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숟가락 10
오자와 마리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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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634



따돌림받는 동무한테 사랑스런 손길을

― 은빛 숟가락 10

 오자와 마리 글·그림

 노미영 옮김

 삼양출판사 펴냄, 2016.6.14. 5000원



  누군가 나를 따돌린다면 나는 어떤 마음이 되어야 할까요? 나를 따돌리는 사람들 옆에 굳이 있어야 할까요, 아니면 나를 따돌리는 사람들하고 멀리 떨어져서 조용히 있으면 될까요?


  나는 누군가를 따돌리는 사람은 아닐까요? 누군가 내 옆에 있으려 하는데 나로서는 어느 누군가를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조용히 내치거나 드러내어 밀치지는 않을까요?



‘훨씬 더 나중 일이었다. 점심시간엔 노리카와 친구들이 있는 교실에 놀러갔고 수업이 끝나면 부활동도 있었다. 집에 돌아가면 루카가 있어서 루카를 돌보느라 매일 바빴기 때문에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되기 전까지 새로운 반에서 자신이 겉돌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채지 못했다. (6쪽)


“친구 사귀는 방법을 모르겠어. 히카리가 전학 가고, 여자는 홀수가 됐어. 노리카랑 친구들 교실에 가기도 껄끄러워져서, 이젠 계속 혼자서 급식을 먹고 있어.” “계속이면 얼마나?” “3주 정도.” “괴롭힘 당하고 있어?” “그건 아닌 것 같아. 단지 어느 그룹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어 …… 애들 시선이 신경 쓰여서 그렇게 못 하겠고, 왠지 점점 그냥 말을 거는 것도 무서워졌어.” (20∼21쪽)



  오자와 마리 님 만화책 《은빛 숟가락》(삼양출판사,2016) 열째 권을 읽습니다. 《은빛 숟가락》 열째 권에서는 이 만화책에서 주인공을 이루는 어느 한 집안에서 막내인 ‘중학생 가시내’ 이야기가 첫머리부터 흐릅니다. 이 아이는 집에서나 마을에서나 학교에서나 살가우면서 따스한 마음으로 지내는 아이입니다. 수수하면서 착하게 지내는 아이인데 이 아이는 어느 날 다른 까닭이 없이 조용히 따돌림을 받습니다.


  이른바 잘난 척을 하는 일도 없고, 자랑을 하는 일도 없지만 따돌림을 받습니다. 눈에 뜨이는 뭔가를 하는 일도 없고, 어떤 일을 앞장서서 벌이지도 않는데 따돌림을 받습니다. 이런 따돌림이란 무엇일까요?


  가만히 보면 따돌림이란 ‘누가 어떤 큰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에 저지르거나 일으키지는 않는다고 느껴요.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따돌리기 장난’을 벌이는 일이 꽤 흔하다고 느껴요. 그러면 이때에 ‘따돌림을 받는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거절당하면?” “거절당하지 않아. 게다가 거절하는 애라면 친구 안 해도 돼. 괜찮아. 내가 호의를 갖고 대하면 상대도 호의를 갖고 응할 거야. 호의에는 호의, 악의에는 악의. 상대는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야.” (22쪽)


‘‘진짜 시시하지?’ 미유는 웃으며 그렇게 말했지만, 그 시시한 일로 계속 고민하고 상처받았던 난 그럴싸하게 웃을 수 없었다.’ (34쪽)



  아이들이 학교에서 무리를 짓습니다. 저마다 마음에 드는 짝꿍을 찾거나 동무를 찾아서 무리를 짓습니다. 커다란 무리가 있고 둘이서 조그맣게 이루는 무리가 있습니다. 여러 가지 무리가 생길 텐데, 어느 무리에도 들지 못하는 아이가 어김없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무리에도 들지 못하는 아이를 넉넉하게 받아들이는 무리도 있을 테지만, 못 본 체하거나 안 받아들이려는 무리도 있을 테지요.


