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2.4.


《백귀야행 26》

이마 이치코 글·그림/한나리 옮김, 시공사, 2017.12.25.



  내가 손을 내밀어도 맞은쪽에서 힘을 싣지 않으면 일어서지 못한다. 내가 손을 내밀지 않아도 맞은쪽에서 스스로 힘을 내면 스스로 일어선다. 나를 둘러싼 궂은 것이 걸림돌이 되기를 바라지 않아 일부러 곁사람을 두지 않을 수 있지만, 나 스스로 씩씩하고 곁사람도 스스로 씩씩하면 궂은 것은 우리를 터럭만큼도 못 건드린다. 서로 마음으로 하나라는 대목을 새길 수 있으면 즐거우면서 튼튼하다. 살몃살몃 이야기 끈을 잇는 《백귀야행》이 어느덧 스물여섯째 권이다. ‘사람만 보는 이곳’에서 ‘사람 아닌 숨결도 보는’ 아이가 새로 나온다. 그런데 사람만 보는 이들은 정작 사람조차 깊거나 넓게 바라본다고는 느끼기 어렵다. 오히려 사람 아닌 숨결을 보는 아이가 더 깊거나 넓게 바라볼는지 모른다. 다만 사람만 보는 곁사람한테서 사랑을 못 느끼다 보니 이리저리 휘둘리기 쉽다. 아이를 도울 수 있는 어른이 나타날까. 아이는 스스로 씩씩하게 일어설까. 사람만 보는 사람들은 사람 속내를 함께 볼 수 있을까. 사람 아는 숨결을 보는 아이는 무엇을 믿고 배우면서 하루하루 튼튼하게 거듭날 수 있을까. 한글 읽기랑 쓰기를 미루고 미루던 작은아이가 요즈막에 봇물처럼 글을 읽고 쓰는 놀이를 한다. 나도 한 뼘 자라자고 생각한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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