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좀 생각합시다 22
어떻게 말할까
“영향(影響)을 끼치다”나 “영향이 미치다”가 틀린 말인 줄 알아차리는 분이 퍽 적습니다. 그냥 말하지요. 어쩌면 제가 이렇게 말하기 무섭에 이 말씨가 왜 틀렸느냐고 고개를 갸우뚱하고 따질 분이 있을 수 있겠지요.
먼저 말뜻을 살피겠습니다. ‘영향’은 “어떤 사물의 효과나 작용이 다른 것에 미치는 일”을 가리켜요. ‘미치다’는 “2. 영향이나 작용 따위가 대상에 가하여지다”를, ‘끼치다’는 “1. 영향, 해, 은혜 따위를 당하거나 입게 하다”를 가리키고요.
말뜻을 살피니 “영향을 끼치다”나 “영향이 미치다”가 왜 틀린 말인지 헤아릴 만할까요? 사전에서 세 낱말을 찾아보는 분이 없기 때문에 이 말이 틀린 줄 모를 수 있고, 사전에서 세 낱말을 찾아보았어도 어떻게 말썽이거나 어긋났는가를 못 깨달을 수 있어요.
‘영향’이라는 한자말을 쓰려면 “영향이 있다”처럼 ‘있다’를 넣어야 합니다. 또는 “이런 영향으로”처럼 ‘-으로’라는 토씨를 넣어야지요. 때로는 “네 영향 탓이다”처럼 글월에서 ‘영향’만 따로 써야 합니다.
그냥 쓰다가는 쉽게 틀립니다. 곰곰이 생각하며 쓰면 됩니다. 사전을 뒤적이기 번거롭거나 성가시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사전을 뒤적여도 모를 적에는 이웃이나 어른한테 물을 노릇이고, 말글을 잘 아는 분한테 여쭈기도 해야지 싶어요. 아무 말이나 아무렇게나 쓰면 우리 마음은 얄궂은 기운이 스며요. 엉성하게 말을 하거나 글을 쓰다 보면 우리 손하고 눈하고 귀하고 입은 엉성한 말씨에 길들어요.
바른 기운이 스미고, 즐거운 몸짓에 젖어들 적에 아름답습니다. 찬찬히 생각해 봐요. 스미고, 퍼지고, 젖어들고, 길들고, 물들고, 빠지고, 빠져들어요. 이 여러 낱말은 ‘영향’이라는 한자말하고 맞닿아요. 한자말을 쓰더라도 알맞거나 바르게 쓸 일이요, 한자말이 아니어도 된다면 깊고 넓게 생각을 가꿀 노릇입니다. 2018.3.8.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