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 알던 거인 분도그림우화 6
오스카 와일드 지음, 이미림 옮김 / 분도출판사 / 199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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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모르던 사랑

[내 사랑 1000권] 31. 오스카 와일드 《저만 알던 거인》



  흔히들 “저만 아는 사람”이라든지 “저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곰곰이 보면 “저도 모르는 사람”이나 “저조차 모르는 사람”일 수 있구나 싶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저이가 “저만 아는”구나 싶지만, 참말로 저만 안다면, 아니 ‘나’라고 하는 숨결이 무엇인가를 똑똑히 안다면, 바보짓을 할 수 없으리라 느껴요. 우리가 바보짓을 하는 까닭은 “저만 알기” 때문이 아니라 “저만 아는 척하지만 정작 저 스스로조차 모르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부드러이 이야기가 흐르는 《저만 알던 거인》은 거인이라는 이가 누구보다 저 스스로를 몰랐고, 저를 둘러싼 이웃을 몰랐으며, 제가 사는 집을 몰랐고, 이녁 집을 둘러싼 마을이며 숲을 하나도 몰랐던 대목을 넌지시 짚습니다.


  얼핏 보기에 거인은 참말 “저만 아는” 삶이었으나, 이보다는 “저 스스로도 모르는”, 아니 “저 스스로뿐 아니라 아무것도 모르는” 삶이었어요. 왜 태어났는지, 왜 살아가는지, 무엇을 하며 사는지, 사는 보람은 어떻게 찾는지 하나도 모르지요.


  하나도 모르기에 우거진 숲이 있어도 왜 우거진 숲인지 모릅니다. 숲조차 무엇인지 모릅니다. 나무도 씨앗도 모를 뿐더러, 어떻게 돌보거나 보듬을 적에 아름다운가를 몰라요. 온통 모르는 것투성이예요.


  그러나 거인은 모르는 채 살고 싶지 않습니다. 알고 싶습니다. 바로 나부터 제대로 바라보면서 알려고 합니다. 나를 찬찬히 바라보려고 하던 때에 이웃(아이들)을 알아차립니다. 이웃을 알아차리면서 나무이며 꽃이며 풀이며 숲을 알아차립니다. 이윽고 삶을 알아차리고, 사는 뜻이나 보람을 알아차려요. 하나하나 알아차리면서 기쁘고, 살며 늘 기쁘니 언제나 웃음을 지을 수 있습니다. 모르는 줄 알면서, 배우려 하기에 기쁩니다. 모르는구나 하고 깨달으며 천천히 익히니 기쁩니다.


  우리는 알려고 태어났지 싶습니다. 우리는 배우려고 태어났지 싶습니다. 삶을 배우고 사랑을 배워서 사람으로 고이 서려고 태어났지 싶습니다. 2018.3.26.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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