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사세요!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24
에스퍼 슬로보드키나 글 그림, 박향주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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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468


《모자 사세요》

 에스퍼 슬로보드키나

 박형주 옮김

 시공주니어

 1999.8.20.



  갓장수는 갓을 사랑합니다. 갓장수가 쓴 갓도 아끼고, 마을에 팔려고 머리에 차곡차곡 얹는 모든 갓도 아끼지요. 갓을 팔기에 갓을 그야말로 ‘갓(멧갓)’처럼 높이높이 올리면서 걸어요. 대단하지요. 온마음을 갓에 기울이니 참으로 멋스러운 몸놀림이 되는구나 싶습니다. 갓장수는 가게를 차려 갓을 팔지 않아요. 들길을 걷고 멧골을 넘으며 시냇물을 가로지르다가 나무 곁에서 낮잠을 누리며 갓을 팝니다. 이러다가 잔나비를 만나지요. 잔나비는 갓장수가 하는 몸짓을 하나하나 따라해요. 《모자 사세요》는 1940년에 처음 나왔다고 합니다. 그무렵이라면 우리나라뿐 아니라 푸른별 웬만한 나라가 총칼이며 군홧발로 벅찼을 텐데, 들길에 멧골에 시냇물에 잔나비를 두루 담아낸 붓결이 사랑스럽습니다. 그림님 마음에는 언제나 푸르게 흐르는 바람이 있었구나 싶어요. 갓장수 걸음걸이에, 갓장수 손짓에, 갓장수 낮잠에, 갓장수 말 한 마디에, 우리가 함께 살아가며 가꿀 이 별을 아끼는 숨결을 담고 싶었다고 느낍니다. 우리는 무엇을 사고파나요? 우리는 무엇을 나누나요? 우리는 서로 어떤 말을 하고, 어떤 몸짓으로 마주하나요? 가을이 익는 밤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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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동고비 하야비 너른세상 그림책
권오준 지음, 신성희 그림 / 파란자전거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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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482


미운 동고비 하야비

 권오준 글

 신성희 그림

 파란자전거

 2017.6.10.



  우리는 사람이니까 사람눈으로 본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고래라면 고래눈으로 볼 테고, 모기라면 모기눈으로 볼 테며, 구름이라면 구름눈으로 볼 테지요. 사람이기에 사람눈으로 보아 마땅할는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너랑 나 사이에서는 어떨까요? 같은 사람이어도 너랑 나는 서로 다르게 봐요. 네가 보는 대로 내가 보지 않고, 내가 보는 대로 네가 보지 않아요. 그래서 곧잘 다툼이 생기고 싸움이 벌어지며 겨루기 일쑤입니다. 《미운 동고비 하야비》는 동고비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지만, 처음부터 ‘미운’이라고 꼬리말을 붙이며 ‘새 눈길’이 아닌 ‘사람 눈길’로 따져 버리고 맙니다. 어쩌면 “미운 새끼오리”를 살그머니 흉내내려 했는지 모르겠으나, 섣불리 밉다느니 곱다느니 싫다느니 좋다느니 하고 잣대를 들이밀지 않기를 바라요. 강아지풀더러 넌 왜 그 꼴이느냐고 따질 수 없어요. 동백나무더러 넌 왜 그 모습이냐고 따질 수 없습니다. 제비더러 넌 왜 그렇게 나느냐고 따질 수 있을까요? 모든 사람이 다르듯 모든 새가 다르며, ‘같은 갈래 새’일 적에도 다 다른 숨결입니다. 이 대목을 헤아리면서 이웃 숨빛을 마음으로 맞아들이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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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에
문명예 지음 / JEI재능교육(재능출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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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481


《여름밤에》

 문명예

 재능교육

 2019.8.26.



