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자동차로 가득 찬다면 모두가 친구 18
앨런 드러먼드 글.그림, 유지연 옮김 / 고래이야기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787



자동차만 달릴 길이 아니에요

― 세상이 자동차로 가득 찬다면

 앨런 드러먼드/유지연 옮김

 고래이야기, 2010.10.28.



  자동차를 비롯한 탈거리를 몹시 사랑하는 우리 집 작은아이가 요즈음 자주 묻는 말이 있어요. “아버지, 엔진이 뭐야?” ‘엔진’이라는 낱말을 만화영화에서 듣고는 아주 궁금한가 봐요. 그리고 자동차가 나오는 그림책이나 만화책에도 으레 ‘엔진’이라는 낱말이 나오지요.


  그래서 이 ‘엔진’을 풀이해 주려고 생각하다가 ‘기관’이나 ‘연료’ 같은 한자말이 떠오르는데, 이런 낱말을 쓰면 아이가 하나도 모르겠구나 싶더군요. “엔진이란, 자동차나 배나 비행기가 움직일 수 있도록 이끌어 가는 곳이야. 빨래를 하는 기계 있지? 전기를 넣으면 돌아가잖아? 빨래틀에도 그 엔진이라는 아이가 있단다. 자동차에서는 기름이라는 밥을 먹으면서, 이 기름을 뜨겁게 활활 태워서 힘을 얻어. 기름으로 태운 뜨거운 힘으로 자동차를 굴리도록 이끄는 곳, ‘불꽃틀’이라고 할까?”


  작은아이는 기름 먹는 자동차가 왜 이렇게 시끄러운지도 궁금합니다. “자, 생각해 보자. 하늘을 나는 새나 나비는 어떠니? 나는 소리가 시끄럽니?” “안 시끄러워. 조용해. 나비 날 때 조용히 날아. 새도.” “그렇지? 그런데 기름을 먹는 것들은 그 엔진이라는 불꽃틀을 움직여야 하면서 아주 커다란 소리를 내. 그 커다란 소리를 내면서 움직이려니 우리로서는 시끄러워. 아버지는 네가 앞으로 기름을 안 먹으면서 조용하고 깨끗하게 달리는 자동차를 생각해서 스스로 지을 수 있으면 좋겠어.”



내 이름은 엘리자예요. 그런데 할아버지는 늘 리치라고 부르죠. 할아버지에게는 오래된 자동차가 있는데, 그 차는 할아버지의 자랑거리이자 기쁨이에요. “네가 저 낡은 차를 고치는 걸 도울 수 있을 만큼 크면, 저 차를 타고 도로로 나가자꾸나. 저 차 이름도 리치란다, 틴 리치. 할아버지한테는 너희 두 리치 모두 자랑이자 기쁨이란다!” (3쪽)



  ‘자동차 사랑이’인 작은아이하고 날마다 자동차 이야기를 합니다. 자동차를 사랑하는 아이하고 살아가니 저도 자동차를 생각할 수밖에 없고, 아이가 조금 더 슬기롭고 즐거우면서 아름답게 새로운 자동차 살림을 짓고 누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이런 즈음 마침 어울리는 그림책을 만납니다. 바로 《세상이 자동차로 가득 찬다면》(고래이야기, 2010)입니다.


  그림책 《세상이 자동차로 가득 찬다면》은 자동차를 고치는 일을 하는 할아버지가 손녀를 만나서 기쁨에 넘치는 대목으로 이야기를 엽니다. 할아버지는 옛날부터 자동차를 만졌기에 옛날 자동차를 알아요. 게다가 옛날 자동차도 한 대 건사합니다. 손녀가 크면 손녀하고 함께 ‘오래된 자동차를 고쳐’서 함께 나들이를 다닐 꿈을 키우지요.



우리는 주위를 둘러보았어요. 그러고는 내가 물었죠. “하지만 우리 모두가 차를 갖게 되면 차가 너무 많아져서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요?” “이 세상에 있는 석유를 다 써 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에드가 말했어요. “아니면 석유가 너무 비싸서 살 수 없게 된다면요?” 조지가 말했어요. “그럼 자동차를 모는 게 하나도 재미없을 거야!” (15쪽)



  할아버지한테는 손녀를 비롯해서 손자도 셋 생깁니다. 손녀가 크는 동안 몸도 마음도 자라고, 할아버지하고 제법 깊이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이때에 할아버지는 언제나 가볍고 즐겁게 수수께끼를 내요. 아이들이 앞으로 이 땅에서 살아갈 새로운 어른으로서 ‘자동차를 어떻게 바라보고 가꾸어 새로 지으면 좋을까?’ 하는 대목을 스스로 풀도록 이끕니다.


  할아버지는 자동차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잘 아시는 듯한데, 좀처럼 아이들한테 ‘모든 이야기를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길을 찾고, 매듭을 지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기다립니다.


  아이들이 앞으로 저마다 자동차를 건사할 수 있으리라고 여기면서도, 아이들이 앞으로 건사할 자동차를 어떻게 다루면 좋을까를 잊지 않도록 도와요. 기름을 태우는 시끄러운 자동차가 아닌, 온 나라가 찻길로 뒤덮이지 않기를, 넘치고 넘치는 자동차 물결이 아닌, 자동차를 알맞게 즐기면서 삶하고 살림하고 사랑도 아름다이 누릴 수 있기를 바라지요.



내가 말했어요. “아직까지 그런 차를 제대로 만든 사람은 없는 것 같아. 그런 차가 나온다면 정말 좋겠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자동차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질걸! 도로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막힐 테고, 주차할 자리가 아예 없을지도 몰라!” (17쪽)



  그림책 《세상이 자동차로 가득 찬다면》은 온누리 자동차를 두루 다루려 하면서도 살그마니 빈틈을 둡니다. 이 그림책을 읽을 어린이가 이 그림책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새로운 자동차살림을 생각해 볼 수 있는 틈을 주어요. 그리고 이 그림책을 아이한테 읽힐 어버이도 함께 머리를 맞대어 우리 모두 슬기로운 길을 찾자는 빈틈을 마련합니다.


  참으로 그렇습니다. 자동차는 길을 달립니다. 사람은 길을 걷습니다. 우리는 생각하는 길을 마음에 새깁니다. 서로 이야기를 하는 길에서 푸른 꿈을 키웁니다.


  찻길도 있고 거님길도 있어요. 자전거길이나 뱃길도 있지요. 마음길이나 생각길이나 눈길이나 사랑길도 있어요. 삶길이나 살림길도 있고요.


  우리는 어느 길을 어떻게 다스릴 적에 아름다운 사람으로 이곳에 설 만할까요? 우리가 나아갈 길에서는 어떤 몸짓으로 하루를 지어야 사랑스레 이웃하고 어깨동무할 만할까요?


  자동차뿐이 아닙니다. 손전화도 셈틀도 인터넷도 모두 매한가지예요. 우리는 문명이나 문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누리고 다스리면서 이 지구라는 별을 서로 아끼는 길을 걸을 만할는지 찬찬히 헤아릴 줄 알아야지 싶습니다. 2018.1.22.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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