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이 돋는 글쓰기



  사전짓기를 하는 사람이지만 막상 아직 모르는 말이 많다. 이를테면 ‘금쪽같다’를 모른다. 금덩이뿐 아니라 금쪽을 건사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금이야 옥이야”라는 말을 뜻으로 알아도 ‘옥’을 재산으로 다루어 본 적이 없으니 “금이야 옥이야” 하고 아끼는 결을 살갗으로 알지 못한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는 어릴 적부터 온몸으로 알았다. 참말 이와 같으니까. 그리고 그동안 잘 몰랐던 “소름이 돋다”를 오늘 아침에 뼈저리게 느껴 본다. 새벽에 자전거로 신문을 돌리다가 뺑소니 교통사고를 겪으며 죽을 뻔할 적에도, 군대에서 중대장이 실탄을 재운 총을 휘두르면서 우리를 죽이려 했을 적에도, 그다지 소름이 돋지 않았다. 오늘 아침에 어느 분이 쓴 글을 읽고서 “소름이 돋다”를 몸으로 알았으며 ‘파리하다’라든지 “손발이 덜덜 떨리다”가 무엇인지까지 몸으로 알았다. 열네 해 앞서 나를 성추행하고 막말을 퍼부은 ‘58년 개띠 문단 어른’이라고 스스로 밝힌 분 가운데 한 분이 지난일이 하나도 안 떠오른다면서 다음처럼 말했다고 한다. 그대로 옮겨적는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이녁이 남긴 말과 달리, 나는 이녁하고 전화통화를 한 적도 언쟁을 벌인 적도 없다......


[이승철 시인이 오마이뉴스 편집부하고 전화통화를 하며 남긴 말] “이오덕 선생 원고 일로 그해 최종규 씨를 만난 적 있다. 전화로 언쟁을 벌이기도 했는데... 그때 그 자리에서 최종규 씨에게 그런 심한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함께 자리에 있었던 지인에게 확인을 해 봐도 그렇고... 그날이 최종규 씨를 처음 만난 날인데, 제가 그렇게 심한 말을 했을지 평소 제 성격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말이다. 하지만 그 일로 최종규 씨가 상처를 받았다고 하면, 제가 심히 잘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당시 제가 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국장 이후 때인 것 같은데, 제가 문단의 어른인양 갑질을 했다는 표현 자체가 제 평소 성격상 납득은 되지 않지만, 본인이 가슴 속에 한을 갖고 있다고 하니까 죄송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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