  아이들은 ‘시시한 일로 따돌림받는 생채기’를 쉽게 씻을 수 있을까요? 아이들은 ‘시시한 일로 누군가를 따돌린 짓’을 마음에서 쉽게 지울 수 있을까요? 따돌림받은 아이가 마음에 생채기가 남은 일을 둘레에서는 어느 만큼 헤아릴 만할까요? 누군가를 따돌리는 아이들은 이렇게 누군가를 따돌리면서 ‘즐거움’이나 ‘기쁨’이나 ‘웃음’이나 ‘노래’가 흐를 수 있을까요? 누군가를 따돌리는 사람은 마음속에 사랑이라는 씨앗을 심거나 가꿀 수 있을까요? 누군가를 따돌리는 짓을 하는 사람은 ‘누가 나를 이처럼 따돌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사로잡혀서 자꾸자꾸 새롭게 누군가를 따돌리는 짓을 하고 또 하는 뺑뺑이에 갇히지는 않을까요?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단다. 아픈 게 아닌 이상, 미유도 누군가가 들어주길 바라고 있을지 몰라.” “…….” “넌 이대로 괜찮다고 생각해?” “난, 거짓말을 한 건 충격이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금 같은 상황은 뭔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91쪽)


“옆에 있는 훌륭한 아파트가 집이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해.” “나한테는 사실대로 말해 주면 좋았을걸!” “그렇게 생각했어. 손가락 걸고 약속한 날 집에 가서 엄청 후회했어. 내일 학교에 가면 사실대로 말해야지 하고.” (96쪽)



  만화책 《은빛 숟가락》에 나오는 어린 가시내한테는 ‘말을 섞을 사람’이 있습니다. 비록 따돌림을 받는다지만, 마음으로 사귀는 벗이 있어서 아픔을 털어놓습니다. 이 아이 어머니는 아이가 스스로 말을 털어놓을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려 줍니다. 이윽고 아이가 어머니한테 그동안 겪은 일을 털어놓자 어머니는 다시금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면서 ‘이 실타래를 아이가 스스로 어떻게 풀면 좋을까’ 하는 이야기를 조용히 들려줍니다.


  만화책을 읽으면서, 만화책에 나오는 여러 사람 모습을 살피면서, 만화책에 나오는 온갖 이야기를 읽으면서, 조용히 생각에 잠겨 봅니다. 따돌림을 벌이는 아이들은 틀림없이 ‘바보스러운 장난과 얽힌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 즐겁게 어우러지는 이야기’를 바라리라 느낍니다. 겉치레로 탈을 쓰는 바보짓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 허물없이 살가이 나눌 이야기를 바라리라 느껴요.


  사랑을 받지 못하는 터전에서 지내기에 그만 이웃이나 동무를 따돌리고 말리라 느껴요. 사랑을 받는 터전에서 지내기에 이웃이나 동무한테도 늘 스스럼없이 기쁘게 사랑을 나눌 수 있을 테고요. 그러니까 누군가를 따돌리는 아이가 있다면 이 아이는 틀림없이 ‘사랑받지 못하는 살림’을 누리느라 괴로운 아이라고 느낍니다.



‘내일 학교에서 지낼 일은 일단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오늘은 둘이서 새콤달콤한 구운 사과를 먹자. 아마 조만간 비가 그치고 맑게 갠 하늘에는 무지개도 뜰 거야.’ (98쪽)



  아이는 스스로 씩씩하게 서면서 새로운 하루를 꿈꿉니다. 다른 것은 더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오늘 이 자리에서 ‘마음 아픈 동무’가 스스로 아픔을 털고서 새롭게 일어서기를 바라면서 따사로이 지켜보고 싶다는 꿈을 키웁니다. 이러면서 이 아이도 스스로 더욱 씩씩하게 서자는 다짐을 합니다.


  스스로 웃으려 마음을 쓰면서 참말 스스로 웃음을 짓습니다. 스스로 노래하려 마음을 기울이면서 참말 스스로 노래를 짓습니다. 스스로 사랑스러운 살림을 바라면서 참말 스스로 사랑스러운 손길로 살림을 짓습니다.


  머잖아 비가 그쳐요. 머잖아 맑게 개요. 머잖아 해도 뜨고 무지개도 떠요. 여느 집과 마을과 고장에 언제나 따사로운 숨결이 파란 하늘처럼 싱그러이 흐를 수 있기를 빌어 봅니다. 2016.7.1.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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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2
나치 미사코 지음, 이기선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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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633



곁에 있는 숨결하고 마음으로 얘기 나누기

― 네가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2

 나치 미사코 글·그림

 이기선 옮김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펴냄, 2016.2.25. 7000원



  우리 집 큰아이가 나비를 잡습니다. 처음에는 못 본 척합니다. 한 마리를 틀림없이 잡았는데 또 잡는다고 부산을 떨기에 넌지시 물어봅니다. “벼리야, 나비를 잡으면서 나비한테 물어보았니?” “응? 뭘?” “나비한테 널 잡아도 되느냐고.” “…….” “나비는 너한테 잡히려고 태어났을까, 아니면 나비는 꽃을 찾아 날아다니려고 태어났을까?” “…….” “누가 벼리를 잡아서 좁은 곳에 가두면, 벼리는 어떤 마음이 될까?” “싫어.” “그러면, 나비를 잡아서 좁은 곳에 가두면, 나비는 그 좁은 곳에서 숨을 쉴 수 있을까?”


