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쁘지 않은 책



  사전을 보면 ‘좋다 = 나쁘지 않다’로 풀이하고, ‘나쁘다 = 좋지 않다’로 풀이합니다. 이런 사전풀이가 엉터리인 줄 오랫동안 안 느끼고 살다가 2011년에 이르러서야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아예 틀린 사전풀이는 아니지만, 어딘가 엉성할 뿐 아니라, 참뜻을 제대로 안 짚지 않았나 하고요. 이때부터 제 삶에서 한 가지가 찬찬히 사라졌으니 ‘나쁘지 않은’ 일은 하지 않기로 합니다. ‘나쁘지 않은’ 책도 읽지 않기로 합니다. ‘나쁘지 않은’ 사람은 굳이 더 만나지 않기로 합니다. ‘나쁘지 않은’ 길은 참말로 그만 걷기로 합니다. 또렷하게 ‘좋다’고 말할 수 있을 만한 일을 하고, ‘좋다’고 여길 수 있는 책만 읽기로 합니다. 내가 만나는 이웃뿐 아니라 나 스스로 이웃님한테 서로 ‘좋은’ 사이가 되자고 다짐합니다. ‘좋다’고 여길 수 없는 길이라면 걸을 까닭이 없다고 느낍니다. 어쩌면 우리는 ‘좋은’ 신문이 아니라 ‘나쁘지 않은’ 신문을 읽으며 하루를 보내지 않을까요? 어쩌면 우리는 ‘좋은’ 밥이 아니라 ‘나쁘지 않은’ 밥을 먹으며, ‘나쁘지 않은’ 집에서 살지 않을까요? 2018.3.15.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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