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 거미줄
김기택 지음, 노석미 그림 / 창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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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사랑하는 시 93



어쩌면 요즘 동시는

― 빗방울 거미줄

 김기택

 창비, 2016.11.11.



아빠가 엄마 속을 다 알아?

그럼.

어떻게 다 알아?

엄마랑 십 년도 넘게 같이 살았는데, 왜 몰라?

아빠가 엄마 속에 들어가 봤어?

아니.

그런데 어떻게 다 알아.

그러는 너는 엄마 속을 다 아니?

그럼.

엄마 속에 들어가 봤어?

엄마 배 속에서 아홉 달이나 살다 나왔는걸. (말다툼/27쪽)


매미 우는 소리에는 날개가 달렸다.

개 짖는 소리에는 이빨이 달렸다.

아이 우는 소리에는 콧물이 달렸다. (여름밤/47쪽)


빗방울 빗방울 빗방울 빗방울 빗방울


하루 종일 거미줄 내리친다

끊어질 듯 끊어질 듯 거미줄은

끊어지지 않는다 (빗방울 거미줄/48쪽)



  어쩌면 요즘 동시는 아이들한테 말놀이 비슷한 말장난을 보여줄는지 모릅니다. 생각을 깊이 이끌어내거나, 생각을 스스로 짓거나, 삶을 새롭게 바라보거나, 삶을 손수 가꾸는 길하고는 동떨어지는 모습이 오늘날 동시일는지 모릅니다.


  어쩌면 윤석중 동시가 정치권력뿐 아니라 문화권력을 쥐고 흔든 탓에 이 흐름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요즘 동시일 수 있습니다. 귀여워 보이는 말씨를 겉보기로만 구슬처럼 엮는 요즘 동시일 수 있고, 아이들은 이런 겉보기 구슬꿰기를 그대로 배우도록 꾀하는 요즘 동시일 수 있습니다.


  동시에 동시를 쓰는 어른으로서 스스로 가꾸거나 짓거나 북돋우는 슬기로운 삶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어른으로서 아이한테 물려줄 즐겁거나 새롭게 짓는 살림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이러한 동시는 무슨 보람이 있을는지 아리송합니다.


  《빗방울 거미줄》(창비, 2016)을 읽으며, 또 이 동시집에 붙은 비평을 읽으면서, 쳇바퀴 같은 책상물림잔치를 느낍니다. 2018.2.3.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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