  아이는 한참 머뭇머뭇하다가 나중에 나비를 풀어 줍니다. 좁은 곳에 갇혔던 나비는 날갯짓을 제대로 못하다가 이내 홀가분하게 날아갑니다. 그렇지만 아이는 하루 지난 뒤에 다시 나비를 잡는 놀이를 합니다.



“아, 고론은 꿈속에서 엄마와 형제들을 만나고 있어요.” (29쪽)


‘흰 고양이는 행운을, 검은 고양이는 지혜를 준다고 들은 적이 있지만, 당신의 고양이가 보여주는 꿈에 이길 수는 없어요. 당신을 향한 사랑으로 가득한 꿈에는.’ (36쪽)



  나치 미사코 님 만화책 《네가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AK커뮤니케이션즈,2016) 둘째 권을 읽습니다. 2014년 가을에 첫째 권이 나왔고, 한 해 반 만에 둘째 권이 나옵니다. 번역이 좀 늦구나 싶지만, 둘째 권이 나왔으니 반가운 노릇입니다.


  이 만화책은 ‘고양이 마음을 읽는 아가씨’가 나옵니다.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은 많지만 ‘고양이 마음을 읽는 사람’은 그리 안 많다고 해요. 그래서 고양이를 기르거나 가까이하기는 하되 정작 고양이는 어떤 마음인가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드물다고 합니다. 이때에 ‘고양이 마음을 읽는 아가씨’가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고 해요. 고양이 마음을 읽고 싶어서 답답한 사람들 마음을 풀어 준다고 합니다.



‘새끼 고양이들은 알고 있었다. 자신들은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걸. 그래서 안아 줄 손을 기다렸다.’ (81쪽)


“빵, 안전한 장소가 준비돼 있는데 왜 인간을 피하는 거니?” “흥! 안전한 장소라고? 난 갇혀 사는 거 싫어. 밖에는 팔짝팔짝 뛰어오르는 작은 벌레들이 엄청 많아서 언제든 놀 수 있어. 들판은 최고야.” (116쪽)



  고양이 마음은 어떻게 읽을 수 있을까요? 고양이 마음을 읽기는 어려울까요? 어쩌면 ‘고양이 마음’쯤이야 대수롭지 않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사람 마음’도 못 읽는데 왜 고양이 마음까지 읽어야 하느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가만히 헤아려 보면 그렇지요. 우리는 우리 곁에 있는 사람이 어떤 마음인가를 제대로 못 읽거나 안 읽곤 합니다. 우리 둘레에 있는 수많은 사람이 어떤 마음인가를 놓치거나 고개를 돌리기도 합니다. 이 땅에서 함께 사는 수많은 나라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어떤 마음으로 어떤 살림을 짓는가 하는 대목을 아예 모르기까지 합니다.


  서로서로 마음을 안 읽거나 못 읽기 때문에 전쟁무기를 자꾸 만들어서 전쟁을 일으키리라 느껴요. 서로서로 마음을 읽으면서 어깨동무를 한다면 전쟁무기가 없이도 얼마든지 평화를 이루리라 느껴요. 만화책 《네가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고양이 마음을 읽는 이야기가 흐릅니다만, 이 만화책에 나오는 ‘고양이’를 ‘이웃’이나 ‘동무’나 ‘한식구’로 바꾸어서 생각해 볼 노릇이지 싶어요. 우리가 함께 지을 사랑과 삶을 생각해 보아야지 싶어요.



“(고양이) 도라는 유키의 친구니?” “네.” “그럼 도라를 찾아볼까?” “어떻게요?” “마음속으로 도라를 부르는 거야.” “마음속으로?” (160∼161쪽)


“난 널 훌륭한 고양이라고 생각해. 무엇보다 자신의 삶의 방식을 지켜 나가고 있잖아? 너와 헤어지는 건 슬프지만 네 마음을 존중하겠어. 우리랑 갈지 여기 남을지 네가 결정해.” (186쪽)



  ‘고양이 마음을 읽는 아가씨’는 길고양이를 찾는 아이한테 넌지시 얘기합니다. 그 길고양이를 찾고 싶다면 ‘마음속으로’ 불러 보라고 얘기해요. 아이는 놀라지요. 이제껏 마음속으로 그 길고양이를 불러 보아야지 하고 생각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자, 이 대목에 실마리가 있어요. 고양이 마음은 어떻게 읽을까요? 바로 ‘내 마음’을 기울여서 읽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어요. 고양이 마음을 읽으려면 ‘내 마음’을 먼저 고양이한테 보내야 해요. 내가 널 사랑한다고, 내가 널 아낀다고, 내가 널 좋아한다고, 내가 널 그린다고, 내가 널 바란다고, 내가 널 반긴다고, 내가 널 따사히 품고 싶다고, 이런 마음을 먼저 보내야 고양이가 이 마음을 받고는 나한테 마음을 보내 줄 수 있어요.


