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잠 쓰기
마실길에 아이들한테 말한다. “우리 이쁜 아이들아, 살짝 눈을 붙여 보렴.” “왜? 안 졸린데?” “너희는 입으로 안 졸린다고 말하지만, 아버지가 너희를 바라보면 너희 눈은 ‘졸려! 졸려!’ 하고 말하는 모습이 보여. 버스에서 앉아서 가는 동안 몇 분이라도 눈을 붙이면서 쉬면 곧 새 기운이 오른단다.” 참말로 몇 분이라 하더라도 눈을 감고 몸에서 힘을 빼면 어느새 기운이 찬다. 그러나 억지로 눈을 부릅뜨고 몸을 쉬어 주지 않으면, 바닥을 치는 기운은 더욱 바닥을 치니 마실길이 고단하다. 아이들이 좀처럼 쪽잠을 누리려 하지 않으면 나 혼자 쪽잠을 누린다. 나중에 아이들이 힘들다고 말하면 안거나 업으면서 마실을 해야지 하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글을 쓰다 막힌다 싶으면 느긋하게 자거나 살짝이라도 눈을 붙이면 아주 좋다. 2018.2.17.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