앓아눕다
어제 낮에 읍내 우체국으로 가려고 할 적부터 어쩐지 온몸에서 힘이 쪽 빠집니다. 어떻게든 우체국에 가서 부칠 것을 부치고 집으로 돌아오자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끙끙거리는 날에는 작은아이가 잘 안 도와줍니다. 온몸이 매우 힘들어 어쩔 줄 모르다가도 작은아이한테 말합니다. “오늘 도와줘서 고마워.” 작은아이는 택시를 불러서 타고 가자 하지만, 택시를 부르면 기사님하고 말을 섞을 수밖에 없어 군내버스를 타고 조용히 눈을 붙이고 싶습니다. 아직 해가 걸린 늦은 낮에 집으로 돌아와서 짐을 풀고, 쪽파를 뒤꼍에 심고, 발을 씻고, 신을 헹군 뒤에 긴바지로 갈아입고 곧장 드러눕습니다. 여덟 시간을 꼬박 앓으니 두 다리로 설 기운이 돌아옵니다. 오늘 구미까지 이야기꽃을 펴려 가는데, 순천부터 구미까지 기차를 갈아타고 또또 갈아타는 멀디먼 길에 부디 새 기운이 솟도록 이끌자고 생각합니다. 기차표를 끊고 다음달 대구에서 할 강의계획서를 짜는 데에 한 시간 반쯤 걸리는군요. 2018.3.23.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