  사람하고 사람 사이에서도 이와 같으리라 느껴요. 아이하고 어른 사이뿐 아니라, 아이하고 아이 사이에서도, 또 어른하고 어른 사이에서도, 서로 따사롭고 너그러우면서 보드랍게 마음을 주고받을 적에 비로소 아름다운 사랑을 이루리라 봅니다. 2016.6.27.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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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의 숲 26 한정판 - 완결
이시키 마코토 지음, 양여명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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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632



‘끝’이 끝이 아닌 이야기

― 피아노의 숲 26

 이시키 마코토 글·그림

 양여명 옮김

 삼양출판사 펴냄, 2015.6.14. 6500원



  이시키 마코토 님이 빚은 만화책 《피아노의 숲》(삼양출판사) 스물여섯째 권이 나왔습니다. 스물다섯째 권으로 모든 이야기를 마무리짓는구나 하고 느꼈는데 한 권이 더 나왔습니다. 이제 스물여섯째 권은 참말로 ‘끝’을 맺는 이야기이리라 생각합니다. 설마 여기에서 일부러 한 권을 더 늘리지는 않을 테지요. 스물여섯째 권은 ‘추억의 미니 화보집’이라고 해서, 첫째 권부터 스물다섯째 권에 이르는 겉그림을 한 자리에 모으는 조그마한 책을 선물로 붙여 주었습니다.



“너의 피아노는 우연인지 기적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 안에서는 대 사건이었어.” “고맙습니다. 저에게 있어서도 모든 게 대 사건이에요. 피아노는 우연이 아니었다고 믿고 싶지만, 결과는 기적이네요.” (12쪽)



  ‘숲 가장자리’에서 태어나 마을이나 학교나 사회에서 온통 버림이나 따돌림을 받는 터전을 겪어야 하던 ‘이찌노세 카이’는 ‘아지노 소우스케’를 만나면서 새로운 길로 접어들었어요. 카이는 숲에 버려진 피아노를 오직 제 놀잇감이자 놀이동무로 삼으면서 어린 나날을 보냈는데, 카이가 숲에서 찾은 버려진 피아노는 바로 ‘아지노가 버린 피아노’였다지요. 아지노는 사고로 한손을 쓸 수 없는 몸이 되면서 피아노를 스스로 버렸는데, 마침 아지노가 버린 피아노가 뜻밖에 ‘숲 가장자리’로 흘러들었고, 그곳에서 외톨이처럼 자라던 카이가 ‘버려진 피아노’를 버려진 피아노가 아니라 ‘숲을 밝히는 고요한 새 피아노’로 여겼어요.



“불만이 있으시면 다음부턴 회장님이 이곳에 오셔서, 직접 그 귀로 경연자들의 피아노를 들어 주세요!” (41쪽)



  만화책 《피아노의 숲》은 바로 이 같은 줄거리로 첫머리를 열었습니다. 버려진 마을과 버려진 아이가 버려진 연주자한테서 버려진 피아노를 만나는 이야기가 첫 줄거리예요. 이 다음부터는 아지노가 ‘작은 초등학교 음악 교사’로 일하면서 살림돈을 버는 줄거리가 흐르고, 이때에 카이를 만나는 줄거리가 흐르지요. 아지노는 이녁이 버린 피아노가 ‘피아노도 노래도 배운 적이 없는 시골스러운 아이’가 마음껏 치는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라요. 바야흐로 새로운 눈을 뜬다고 할까요. 이제껏 배운 모든 것이 무너졌다고 할까요.


  아지노는 카이를 만나면서 새로운 삶을 꿈꾸기로 하지요. 아무것도 모르지만 모든 것을 하는 카이를 보면서, 이 아이가 앞으로 ‘모든 것’을 새롭게 익혀서 ‘어떤 것’도 카이 마음대로 이룰 수 있도록 길동무가 되겠노라 하고 꿈을 꾸어요.



