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
이예식 지음 / 눈빛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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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 읽기 365


사할린 한겨레가 돌아갈 곳은 어디?
― 귀환
 이예식 사진, 눈빛, 2016.10.26.


  올림픽이란 서로 하나로 어우러지는 자리라고 합니다. 누가 얼마나 잘하는가를 겨루기도 하지만, 겨루기보다 어우러지기를 더욱 높이 삽니다. 아니, 어우러지지 않고 겨루기만 하려 든다면, 이는 올림픽하고 어긋난다고 여겨요.

  어우러지기란, 하나되기란 올림픽에서만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여느 운동경기에서도 이야기하지요. 여느 운동경기에서도 팔꿈치로 몰래 찍는다든지, 다리를 슬쩍 걸어 넘어뜨린다든지, 꼼수나 속임수를 쓰면 손가락질을 해요.

  운동경기뿐 아니라, 마을이나 학교나 사회 어디에서나 첫자리 올라서기를 가장 높이 살 수 없습니다. 남보다 잘나 보여야 하기 때문에 집을 지어 살림을 꾸리는가요? 시험점수를 더 높이 받아야 하기에 학교를 다닐까요? 님을 밟고 올라서야 하는 사회일까요?


사할린 동포들의 운명은 참 억울하고 비참하다고 봅니다. 1939-1940년에 카라푸토(사할린의 일본식 지명)로 강제징용 당한 이들은 타국 땅 탄광, 벌목장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려야만 했습니다. 태평양전쟁이 끝나면서 일본이 패망하지만 동포들은 그렇게 그리웠던 조국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131쪽)


  사진책 《귀환》(눈빛, 2016)을 읽으면서 어우러지기를 헤아려 봅니다. 사할린에서 살아야 했던 사람들은 일제강점기가 끝난 뒤에 그곳에 그대로 남습니다. 잃었던 나라로 돌아갈 길이 없었습니다. 더욱이 나라가 사할린 한겨레를 부르지 않았어요. 이 나라는 중국하고 중앙아시아하고 일본에서 살던 한겨레도 부르지 않았습니다. 이들을 돕는 일을 안 했으며, 까맣게 잊었어요.

  1949년 사할린 마카롭에서 태어나 〈새고려신문〉 사진기자로 일한 이예식 님은 사할린에서 살며 사할린 한겨레를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역사라고 하는 자리가 아닌, 삶터라고 하는 자리에서 사할린 한겨레가 걸어왔고 걸었으며 걸어갈 길을 사진으로 보여줍니다.

  한국 정부는 ‘영주귀국’이라는 일을 꾀한 적이 있으나 모든 사할린 한겨레를 아우르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사할린 1세를 지나 사할린 2세나 3세나 4세는 아예 생각 밖입니다.

  어우러지기나 하나되기는 마음에 없는 한국 정부라고 할 만합니다. 올림픽 같은 커다란 운동경기를 치르기는 하되, 정작 이 나라 안팎에서 아프고 슬픈 한겨레를 아우르는 길을 좀처럼 못 보여준다고 할 만합니다. 전쟁무기를 만들어 건사하는 데에 엄청난 돈을 들이지만, 평화로이 하나되는 길에는 아직 못 연다고 할 만해요.


영주귀국……. 사할린 1세 동포들의 영주귀국 주요 조건은 1945년 8월 15일 전 출생자들로 제한했고, 그들의 자식과 손자들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때 또 하나의 비극이 일어난 것이죠. 그립고 그리웠던 조국에 갈 수 있게 됐지만 자식들을 버려야만 하는 심정은 어땠을까요? 하루하루 늙어 가는 동포들의 삶은 기다림이었기 때문에 자식보다는 대부분 조국을 선택했습니다. (131쪽)


  숱한 이주노동자가 한국으로 들어옵니다. 한국에 일자리가 없지 않습니다. 온누리 여러 나라는 차츰 가까워집니다. 이웃나라는 이웃마을처럼 살가운 사이로 달라지는 판입니다. 여러 말을 쓰며 삶을 이어야 했던 한겨레붙이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더 넓고 깊게 온누리를 바라보도록 북돋울 수 있는 슬기와 힘이 있습니다. 두 손이며 온몸이 거친 주름살이 되기까지 삶을 일군 한겨레붙이 발걸음이나 이야기는 우리 모두한테 살아숨쉬는 오랜 역사이자 교과서가 될 수 있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친, 기다리고 기다리다 흙으로 돌아간, 숱한 사할린 한겨레 이야기를 흑백사진으로 고요히 담은 《귀환》은 돌아갈 길을 찾다가 끝내 찾지 못한 우리 이웃이자 한식구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러면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묻습니다. 어우러지기란, 하나되기란, 참말로 무엇인가를 묻습니다.

  이제 눈을 뜨고 바라보아야지 싶어요. 함께 살아갈 나라를, 함께 일굴 터전을, 함께 사랑할 마을을, 함께 손을 잡고 활짝 웃음지을 길을 바라보아야지 싶습니다. 2018.2.20.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읽기/사진비평)

* 이 글에 붙이는 사진은 눈빛출판사에 말씀을 여쭈어 고맙게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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