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쓰다



  어떤 분이 나한테 묻는다. 어쩜 그렇게 글을 빨리 쓸 수 있느냐고. 나는 이분한테 되묻는다. “어떻게 글을 빨리 못 쓰시나요?” 내 되물음에 이분은 대꾸를 못하며 “네? 네?” 하고 입을 다문다. 조용히 기다리다가 몇 마디를 찬찬히 덧붙인다. “제가 왜 글을 빠르게 쓰는구나 하고 느끼실 수 있는지 모르시지요? 아주 쉬워요. 저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바로바로 아주 빠르게 생각해서 곧바로 펼쳐 보이듯이 쓸 수 있어요. 누구라도 스스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대단히 빠르게 글을 써요. 이와 달리 ‘하고 싶은 이야기’, 달리 말하자면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글을 빨리 쉽게 쓰지만, ‘써야 하는 이야기’가 있을 적에는 다들 글을 못 쓰실 뿐 아니라, 으레 마감을 넘기시더군요.” 글을 쓰는 남다른 길이란 없다. ‘쓰고 싶다는 마음’이라면 누구나 즐거이 빨리 쓴다. ‘써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면 누구나 고되며 오래 걸려서 엉성한 글을 못마땅한 느낌으로 억지로 마무리하기 마련이다. 2018.4.1.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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