“이찌노세 군은 앞으로 자신의 피아니스트로서의 인생에 있어서, 당신을 피아니스트로 복귀시키는 일이 절대 불가결이라고 하더군요.” “네?” “그렇게 말하며 저에게 당신의 수술을 의뢰해 왔습니다.” ‘뭐?’ “수술 얘기는 이찌노세 군이 아니라, 모두 당신의 이야기입니다. 아지노 씨. 사고로 부상을 입은 당신의 왼손 얘기입니다.” (108∼109쪽)



  아지노한테서 피아노와 노래와 삶과 살림과 사랑 모두를 처음으로 배우는 카이는 아지노한테서 배우면 배울수록 ‘고마움’과 함께 ‘기쁨’을 누리는데, 여기에 한 가지 마음을 더 키웁니다. 무엇인가 하면, ‘숲 가장자리 마을에서 버려진 아이’처럼 따돌림과 괴롭힘을 받던 저를 살려내면서 키운 아지노한테 무언가 하나 ‘선물’을 하고 싶다는 꿈을 키우지요.


  이 꿈은 바로 ‘한손을 사고로 잃어 피아노 연주자로 더는 뛰지 못하는 아지노’한테 ‘사고로 잃은 한손’을 되찾도록 하는 일입니다.


  아지노가 한손을 잃다시피 한 때에서 스물다섯 해가 흐른 때에는 ‘옛날에는 할 수 없던 수술’을 ‘이제는 손쉽게 할 수 있는 수술’로 바뀌었다고 해요. 참말 그렇겠지요? 만화책 《피아노의 숲》이 처음 나오던 때만 하더라도 인터넷은 그리 발돋움하지 않았고, 손전화도 그냥 ‘전화만 되던 손전화’였습니다. 만화책 주인공인 아지노한테 스물다섯 해가 흐른 나날뿐 아니라, 이 만화책이 나오고 또 나오며 기나긴 해가 흐른 나날을 돌아본다면, 참으로 모든 것이 아주 새롭도록 달라지거나 거듭났습니다.



“아지노의 손이 피아노를 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아지노는 그런 생각이 없더라도요. 그만큼 피아노를 쳐 왔던 손은, 손가락은, 무대에 오르고 싶어 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129쪽)



  만화책 《피아노의 숲》은 ‘즐거운 끝(해피엔딩)’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느 모로 보면 ‘즐거운 끝’이지만, 곰곰이 돌아보면 좀 다른 말을 해야지 싶어요. 즐거움은 언제나 있었거든요. 카이가 숲 가장자리 마을에서 살며 학교나 사회에서 따돌림이나 괴롭힘을 받았을 적에도 카이는 늘 ‘버려진 피아노를 치면서 즐거움을 스스로 지었’어요. 그러니까 카이로서는 늘 ‘즐거운 삶’이에요. 이런 카이한테 아지노는 ‘새로운 삶’을 선물했고, 카이도 스스로 ‘새로운 삶’을 더 힘차게 가꾸었습니다.


  이 흐름에서 아지노만큼은 스스로 ‘즐거운 삶’도 ‘새로운 삶’도 북돋우거나 가꿀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피아노의 숲》 스물여섯째 권 이야기에서 카이가 아지노를 일깨워서 ‘낡은 틀’을 버리고 ‘아지노 선생님 스스로 마음 깊이 하고 싶은 그 일’을 해야 한다고 자꾸자꾸 건드립니다. 선생님한테서 “바보구나!” 하는 소리를 듣더라도 ‘쇼팽 콩쿠르 우승자’로서 엄청난 돈과 이름값을 거머쥘 수 있는 자리까지 가볍게 내려놓으면서 ‘아지노 선생님이 한손을 되살리는 길을 걷도록’ 곁에서 새로운 길동무가 되어 줍니다.



“내 일 따위는 어찌되든 좋아! 너는 너 스스로의 일만 생각하면 돼!” “어찌되든 좋지 않아요! 나는 말이죠, 아지노랑 연습하는 게 100배는 더 중요하다구요!” “바보구나!” (254쪽)



  이리하여 《피아노의 숲》은 스물다섯째 권에서 ‘카이가 아름답게 우승하는 모습’으로 한 번 끝을 맺었지만, 스물여섯째 권에서 ‘카이와 아지노가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모습’으로 다시금 끝을 맺습니다. 우리도 누구나 무엇이든 스스로 마음에 품는 대로 하거나 이룰 수 있다는 이야기를 넌지시 들려주며 새롭게 끝을 맺습니다.