  비가 잦은 올여름에는 별밤을 거의 못 누렸습니다. 가을에 접어들어도 비가 잦으니 트인 별밤을 좀처럼 못 보았는데, 오늘은 한밤에 눈을 뜨고 마당에 내려서면서 눈부신 밤하늘을 오랜만에 만납니다. 쏟아지는 별빛은 마을 군데군데 있는 전깃불빛하고 대지 못합니다. 전깃불빛을 볼 적에는 눈이 따갑다면, 별빛을 볼 적에는 눈이 환하게 열려요. 《여름밤에》에 나오는 밤빛은 어떠한 길일까요. 자동차가 넘치거나 가게가 끝없거나 아파트로 꽉 메운 터전이라면 무슨 밤빛이 있을까요? 그린님은 큰고장 한켠에서 개랑 바람을 쐬러 나오면서 숨을 돌리지 싶어요. 사람하고 사람이 바람을 쐰다면 찻집이나 책집이나 놀이터나 가게에 갈 테지만, 개를 이끌고 바람을 쐴 적에는 흙이나 풀이나 나무가 있는 데로 가겠지요. 이때 문득 생각해 보면 좋겠어요. 사람하고 사람이 나들이를 갈 적에 서로 어디에서 홀가분하면서 즐거울까요? 어디에서 새롭게 이야기가 흐를까요? 시멘트랑 아스팔트로 빼곡한 큰고장이어도 손바닥쉼터에서 밤빛을 살풋 누린다면, 시멘트도 아스팔트도 멀리하는 숲을 품는 보금자리에 있다면, 그야말로 쏟아지는 별빛처럼 이야기가 넘치겠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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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붕어의 여름방학
샐리 로이드 존스 지음, 레오 에스피노사 그림, 이원경 옮김 / 보림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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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474


《금붕어의 여름방학》

 샐리 로이드 존스 글

 레오 에스피노사 그림

 이원경 옮김

 보림

 2020.7.1.



  2011년에 전남 고흥에 깃들고서 몇 해 동안 반딧불이를 보고, 어디에서나 흔한 흰민들레를 만나고, 마을에 제비가 쉰 마리 넘게 둥지를 틀고, 풀벌레랑 개구리랑 멧새 노랫소리가 흘러넘치고, 뒷골에서 흘러내려오는 샘물은 싱그럽고, 참으로 멋진 곳이로구나 하고 여겼습니다. 마을 아랫샘에 낀 물풀을 걷어내고 물이끼를 벗길 적마다 미꾸라지를 만나고, 게아제비에 물방개에 소금쟁이하고 빨래터에서 함께 놀았습니다만, 몇 해 앞서부터 이 모두 자취를 감춥니다. 이제 마을에서 흰민들레는 우리 집에만 남고, 반딧불이는 찾아볼 길이 없으며, 봄을 빼고는 우리 집에서만 개구리가 노래하고 풀벌레도 거의 우리 집에서만 노래하며 제비는 우리 마을에 거의 안 찾아오다시피 합니다. 《금붕어의 여름방학》은 어느 큰나라 큰고장에서 있던 일을 그렸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물놀이에 숲놀이를 즐기고픈 마음을 살그마니 담았어요. 다만, ‘살그마니’ 담을 뿐 큰고장에서 홀가분하게 피어나는 꿈까지 그리지는 못합니다. 생각해 봐요. 수돗물 아닌 냇물을 누리지 않는 곳에서 ‘사람 말고 다른 어떤 이웃’을 만날까요? 우리 삶은 언제나 놀이잔치일 때 아름답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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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을 거야 - 2021년 케이트 그리너웨이상 수상작 작은 곰자리 42
시드니 스미스 지음, 김지은 옮김 / 책읽는곰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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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478


《괜찮을 거야》

 시드니 스미스

 김지은 옮김

 책읽는곰

 2020.1.8.



  숲에서는 어떤 숨결도 작지 않습니다. 사람눈으로는 이쪽은 크고 저쪽은 작은 듯 여길는지 몰라도, 크기를 아랑곳하지 않고 모두 다르면서 즐겁게 어우러지는 숲입니다. 들에서는 어떤 목숨도 안 작아요. 어느 목숨이든 모두 알맞게 몸을 입고서 살아갑니다. 바다에서는 어떤 숨빛도 작을 턱이 없어요. 크기로 따지거나 사람이 먹는 고기로 잰다면 바다는 참 따분하지요. 《괜찮을 거야》는 “Small in the City”를 옮겼다는군요. 두 이름 사이에 틈이 ‘큽’니다. “서울(도시)에서는 작은” 어린이 삶길을 담은 그림책에 왜 “괜찮을 거야”란 뚱딴지 이름을 붙여야 할까요? 아무튼 어린이는 서울에서 너무나 작습니다. 서울이란 곳은 어린이를 터무니없을 만큼 생각조차 않는걸요. 요새는 시골마저 어린이를 아예 생각조차 안 하기 일쑤입니다. 교육부나 학교는 어린이·푸름이를 터럭만큼이나마 살필까요? 아닙니다. 모두들 아이들을 졸업장이라는 차꼬에 채워 길들이려 해요. 쉴 틈새나 놀 빈터나 푸른 들내숲 모두 치워낸 서울은 아이들한테 그지없이 차갑고 메말라요. 그나저나 차갑게 보이려고 사진을 옮긴 그림으로 엮었을까요. 사진베끼기는 그림책이 아닙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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