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최고의 딸기 길벗스쿨 그림책 12
하야시 기린 지음, 쇼노 나오코 그림, 고향옥 옮김 / 길벗스쿨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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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484


《이 세상 최고의 딸기》

 하야시 기린 글

 소노 나오코 그림

 고향옥 옮김

 길벗스쿨

 2019.3.8.



  우리 집에서 자라는 무화과나무에서 딴 열매를 먹고 나서, 가게에서 파는 무화과를 먹어 본 아이들이 퉤퉤 뱉더니 더 못 먹겠다고 내밉니다. 우리 집에서 자라는 오디라든지 감을 먹고서, 가게에서 파는 오디나 감을 먹은 아이들이 “아, 우리 집 오디랑 감이 되게 달고 좋다.” 하고 말합니다. 우리 보금자리에 뿌려서 씩씩하게 돋는 들딸기를 훑어서 맛보는 아이들은 가게에서 파는 큼지막한 ‘비닐밭딸기’가 밍밍한 수돗물 맛만 난대서 쳐다보지 않습니다. 《이 세상 최고의 딸기》는 딸기를 다루는 그림책이라서, 더구나 ‘온누리 으뜸’으로 여길 만한 딸기를 짚는구나 싶어서 읽어 보는데, 꽤 쓸쓸하더군요. 이 그림책은 ‘넘치면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운 줄 모른다’는 가르침을 들려주려고 엮었구나 싶던데, 사랑이란 늘 샘솟기 마련이에요. 아름다운 빛줄기도 언제나 넉넉히 흘러넘치지요. 무엇보다도 ‘비닐집에서 기름을 때어 한겨울에 수돗물로 기르는 밭딸기’를 그리는 대목이 아쉽습니다. 글쓴이나 그린이가 들딸기나 멧딸기나 섬딸기나 나무딸기를 맛본 적 없지 싶어요. 들맛·멧맛·섬맛·나무맛에 바람이며 햇볕을 머금은 숲맛을 보시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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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만
경혜원 지음 / 한림출판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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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479


《한 입만》

 경혜원

 한림출판사

 2017.10.30.



  ‘아이 눈’으로 바라보는 길을 아이스럽게 헤아리지 않을 적에는 ‘어른한테 길든 아이 눈’이 되기 일쑤입니다. 어른한테 길들지 않고서 아이스러운 길을 즐겁게 나아가는 ‘수수하며 빛나는 아이 눈’을 살피지 않는다면, 아이도 괴롭고 어른도 벅차요. 《한 입만》을 읽으면서 여러모로 거북하고 힘듭니다. 아이들이 이런 짓을 할까요? 아이다운 마음으로 자라서 어른이 될 적에 이런 몸짓을 보일까요? 글쎄요, “한 입만” 달라고 하면서 아구아구 몽땅 먹어치우는 짓은 아이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안 합니다. 아이들은 아무리 배가 고프더라도 혼자 먹어치우지 않아요. 혼자 먹어치우는 아이가 있다면 어른한테 길든 탓입니다. 또는 어른한테서 받은 멍울이 큰 탓이지요. 제발 아이를 길들이지 마셔요. 부디 아이를 가르치려 들지 마셔요. 그저 아이 곁에서 아이다움이 무엇인가를 느끼고 헤아리고 생각하고 짚으면서 하나하나 맞아들이셔요. 어른으로서 오늘 우리가 잊은 길을 살펴봐요. 어른다움을 잃은 어른이 아이들한테 ‘교훈’이란 이름을 내밀어 억지로 뭘 가르치거나 얘기하려 들면, 아이는 언제까지나 ‘길든 수렁’에서 허우적거리고 맙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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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자라는 빌딩
윤강미 지음 / 창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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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508


《나무가 자라는 빌딩》

 윤강미

 창비

 2019.1.8.