  피아노를 빼어나게 쳐야 하는 삶이 아니라, 어떤 일을 뛰어나게 해야 하는 살림이 아니라, 언제 어디에서나 늘 즐거움과 기쁨으로 사랑을 가꾸는 꿈을 마음에 품을 적에 날마다 새롭구나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하는 《피아노의 숲》이리라 생각합니다. 2016.6.26.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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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우다이家 사람들 3 삼양출판사 SC컬렉션
모리모토 코즈에코 글.그림, 양여명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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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630



사람을 만나 사랑을 이루는 길

― 코우다이 家 사람들 3

 모리모토 코즈에코 글·그림

 양여명 옮김

 삼양출판사 펴냄, 2016.5.6. 7000원



  모리모토 코즈에코 님 만화책 《코우다이 家 사람들》(삼양출판사,2016) 셋째 권을 읽습니다. 꿈나라에 젖어들면서 스스로 기쁨이나 슬픔을 일으키는 아가씨는 예나 이제나 이 같은 모습을 그대로 잇습니다. 다른 사람 마음을 읽을 줄 알지만, 이렇게 다른 사람 마음을 읽으면서 외려 스스로 마음을 굳게 닫으면서 지내던 젊은 사내는 꿈나라 아가씨를 마주하면서 차츰 마음을 부드럽게 열고, 이윽고 ‘함께 있으면서 마음이 느긋하고 즐거운 사람’이 바로 코앞에 있다는 대목을 깊이 깨닫습니다. 이리하여 젊은 사내는 꿈나라 아가씨하고 혼인을 하고 싶은데, 이 젊은 사내 집안에서 어머니 한 사람이 손사래를 쳐요. 모든 일에 빈틈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여기는 어머니는 꿈나라 아가씨가 어쩐지 맹하거나 멍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엄마가 무슨 말을 해도 우리가 결혼하는 거랑은 관계없으니까.” “그렇다면, 우리들, 사랑의 도피를 하는 거야?” (16쪽)


“어쨌든 엄마의 허황된 얘기는 잊어 줬으면 좋겠어.” “응.” ‘그치만 미츠마사 씨의 어머니인걸. 잊고서 결혼을 하다니, 나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야.’ (19쪽)



  우리는 어떤 사람을 좋아할 만할까요? 나를 돋보이게 해 줄 만한 사람이라면 좋아할 만할까요? 나한테 돈을 선물해 줄 만한 사람이라면 좋아할 만할까요? 내 일을 덜어 줄 만한 사람이라면 좋아할 만할까요? 이와 달리 나를 돋보이게 해 주지 않을 만하면 안 좋아할 만할까요? 나한테 돈을 안 줄 만한 사람이라면 안 좋아할 만할까요? 내 일을 안 덜어 줄 만한 사람이라면 안 좋아할 만할까요?


  만화책 《코우다이 家 사람들》을 이끄는 주인공 사내는 오직 하나를 생각하면서 한 사람을 바라봅니다. 사랑스러우면서 평화로운 마음으로 꿈을 짓는 생각이 있느냐라고 하는 모습 하나를 살피면서 바라보아요. 이 만화책을 이끄는 주인공 가시내는 마음속으로 꿈을 짓듯이 그리는 사랑 하나만 바라보고요.



“할머니도 찬성이라면 엄마를, 어떻게든 하는 거, 도와줄 거지?” “만나기 전부터 난 찬성이야.” “어?” “미츠 너를 보고 곧바로 알았지. 넌 셋 중에서도 가장 타인과 엮이지 않으려 하잖니. 어릴 적부터 마음속에 벽을 만들고선 틀어박혀 있었어. 그랬는데 그 벽이 지금 좋은 느낌으로 허물어지고 있는 게 느껴지거든.” (26∼27쪽)



  무엇을 바라보든 좋거나 나쁘지 않다고 느낍니다. 무엇을 바라보든 모두 우리 삶이나 살림이 된다고 느낍니다. 무엇을 바라보든 스스로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 때라야 즐거울 수 있다고 느낍니다. 나한테는 좋아도 너한테는 안 좋을 수 있겠지요. 너한테는 좋아도 나한테는 안 좋을 수 있을 테고요. 어느 쪽이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어느 쪽이 되든 내가 스스로 내 삶과 살림을 즐겁게 짓겠다고 하는 생각이 될 수 있어야지 싶어요.


  이리하여 만화책에 나오는 두 주인공은 이 길대로 씩씩하게 나아갑니다. 다른 눈치를 보지 않아요. 스스로 가장 좋아할 만한 길을 생각하고, 스스로 가장 사랑할 만한 길을 걸으려 하며, 스스로 가장 꿈꾸는 아름다운 살림을 함께 지으려 합니다.



