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사람한테 책을 팔다



  일본사람한테 책을 판다. 한국말로 된 책을 일본사람한테 한국말로 “이 책 사셔요. 그러면 제가 아름다운 글을 한 줄 적어서 드릴게요.” 하고 여쭈면서 판다.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는가? 나는 일본말을 아직 모른다고 할 테지만, 나는 ‘말’을 알기 때문이다. 나는 마음에 대고 말을 걸었기에, 일본사람은 일본말 아닌 한국말로 이녁한테 건 말을 알아차렸다. 이러면서 아주 기쁘게 웃음짓을 짓더니 환한 목소리로 “유 기브 미 사인?” 하고 영어로 묻는다. 나는 빙긋 웃으면서 “예스, 마이 사인. 굿.” 하고 대꾸한다.


  일본사람은 내가 쓴 ‘한국말’을 다룬 책 세 가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과 《사자성어 한국말로 번역하기》와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를 기쁘게 장만한다. 그래서 나는 다시 영어로 이녁한테 “위 캔 런 올 랭귀지.”라고 말씀을 올렸다. 우리는 서로 일본말과 한국말과 영어를 마음껏 섞어서 ‘마음’을 주고받았고, 나는 이제껏 쓴 적이 없는 그야말로 아름다운 글을 지어 이녁한테, ‘일본 이웃’한테 바쳤다. 얼마나 아름답고 즐거운가. 나는 내 책을 언제 어디에서나 누구한테 팔아서 읽힐 수 있다. 4348.1.24.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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