  인천에서 나고 자랐기에 들숲을 마주하기보다는 바다를 마주하면서 드넓은 골목을 만났습니다. 끝없구나 싶은 갯벌을 걷는다든지 바닷게를 잡거나 미꾸라지를 낚거나 조개를 캐는 놀이살림이었습니다. 어릴 적에는 노느라 바빠 골목마을에 뭐가 있는지 안 보였는데, 어른이 되어 아이를 낳고서 함께 아장걸음을 할 즈음 ‘아무리 잿빛으로 매캐한 큰고장 골목’이어도 곳곳에 들꽃이 돋고, 골목이웃은 골목밭을 가꾸며, 한 뼘이 될까 싶은 마당에 나무를 심어 꽤 우람하게 돌보기까지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더군요. 《나무가 자라는 빌딩》을 펴며 ‘아, 처음부터 그저 서울스럽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큰고장 잿빛집에서 나고 자라면서 ‘들숲’이 아닌 ‘꽃그릇’을 마주하고 맨발 아닌 신을 꿴 채 딱딱한 시멘트나 아스팔트만 디딘 아이들 마음에서는 “나무가 자라는 빌딩”쯤이 꽤 생각날개를 편 셈이요, 꽃가게에서 보았음직한 풀꽃 아니고는 더 헤아리기 어렵구나 싶어요. 아직은 이쯤밖에는 안 될 텐데, 그래도 이 첫걸음에 기운을 보태어 들풀이며 들꽃을 두 눈에 담기를 빕니다. 잿빛집을 치워내고 들집이며 숲집을 가꾸는 꿈을 마음에 담고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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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약이 엄마 그림책이 참 좋아 25
백희나 글.그림 / 책읽는곰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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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507


《삐약이 엄마》

 백희나

 책읽는곰

 2014.12.10.



  우리는 누구나 무엇이든 낳습니다. 어머니만 아이를 낳지 않아요. 어머니는 아이를 열 달이란 나날에 걸쳐 몸에 품어서 차근차근 자라도록 이끈다면, 아버지는 아이가 될 씨앗을 늘 몸에 품고 살다가 스스로 사랑으로 빛나는 숨결이 될 적에 비로소 아이를 낳는 길을 갑니다. 모든 어른은 몸에 씨앗을 품어요. 이 씨앗은 사랑으로 맺어 태어날 기쁨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미움씨나 싸움씨나 시샘씨로 나아가기도 해요. 그때그때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짓느냐에 따라 확 갈립니다. 《삐약이 엄마》에 나오는 냐옹씨는 어떤 숨결일까요? 냐옹씨는 어른이란 몸을 입기 앞서 틀림없이 사랑으로 빛나는 두 숨결이 짝을 맺어서 태어난 아이였을 테지요. 어른인 오늘 어떤 모습으로 나아갔더라도 처음에는 모름지기 사랑으로 태어났기 마련입니다. 아이에서 어른이란 몸으로 나아가는 동안 스스로 이 길을, 사랑을 받아 태어난 길인 줄 잊거나 잃었을 뿐이에요. 겉보기로 사나운 얼굴이더라도 마음은 고운 사람이 많습니다. 겉보기로 상냥한 얼굴이더라도 마음은 더럽거나 퀴퀴한 사람이 많습니다. 그대는 어느 길을 걷겠습니까? 그대는 겉속 가운데 무엇을 가꾸겠습니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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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서 인생그림책 4
변예슬 지음 / 길벗어린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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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505


《나를 찾아서》

 변예슬

 길벗어린이

 2020.6.10.



  어디에 있든 누구나 ‘나는 나’요 ‘너는 너’입니다. 그러나 틀로 가르거나 가두는 ‘졸업장 학교·공공기관·회사·공장·군대·교회’라는 곳으로 들어서면 여기는 ‘나도 없고 너도 없’습니다. ‘값(번호표·숫자)’만 있습니다. 값을 매기는 굴레요, 금을 긋는 틀입니다. 이와 달리 숲이라는 자리에는 값도 틀도 없어요. 숲이란 곳은 굴레도 틀도 아닙니다. 억지로 세운 모든 값·굴레는 나다움을 지우면서 모두 똑같이 틀에 짜맞추려는 길이라면, 스스럼없이 흐르는 숲이며 바다이며 하늘은 모두 다르게 피어나는 새길이에요. 《나를 찾아서》는 어린이한테 들려주는 이야기라기보다, ‘사회에 길든 어른’으로서 헤매고 아프고 다친 끝에 겨우 숨을 고르는 이야기라고 할 만합니다. 어린이는 ‘반짝이는 것’에 달라붙지 않거든요. 어린이는 ‘꾸미려’ 하지 않아요. 어린이는 늘 스스로 즐겁게 뛰고 달리고 놀아요. 키가 작거나 몸이 작대서 못 놀까요? 힘이 여리거나 적어서 안 놀까요? 어린이는 늘 다 다르게 놀아요. 다 다르게 놀며 새롭지요. 이러는 동안 동무가 찾아오고, 스스럼없이 다가서며 동무가 되고요. 서울을 떠나 숲으로 가면 ‘나’가 돼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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