“정말이지, 별 시답잖은 능력을 유전시켜서 미안하구나.” “무슨 말이야. 이제 와서.” “타인의 마음 같은 걸 읽을 수 있으면 살아가기 힘들잖니. 함께 있어도 마음 편한 타인은 좀처럼 없지. 그런 의미에서, 줄곧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과 만나는 건 정말 행운인 거야. 소중히 대하렴.” (28쪽)



  사람을 만나서 사랑을 이루는 길을 갑니다. 내가 너를 만나서 사랑을 이루고, 네가 나를 만나서 사랑을 이룹니다. 너랑 나는 서로서로 모든 것을 빠짐없이 갖추었기에 사랑할 만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없는 맨몸이거나 빈손일 수 있으나, 즐겁게 새로 짓는 기쁨을 누리려고 하는 꿈을 키우기에 아름답게 사랑을 합니다. 우리는 빈털터리이거나 알몸뚱이라 하더라도 활짝 웃으면서 노래하는 마음이 되기에 홀가분하게 사랑을 합니다. 2016.6.24.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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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코와 술 5
신큐 치에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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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631



아이 같은 마음으로 술 한잔 즐기는 아가씨

― 와카코와 술 5

 신큐 치에 글·그림

 문기업 옮김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2016.4.25. 8000원



  만화책 《와카코와 술》은 일본에서 만화영화와 연속극으로도 나왔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이 작품을 연속극으로 새롭게 꾸몄다고도 해요. 나는 집에 텔레비전을 들이지 않았고 방송을 보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이 만화를 연속극으로 새롭게 꾸며서 내보냈는지를 여태 몰랐습니다. 한국에서는 연속극으로 새롭게 꾸미면서 〈나에게 건배를〉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합니다.


  만화책에는 ‘와카코’라고 하는 젊은 아가씨가 혼자 술집을 다니면서 술맛을 즐기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굳이 술동무를 찾지 않고, 딱히 술벗을 바라지 않습니다. 이러한 줄거리이니 한국에서 새로운 연속극을 꾸미면서 “나에게 건배를” 같은 이름을 붙일 만하겠구나 하고 느낍니다.


  참으로 그렇지요. 바로 내가 나한테 술잔을 짠하고 부딪힙니다. 바로 내가 나한테 ‘너 오늘 하루 씩씩하게 잘 보냈어!’ 하고 북돋우면서 술 한잔 내밀 만합니다.



사람의 따뜻한 온기를 느낀 날에는 따뜻한 술로 마무리하고 싶다. (11쪽)


이 굴에 우스터소스, 케첩, 마요네즈라는 3대 어린이 양념을 찍어 먹는 거야. 들썩이는 마음을 억누르며 맥주를 한 모금. (38쪽)



  만화책 《와카코와 술》 다섯째 권 첫머리를 보면, 아침에 낯선 사람한테서 따스함을 느낀 기쁨을 저녁에 술 한잔으로 마무리하겠노라 하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이러한 기쁨은 굳이 술이 없어도 얼마든지 누릴 만하지만,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혼자 호젓하게 술 한잔을 즐기면서 더욱 새삼스레 기쁨을 북돋울 수 있을 테지요.


  그런데 만화책 주인공 와카코는 저녁에 찾아간 술자리에서 ‘이녁도 모르는 사이’에 낯선 옆자리 사람한테 따스한 손길을 베풉니다. 아무것이 아니라 할 만한 손짓이었지만, 이 손짓으로 옆자리에 앉은 사람은 쏠쏠히 도움을 받았고, 도움을 받은 옆자리 사람은 웃음으로 고맙다고 인사를 합니다.


  기쁨은 기쁨으로 이어지는 셈일까요. 내가 받은 기쁨은 내가 남한테도 스스럼없이 나누어 주는 기쁨이 되는 셈일까요. 아니, 남이 나한테 기쁨을 베풀지 않아도 내가 스스로 얼마든지 다른 사람한테 기쁨을 나누어 줄 수 있겠지요.



