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1.27.
《이 세상의 한구석에 下》
코노 후미요 글·그림/강동육 옮김, 미우, 2017.10.31.
나라가 시키는 대로 따르고, 어버이가 시키는 대로 따르며, 학교가 시키는 대로 따르던 어린 가시내는, 마음에 들지 않아도 이웃마을로 시집을 가서 지낸다. 좋아하던 그림조차 못 그리며 히로시마를 떠나 쿠레라는 곳에서 갓 스물 언저리를 보내다가 어느 날 시한폭탄이 옆에 떨어진 줄 뒤늦게 알아채고는 어린 조카 손을 얼른 잡아끌지만, 어린 조카는 폭탄과 함께 조각나고, 이녁은 오른손이 잘린다. 머잖아 히로시마에 엄청난 폭탄이 떨어진 모습을 고개 너머에서 지켜보고, 어머니 아버지 모두 폭탄에 죽고 동생도 방사능에 여위어 가는데, 정작 이 얼거리가 무엇인지 느끼지는 못한다. 이러다가 일본이 전쟁에 졌다고 우두머리가 라디오로 말하자 이제껏 살아온 날이 무엇이었는가 싶어 울부짖는데, 문득 태극기라는 낯선 깃발을 보고 ‘침략·식민지·노예’를 어렴풋이 헤아린다. 이듬해 히로시마에서 어버이 잃은 가녀린 가시내를 만나서 집안으로 데려온다. 지난 수렁에서도 어떻게든 살던 사람들이 새로운 수렁에서도 어떻게든 살림을 지으려고 마음을 모은다. 어리석다면 어리석고 착하다면 착한 사람이랄까. “시키는 대로 하기”가 얼마나 스스로 바보스러우며 무서운가를 이제부터 깨닫고 새롭게 거듭날 수 있을까. 짠한 만화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