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쓰기
― 내가 찾아내는 내 사진

 


  시골에서 네 식구 살아가는 모습을 날마다 여러모로 사진으로 담는다. 그러나 집안일 도맡으며 살아가다 보니, 막상 사진을 아주 예쁘게 찍었다 하더라도 여러 일에 치인 나머지 ‘어떤 사진을 찍었는지’ 잊고 지나치기 일쑤이다. 아이들 노는 어여쁜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면서 ‘내가 찍은 우리 아이들 사진이라 하더라도 이토록 어여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며 가슴 두근두근 설레도록 이끈 사진조차 잊은 채 한 달이 가고 석 달이 가며, 때로는 한 해나 두 해가 흐르기도 한다. 한참 지나고 나서 문득 ‘그동안 아직 갈무리하지 못한 사진파일에서 다른 어떤 사진을 찾으려’고 하다가 ‘그래, 예전에 이렇게 즐겁게 놀면서 즐겁게 찍은 사진이 있었잖아?’ 하고 떠올리면서 무릎을 치는 일이 잦다.


  사진이기 때문일까. 사진이기 때문에, 그때그때 갈무리하지 못하더라도 ‘늘 그대로 남아’서 ‘내가 알아보고 즐겁게 쓰는 날까지 기다린다’고 할 수 있을까. 모르는 노릇인데, 내가 손수 갈무리하지 못하고 지나친 사진 가운데 우리 아이들이 스무 살 되거나 마흔 살 되어 ‘한참 한참 한참 뒤에 처음으로 갈무리하는 사진’이 나올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무척 애써서 웬만한 사진 다 갈무리해 보고자 하기는 하더라도, 큰아이가 갓 태어난 여섯 해 앞선 때 사진조차 다 갈무리하지 못했고, 작은아이가 막 태어난 세 해 앞선 때 사진도 다 갈무리하지 못했다. 옆지기와 만나 함께 살면서 옆지기를 담은 사진도 다 갈무리하지 못했다.


  그러고 보면, 옆지기와 만난 뒤부터 ‘옆지기 사진’부터 제대로 갈무리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 보내는구나 싶다. 여기에 큰아이 사진이 쌓이고, 작은아이 사진이 쌓인다.


  그런데 말이다, 미처 갈무리하지 못한 ‘나 스스로 돌아보아도 참 놀랍다 싶은 사진’이 있다 하더라도, 그때그때 틈틈이 갈무리하는 사진으로도 참 좋고 아름다운 삶이라고 느끼기에, 날마다 즐거이 사진삶 누리는구나 싶다. 내가 찍은 사진을 꼭 내가 몽땅 갈무리해야 하지는 않을 테니까. 내가 찍은 사진을 반드시 내가 하나하나 쓰거나 보여주어야 하지는 않을 테니까.


  한 장을 즐겨도 좋은 사진삶이요, 두 장을 누려도 좋은 사진삶이다. 더 많이 찍어야 할 사진이 아니고, 더 많이 보여주거나 갈무리해야 할 사진이 아니다. 마음 깊이 아끼며 좋아할 사진을 아로새길 수 있으면 즐거운 사진이다. 나는 내가 찍은 사진으로 이루어진 사진밭에서 재미나고 예쁜 사진을 늘 찾아낸다. 좋다. 4346.5.2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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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빚기
― 두 가지 사진

 


  내가 처음 사진을 익히던 때에는 필름사진만 있었다. 그때에는 중형필름 쓰느냐 대형필름 쓰느냐 35미리필름 쓰느냐 하는 대목으로 나누었다. 이제 사람들은 거의 모두 필름사진을 쓰니까, 디지털사진으로 하느냐 필름사진으로 하느냐와 같이 나눌 만한데, 디지털사진에서도 렌즈를 바꾸는 디지털인가하고 렌즈를 안 바꾸는 디지털로 나누리라. 또 손전화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피시로 찍는 디지털로 나눌 만하겠지.


