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2.17.


《바람의 지문》

조문환 글, 펄북스, 2016.12.22.



  어느 책이든 ‘바람’이라는 말을 쓰면 으레 눈이 간다. 시집도 만화책도 사진책도 수필책도, 참말 ‘바람’ 한 마디에 눈길이 쏠린다. 왜 이렇게 바람에 눈이 갈까? 왜 이다지 바람이 마음에 들까? 나는 바람에서 왔을까? 저 먼먼 별누리에서 바람 같은 빛줄기를 타고서 이 별에 닿았을까? 수십억 해에 이르는 나날을 바람을 타는 작은 먼짓조각으로 살다가 어느새 사람이라는 몸을 입었기 때문일까? 경상도 작은 시골인 악양면에서 면지기 일을 한다는 조문환 님이 쓴 시집 《바람의 지문》을 읽으며 사뭇 놀란다. 사진책을 두 권 내놓기도 한 조문환 님인데 ‘면지기’ 일을 하셨네! 시골 면지기로서 사진을 찍고 시를 쓰셨네! 어쩜 이리 멋스러울까. 시골자락을 사랑하는 손길이 바람이 되어 사진으로 태어나고 시로 흐르리라 느낀다. 시집을 읽으니 슬쩍 멋을 부리려는 대목이 엿보이는데, 멋부림을 좀 누그러뜨리신다면, 시골스럽게, 그저 시골스럽게 참말로 시골 티를 물씬 내면서 시를 써 보신다면 악양뿐 아니라 하동을 넘고 경상도를 지나 이 땅뿐 아니라 온누리 골골샅샅에 봄바람을 일으키는 상냥한 노래가 될 만하지 싶다. 바람을 바라보며 바람을 그릴 수 있을 적에 시가 태어난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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