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하치오지 마을우체국



  한국에서 살며 5∼7킬로미터뿐 아니라 10∼15킬로미터를 그리 멀지 않다고 여겨서 걸어다니곤 합니다. 다만 혼자 다닐 적에만 걷습니다. 아이들하고는 아직 이 만한 길을 걷지 않아요. 일본으로 혼자 마실을 나오며 2킬로미터쯤 되는 길은 참말 대수롭지 않아서 사뿐히 걷습니다. 그런데 이런 길을 일부러 큰길조차 아닌 마을길을 걷다가 깜짝 놀랄 만한 마을우체국을 보았어요. 이런 마을 한복판에 우체국이 있다니? 한국에서는 어림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에요. 한국에서는 목이 좋다거나 차가 자주 드나드는 데에 우체국이 있거든요. 큰길에서 한참 먼 마을 한복판에 옹송그리듯 있는 우체국이 한국에 아예 없지는 않으리라 여깁니다만, 일본 하치오지에서 만난 우체국은 건물마저 이웃 여느 집 품에 고스란히 녹아들더군요. 어쩜 이렇게 작고 이쁜 우체국이 다 있을까 싶어요. 우체국에 들어가기 앞서 우체국 언저리를 빙 돌며 슬쩍 안을 들여다보았어요. 이 앞을 지나다니는 사람을 30분 넘도록 못 보았습니다. 우체국 일꾼은 얌전히 걸상에 앉아서 조용히 손님을 기다리는데, 마침 제가 길가에서 볕바라기를 하며 우편엽서를 다 쓴 뒤에 우체국에 들어갈 무렵, 손님을 기다리다가 지쳤을 우체국 일꾼 두 분이 안쪽으로 들어가서 ‘도시락을 먹으려 한’ 듯했어요. 마침 제가 들어간 때가 낮 열두 시를 살짝 넘었거든요. 대단히 미안했지요. 그러나 시골 같은 마을우체국 일꾼은 아무렇지도 않다고 여기며 우편엽서를 받아 주었고, “고노 카도와 싸우스 코레아데 이키마스카?” 하고 어설픈 일본말로 여쭈니 “하이 …… 어쩌고어쩌고” 하면서 얼마를 내면 된다고 계산기에 숫자를 찍어서 보여주어요. 환하게 웃으면서 “아리가또 고쟈이마스으” 하고 말씀을 여쭈고 가볍게 돌아나왔습니다. 2018.3.31.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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