  나는 사진을 처음 익히면서 사진기 한 대로 무지개필름과 까망하양필름을 갈아끼우면서 썼다. 한 번은 무지개빛 필름으로, 다음에는 까망하양빛 필름으로. 이렇게 쓰면서 다른 느낌 얻는 두 가지 사진을 빚었다. 세 해쯤 이렇게 사진을 찍다가, 푼푼이 그러모은 돈으로 두 번째 사진기를 장만했고, 두 번째 사진기 장만하고부터는 한 가지 사진기에는 무지개필름만 넣고, 다른 한 가지 사진기에는 까망하양필름만 넣었다. 두 사진기로 두 가지 필름을 골고루 섞어서 쓴 뒤, 내 눈과 느낌과 마음하고 잘 맞는다 싶게 필름을 넣었다.


  1998년부터 2007년까지 줄곧 필름사진만 찍다가 2007년 여름부터 디지털사진을 함께 찍었다. 2013년 5월에 접어든 뒤로는 필름사진을 더 못 찍는다. 필름값을 대기 많이 벅차, 이제 필름사진기는 내려놓기로 한다. 그런데 필름사진기 내려놓으면서 매우 서운하다. 무지개빛 사진을 찍을 때에는 필름보다 디지털파일이 낫다고 여겨 2009년부터는 필름으로는 무지개빛 사진을 아예 안 찍었다. 그런데 까망하양빛 사진조차 필름으로 안 찍기로 하니, 저절로 까망하양빛 사진을 찍을 일이 사라진다. 그렇다고 똑같은 디지털사진기를 그때그때 설정 바꾸며, 이때에는 무지개빛 저때에는 까망하양빛으로 바꾸지 못한다. 이렇게 바꾸자면 내 눈앞에 나타난 모습은 휙 하고 사라진다.


  아이들한테 선물로 준 작은 디지털사진기를 다시 만져 본다. ㅍ회사에서 나온 이 작은 사진기는 1미터 높이에서 떨어져도 안 깨지고, 물속 1미티 즈음도 견딘다 한다. 우리 집 작은아이가 가끔 물건 던지듯 사진기 던진 적 있으나, ㅍ회사에서 나온 이 작은 사진기는 멀쩡하다. 비오는 날에도 즐겁게 찍었다. 이 사진기로 설정을 바꾸어 까망하양빛 사진 몇 장 찍어 본다. 감도를 사진기 스스로 바꿀 때에는 입자가 많이 거칠다. 작은 디지털사진기 감도 125로 사진 찍을 때에는 꽤 괜찮다 싶은 입자가 된다. 해상도와 감도가 이보다 나은 디지털사진기를 나중에 따로 한 대 장만할 때까지는 이 작은 녀석을 써 볼까 싶다. 무지개빛 사진을 까망하양빛으로 바꿀 때하고, 처음부터 까망하양빛 사진으로 찍을 때에는 사뭇 다르다. 빛느낌과 빛결과 빛무늬 모두 다르다. 예쁜 빛줄기 드리워 사진마다 새록새록 담기기를 마음속으로 빌어 본다. 4346.5.2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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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5-25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샤름벼리와 산들보라는
이렇듯 어릴 때부터 행복한 사진찍기,를 시작 하는군요. ^^

숲노래 2013-05-25 09:14   좋아요 0 | URL
어머니 뱃속부터 이렇게 살았으니까요.... @.@
 

사진쓰기
― 다른 사람 사진을 얻을 때에

 


  사진을 한 장 찍기까지 사진쟁이 한 사람은 무엇을 하는가 헤아려 본다. 아마, 사진기가 있어야 사진을 찍는다고 여기겠지. 그런데, 사진기가 있기 앞서, 사진을 찍는 사람으로서 ‘무엇을 사진으로 담고 싶은가’ 하는 생각이 있어야 한다. 무엇을 사진으로 담고 싶은가 하는 생각이 있자면, 한 사람으로서 살아온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곧, 이야기가 없는 사람은 사진기가 있어도 사진을 못 찍는다. 이야기를 스스로 일구면서 살아오지 못한 사람은, 사진기 있고 ‘무엇을 사진으로 담고 싶은가’ 하는 생각을 품더라도, 스스로 즐겁고 아름답게 사진을 찍지 못한다.