아침술은 어떤 맛일까. 아침부터 술을 마신다는 배덕감을 초월해, 오히려 상쾌한 기분이 다 들어. (44쪽)


튀김의 풍성함. 매실과 차조기의 산뜻함. 야채, 고기. 정성을 가득 담아 만든 색이 선명한 요리라 소주와 한층 더 잘 어울리는구나. (69∼70쪽)



  신나게 밥을 짓습니다. 나는 내가 먹을 밥을 늘 스스로 짓는다고 할 텐데, 곁님하고 아이들이 먹을 밥을 늘 손수 짓습니다. 엊그제 아침에 미역을 불리니 이 모습을 본 곁님이 무척 반깁니다. 미역국이 더없이 맛있으니 반갑다고 한마디를 합니다. 처음에는 그런가 하고 그저 그렇게 여겼는데, 냄비에 밥물을 맞추어 불을 올리고 나서 미역국에 넣을 무를 썰고 소고기를 헹구다가 문득 다시 생각해 보았어요. 늘 밥을 지어서 차리는 사람으로서 ‘맛있다’라든지 ‘반갑다’라든지 ‘즐겁다’ 같은 아주 짤막한 한 마디를 들으면, 그때에는 몰라도 나중에 밥을 차리고 치울 적에 알게 모르게 힘이 되는구나 싶습니다.


  아이들하고 밥상맡에 즐겁게 둘러앉아 한 끼니를 맛나게 먹습니다. 밥그릇을 비우고 밥상도 이럭저럭 치운 뒤에 막걸리 한잔을 밥상맡에 올려 봅니다. 만화책에 나온 젊은 아가씨만큼은 아닐 테지만, 나도 혼자서 술 한잔을 즐겨 보자는 생각이 듭니다. ‘술을 이야기하는 만화’를 읽을 적에는 이렇게 술 한잔을 옆에 놓고서 읽어도 재미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느긋하게 즐기고 싶은 시간이기는 하지만, 술을 마실 때 말 상대가 되어 줄 사람이 있다는 것도 꽤 즐거운 것 같아. 술과 안주가 맛있기도 하지만, 역시 이런 것도 밖에서 마실 때의 즐거움이겠지? (98쪽)


아아아, 아아아아, 이 작은 한 접시 안에 감동이 살아 있구나. (102쪽)



  만화책 《와카코와 술》이라는 작품은 ‘맛난 술’이 얼마나 맛난가를 전문가처럼 짚지 않습니다. 이 만화책은 ‘맛난 술을 빛내는 안주’가 얼마나 훌륭한가를 전문가처럼 조목조목 밝히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요리법(레시피)’은 하나도 안 다룹니다.


  마치 아이들처럼 밥 한 그릇을 기쁘게 맞아들이는 마음이 흐르는 이야기라고 할 만합니다. 아이들은 밥상맡에서 이 밥이나 국이나 반찬을 ‘어떻게 지지고 볶고 삶고 다듬고 했는가’를 묻거나 따지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저희 입에 들어오는 밥이 얼마나 ‘맛있’는가를 생각할 뿐입니다. 아이들은 저희가 수저를 들고 먹는 이 밥으로 얼마나 ‘즐거운’가를 헤아릴 뿐입니다.


  다시 말해서 아이들처럼 가볍고 산뜻한 마음으로 술 한잔을 즐기는 젊은 아가씨 삶이 차분하게 드러나는 만화책 《와카코와 술》이라고 할 만해요. 대단한 ‘미식가’도 아니고 놀라운 ‘맛집 찾기’도 아닌 만화입니다만, 수수한 삶을 수수하게 사랑하고 수수하게 누리는 기쁨을 조용히 드러내는 만화라고 할 만하다고 느낍니다.



코리아타운을 산책. 풍겨 오는 불고기의 향기. 가게 앞에 늘어선 다양한 김치와 부침개. 모든 게 매력적. 이렇게 쭉 늘어놓아서 그런지 다른 음식도 덩달아 맛있어 보인다. 그래서 아무 가게나 얼른 들어가 한잔 마시고 싶은 그런 충동에 자꾸만 휩싸인다. (137쪽)



  《와카코와 술》 다섯째 권 끝자락에는 ‘코리아타운’을 사뿐사뿐 걷다가 떡볶이에 막걸리를 즐기는 모습이 흐릅니다. 떡볶이에 막걸리라니! 한국에도 이처럼 분식하고 술을 즐기는 곳이 있나 하고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떡볶이라면 아이들하고 즐기는 한 끼니라고만 여겼는데, 술을 좋아하는 이라면 이렇게 어우를 수 있겠구나 싶군요. 떡볶이에 곁들이는 튀김도 멋진 술안주라고 말하는 대목을 보면서, 술꾼(또는 술님) 눈길로는 이렇게 볼 수 있구나 싶기도 해요.


  그리고 만화책에 나오는 막걸리 한 병(페트병) 값은 1000엔입니다. 일본사람으로서는 막걸리 한 병에 1000엔이 여느 값일 테지요. 한국에서는 막걸리 한 병에 1000원 언저리이지만요. 다시금 재미있네 하고 생각하면서 다섯째 권을 덮습니다. 2016.6.17.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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