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좀 생각합시다 32
다솜
‘다솜’이라는 이름을 어버이한테서 받은 사람이 제법 많습니다. 1970년대부터 ‘다솜’이라는 이름을 아이한테 붙이는 분이 나타났지 싶고, 1950∼1960년대에도 이 말을 아이한테 붙였을 수 있고, 더 먼 옛날에도 즐거이 썼을 수 있어요.
2018년에 이르도록 국립국어원 사전에는 ‘다솜’이라는 낱말이 없습니다. 국립국어원 일꾼은 ‘다솜’을 구태여 사전에 올려야 한다고 여기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낱말을 매우 즐거우면서 기쁘게 써요. 생각해 보셔요. 아이한테 붙이는 이름으로 ‘다솜’을 쓴다면, 이 말을 얼마나 사랑한다는 뜻입니까.
아이한테 ‘사랑’이란 이름을 붙이는 어버이도 많지요. ‘다솜·사랑’, 두 낱말은 한 뜻입니다. ‘다솜’은 사랑을 가리키는 옛말이라고도 해요. 그런데 이 대목에서 다시 헤아리면 좋겠습니다. 참말로 ‘다솜’이 옛말일까요? 오늘날 사전에조차 오르지 않는 그저 아스라한 옛말일까요? 아직 말밑이 어렴풋하니 사전 올림말로 다루기에는 엉성하다고 여기면 될까요?
모든 말은 오늘 이곳에서 우리가 씁니다. 오늘 이곳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스스로 쓰지 않는 말은 바로 죽습니다. 쓰지 않으니까 죽어요. 쓰니까 삽니다. 쓰기 때문에 살아나지요. ‘쓰는 말 = 오늘말’입니다. ‘안 쓰는 말 = 죽은말’이에요.
오늘날 ‘다솜’은 사람이름뿐 아니라 가게이름이나 집이름으로 널리 씁니다. 물건에도 이 낱말을 이름으로 붙입니다. 이 낱말을 혀에 얹어서 말할 적마다 마음 가득 즐거운 숨결을 느낄 수 있기에 오늘 이곳에서 널리 써요. ‘사랑’ 한 가지만 써도 나쁘지 않습니다만, ‘다솜’이란 낱말을 굳이 오늘날 새롭게 쓰려고 하는 마음이란, 사랑을 더 깊고 넓게 살피고픈 마음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곳에서 즐겁게 짓는 삶을 더 사랑스레 바라보고, 날마다 기쁘게 돌아보려는 뜻일 수 있어요. 머잖아 ‘다솜’뿐 아니라 ‘다솜하다’나 ‘다솜벗·다솜이웃·다솜님·다솜놀이·다솜노래·다솜꿈·다솜말·다솜잔치·다솜마을’처럼 갖가지 사랑스러운 말을 새롭게 쓸 수도 있지요. 2018.3.31.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