  곧, 사진길 걷는 사람으로서 맨 먼저 갖출 대목은 삶이다. 스스로 즐기고 사랑하는 삶이 있어야 한다. 이런 다음에, 이녁 삶을 사진으로 나타낼는지 글로 나타낼는지 노래나 춤으로 나타낼는지, 아니면 조용히 살림 꾸리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하루하루에 살며시 나타낼는지 하고 가눌 수 있다. 삶이 있어 이야기 있은 뒤, 생각을 추스르고 나서 사진기를 장만했으면, 필름으로 사진을 찍으려는지 디지털파일로 사진을 찍으려는지 가눈다. 어떻게 남길 사진을 찍으려 하는가를 가누었으면, 사진기 다루는 법을 익힌다. 사진기 다루는 법을 살뜰히 익힌 뒤에는, 바지런히 사진마실을 누린다. 집에서 아이들 찍는 사진일 때에도, 부엌과 방과 마당과 이웃집 바지런히 오가며 사진마실 누린다. 어떤 사진이건 사진을 찍는 사람은 사진마실을 누린다.


  꾸준히 사진마실을 누리면서 사진을 한 장 두 장 찍으면, 어느새 사진이 모인다. 이렇게 모인 사진으로 새삼스레 ‘사진 이야기’ 한 타래 빚는다. 사진 이야기를 한 타래 빚으면, 둘레에서 내 사진을 알아보기도 하고, 둘레에서 내 사진을 알아볼 때가 되면, 나한테서 사진을 얻고 싶다는 사람이 나온다.


  신문이나 잡지나 매체에서 사진을 얻고 싶다면서 나한테 찾아오면, 나는 그동안 찍은 사진 가운데 몇 가지 추려서 보여주겠지. 그러니까, 누군가 사진쟁이 한 사람한테서 사진 한 장 얻는 일이란, 사진쟁이 한 사람이 살아낸 기나긴 나날과 오랜 다리품과 깊은 사랑과 꿈 가운데 한 자락 얻는 셈이다. 사진 한 장 달라고 섣불리 바랄 수 없는 노릇이다. 사진 한 장 얻었으면 마땅한 값을 치를 생각이 있어야 한다. 사진값 치를 생각 품지 않고서 함부로 사진을 보여 달라 해서는 안 될 노릇이다. 사진 한 장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톡톡히 사진값을 치러야 마땅하다. 사진 한 장 보여주려고 ‘여태껏 찍은 사진 가운데 몇 장 추리기’까지 또 오랜 손품을 들이고 마음을 쓰며 말미를 내야 했으니까.


  그런데, 한국에서는 다른 사람 사진을 얻으려는 이들이 ‘사진쟁이 한 사람 삶과 생각과 사진’을 너무 우습게 여기는 듯하다. 사진 한 장 쉽게 태어나지 않는다. 남한테 보여주면서 빌려주거나 팔 만한 사진은 하루아침에 짠 하고 태어나지 않는다. 사진이 어떻게 태어나는가를 찬찬히 헤아린 이들은 사진쟁이한테서 사진 한 장 얻을 때에 알맞게 값을 치르려고 애쓴다. 사진이 어떻게 태어나는가를 제대로 헤아리지 않거나 슬기롭게 헤아리지 못한 이들은 사진쟁이한테 우악스레 사진을 달라고 바란다.


