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쓰레기



  ‘적폐’란 오랫동안 쌓인 ‘폐단’이라 합니다. ‘폐단’이란 옳지 못한 흐름이나 일이라고 하지요. 촛불로 정치권력을 끌어내렸으나 아직 정치나 사회를 비롯하여 문화나 지자체 모두 제대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하나씩 바꿀 수 있을 테고, 어쩌면 한꺼번에 바꿀 수 있을 테지요. 요즈막에 최영미 시인이 고은 시인을 놓고서 지난 쓰레기짓을 밝혀 주었습니다. 이를 지켜본 이승철 시인은 무척 못마땅하다는 뜻을 이녁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그런데 이승철 시인뿐 아니라 이녁이 함께 어울리는 여러 시인은 예전에 저한테 ‘사내를 성추행하는 문인 어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그때 저를 성추행하고 막말을 일삼은 다른 시인으로 홍일선 시인이 더 있습니다). 그 ‘문인 어른’이라는 분‘들’은 열 몇 해나 스무 해쯤 지난 일을 왜 굳이 요즈음 새삼스레 들추느냐고 지청구를 하는구나 싶어요. 그런데요, 지난날에 그분들 스스로 성추행이나 막말이나 막짓을 뉘우쳤을까요? 지난 열 몇 해나 스무 해를 거치면서 그분들 스스로 고개를 숙이거나 잘못을 빌거나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셨을까요? 여태 그분들 스스로 한 번이나마 제대로 고개를 숙인 적도 잘못을 빈 적도 새로 거듭나려고 애쓴 적도 보이지 않았으니, 지난날 그분들 손찌검이나 막짓에 몸하고 마음이 다친 이들이 스무 해 안팎으로 삭이고 삭이다가 드디어 터뜨렸습니다. 저는 ‘적폐·폐단’ 같은 말은 쓰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쓰레기’라는 말을 쓰고 싶습니다. 책마을 쓰레기를 갈대비로 찬찬히 쓸어서 새봄 기다리는 밭자락에 고이 뿌려서 거름이 되라고 해야지 싶습니다. 2018.2.11.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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