃



  밥을 나눌 수 있는 이웃이 있어 밥상맡이 즐겁다.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웃이 있어 이야기꽃이 곱다. 책을 함께 읽을 수 있는 이웃이 있어 생각이 무럭무럭 자란다. 사진을 함께 찍고 나눌 수 있는 이웃이 있어 오늘 하루를 되새긴다. 그림을 함께 그릴 수 있는 이웃이 있어 꿈을 맑게 키운다. 글월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이웃이 있어 언제나 마음을 가볍게 다스리면서 새롭게 아침을 맞이한다. 서로 아름답게 어깨동무를 한다. 4348.1.14.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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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15-01-15 19:45   좋아요 0 | URL
나도요^^

숲노래 2015-01-16 05:31   좋아요 0 | URL
넵~ 고맙습니다~
 

생각이 선 사람



  생각이 제대로 선 사람이라면, 역사를 다루든 다른 어느 갈래를 다루든 깊고 넓게 바라보는구나 싶다. 생각이 제대로 서지 못한 사람이라면, 부엌일을 다루든 소꿉놀이를 다루든 재미없거나 따분하구나 싶다. 역사라고 해서 모두 역사일까? 권력자 발자국을 담으려는 몸짓은 역사가 될 수 없다고 느낀다. 여느 자리에서 수수하게 삶을 짓는 사람들 이야기를 바라보며 다루려 할 때에 비로소 역사라고 느낀다. 놀이란 무엇인가? 스스로 즐겁게 웃고 노래할 적에 비로소 놀이라고 느낀다. 장난감이 있어야 하는 놀이가 아니라, 언제나 기쁨과 꿈을 엮어 사랑으로 피어나도록 하는 놀이라고 느낀다.


  생각이 제대로 선 사람은 밥을 맛있게 짓는다. 생각이 제대로 선 사람은 자전거를 예쁘게 몬다. 생각이 제대로 선 사람은 말씨가 곱고 정갈하다. 생각이 제대로 선 사람은 활짝 웃으면서 피어나는 꽃송이처럼 맑다. 4348.1.1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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