  다시금 생각한다. 시인한테 시 한 가락 써 달라고 함부로 바랄 수 있는가. 작곡가한테 노래 하나 써서 달라고 함부로 바랄 수 있는가. 요리사한테, 또 집살림하는 이한테 밥 한 그릇 차려 달라 바라면서 한번 기다려 보자. 밥 한 그릇 차리기까지 얼마나 품을 들여야 하는가. 밥을 할 먹을거리를 미리 저잣거리에 가서 장만해야 하고, 먹을거리를 손질해야 하며, 지지고 볶고 끓이고 데치고 무치고 버무리면서 적잖이 품을 들여야 한다. 밥 한 그릇 얻어먹으며 밥값 안 치러도 즐거운가? 그러니까, 밥 한 그릇 대수롭지 않으니, 사진 한 장 거저로 얻어 써도 대수롭지 않은가? 시인한테서 시 한 가락 거저로 받아도 된다고 생각하는가? 시골 흙일꾼한테서 무 한 뿌리나 배추 한 포기나 쌀 한 줌 거저로 얻어도 된다고 생각하는가? 바닷가 고기잡이한테서 물고기 한 마리 거저로 얻어도 된다고 생각하는가? 4346.5.1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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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쓰기
― 사진기 좋네요

 


  나는 늘 사진기를 목에 걸고 돌아다닌다. 집에서는 집일을 하느라 손에 닿는 가까운 자리에 놓지만, 밖에서 돌아다닐 적에는 언제나 사진기가 목걸이 된다. 한손으로는 큰아이 손을 잡고 다른 한손으로는 작은아이 손을 잡아야 하니, 내 사진기는 늘 목걸이가 된다.


  가게에 들러 물건을 사는데, 가게 일꾼이 내 사진기를 보더니 “사진기 좋네요.” 하고 인사한다. “뭘요. 값싼 녀석인데요.” “아니에요. 좋은 사진기네요.” “오래 써서 많이 낡은 사진기예요.” 가게 일꾼은 필름사진기인 니콘 FM 2번을 쓴다고 한다. 나도 그 사진기를 무척 오래 쓰다가 잃어버려서 이제 더는 그 사진기를 못 쓴다. 게다가 필름값을 더 버티지 못하고 지난주부터는 필름사진을 아예 못 찍는다.


  가게에서 나온다. 내 사진기는 어떤 사진기인가. 나는 내 사진기를 값싼 녀석, 또는 싸구려로 여기는가. 그래서 이렇게 말을 하는가. 값으로 치면, 또 여러 성능과 기능을 따지면, 훨씬 비싸며 대단한 장비가 많다. 내 장비는 급수로 치면 무척 낮다 할 만하다. 나는 급수로 치거나 값으로 따지거나 무척 낮다 할 장비를 쓴다. 그러나, 나는 내 장비를 알뜰살뜰 쓴다. 내 장비로 내가 찍고픈 모든 모습을 찬찬히 담는다. 그러면, 그 가게 일꾼이 이야기하듯, 내 사진기는 “참 좋은” 사진기 아니겠는가.


  좋은 사진기이지. 나는 좋은 사진기를 쓰는 사람이지. 그래, 누구나 어떤 사진기를 쓰든, 저마다 이녁한테 가장 좋은 사진기를 쓴다 할 테지. 더 비싼 장비를 장만해야 좋은 사진기가 되지는 않잖은가. 더 놀랍거나 새로 나온 장비를 쓸 수 있어야, ‘나 스스로 생각하기에 내 마음에 가장 드는 사진’을 얻지는 않잖은가.


  부끄럽구나. 누군가 내 사진기를 바라보며 “사진기 좋네요.” 하고 인사를 하면, 나는 “아, 사진기 잘 알아보시는군요. 값은 되게 싸고, 화소수도 되게 낮지만, 저한테는 이처럼 좋은 사진기가 없답니다. 요 값싼 장비로 제가 찍고픈 온갖 모습 언제나 즐겁고 신나게 찍을 수 있답니다. 저한테 이 사진기는 가장 좋은 사진기요, 제 몸뚱이 가운데 하나이고, 제 온 사랑 담아서 쓰는 귀염둥이랍니다.” 하고 내 속마음 들려주어야겠다고 생각한다. 4346.5.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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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5-07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기 좋네요." 인사하신 분의 마음이,
제 마음에까지 들어오는 듯 합니다..^^

숲노래 2013-05-07 11:33   좋아요 0 | URL
appletreeje 님 댓글 좋네요~ ^^
 

사진쓰기
― 이제 남은 필름 두 통

 


  오늘, 2013년 4월 24일까지 필름사진과 디지털사진 두 가지 함께 찍었다. 그런데 이제 나한테 남은 필름은 딱 두 통이다. 이 두 통을 마저 쓰면 더는 필름사진을 못 찍는다. 필름사진을 앞으로도 꾸준히 찍으려면 필름을 새로 사야 한다. 내가 쓰는 필름 ‘일포드 델타 400 프로페셔널’은 한 통에 8100원. 한 해 동안 쓸 필름 100통을 장만하자면 81만 원 있어야 한다.


  주머니에 81만 원 없어 필름 100통 장만하지 못하니, 남은 필름 두 통 다 찍으면 더는 필름사진 못 찍는다 할 텐데, 81만 원 이래저래 마련해서 앞으로도 필름사진을 찍어야 할는지 곰곰이 헤아려 본다. 무지개빛 사진은 디지털사진기로 찍고, 까망하양빛 사진은 필름사진기로 찍었는데, 앞으로는 까망하양빛 사진도 디지털사진기로 찍어야 할까. 필름값은 해마다 올라 어느덧 100통에 81만 원인데, 이만 한 값이라면 디지털사진기 한 대 장만할 넉넉한 돈이다. 값싼 디지털사진기라면 여러 대 장만할 수 있지. 값나가는 디지털사진기라면 한 대조차 못 살 돈이라지만, 필름 해상도를 헤아린다면, 필름 100통 값으로 퍽 좋은 디지털사진기를 장만할 수 있으리라 본다.


  그러다가 다시 생각한다. 오늘 내 주머니에 필름 100통 값 81만 원 없어 이제 필름사진 못 찍으리라 느끼는데, 필름 100통 살 만한 돈으로 디지털사진기 장만하겠다는 생각은 또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새삼스레 생각한다. 이제 사진을 까망하양으로 굳이 찍어야 할는지 새삼스레 생각한다. 디지털사진기로 사진을 찍을 때라 하더라도, 처음부터 ‘무지개빛’으로 맞추어 찍을 때랑, ‘까망하양빛’으로 맞추어 찍을 때에는, 빛값이나 빛결이나 빛무늬나 빛살이 모두 다르다. 무지개빛으로 찍은 사진을 까망하양빛으로 바꿀 때 빛느낌은, 처음부터 까망하양빛으로 찍는 사진하고 다르다. 그러니, 굳이 두 가지 빛결로 사진을 찍으려 한다면 디지털사진기를 따로 두 대 거느려야겠지.


  생각해 보자. 그동안 걸어온 사진길 더듬어 보자. 디지털사진기 없던 때에도, 언제나 사진기 두 대를 썼다. 하나는 무지개빛 필름 넣는 사진기, 다른 하나는 까망하양빛 필름 넣는 사진기. 두 가지 필름은 느낌이 다르니까. 필름으로 찍을 적에도 무지개빛 사진을 찍고서 이 사진을 까망하양빛으로 바꾸면, 처음부터 까망하양빛 필름으로 찍을 때하고 여러모로 다르다.


  동이 트는 새벽에 사진기 두 대를 앞에 두고 생각에 잠긴다. 필름 두 통 마저 쓰면 참말 필름사진기 더는 만지작거릴 수 없을는지 모른다. 새 디지털사진기 장만할 돈을 그예 못 얻을 수 있다.


  나는 어떤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일까. 나는 어떤 사진을 찍어 내 둘레 사람들한테 어떤 이야기 나누고픈 마음일까. 사람들은 사진 한 장 바라보면서 어떤 삶을 읽을까. 사람들은 무지개빛 사진 한 장에서 무지개빛 삶을 읽을까. 사람들은 까망하양빛 사진 한 장에서 꾸밈없거나 수수한 사랑을 읽을까. 나는 앞으로 사진 하나로 어떤 꿈과 빛을 내 고운 옆지기들과 길동무들한테 들려줄 수 있을까. 4346.4.24.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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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3-04-24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들려주세요 들려주세요-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해요. :)

숲노래 2013-04-25 07:52   좋아요 0 | URL
에구구 네 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