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피야, 잘 자! 아기곰 쿠피 시리즈 4
나카야 미와 지음, 유문조 그림 / 웅진주니어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786


잠보다 놀이가 좋은 아이들이지만
― 쿠피야, 잘 자
 나카야 미와/유문조 옮김
 웅진주니어, 2008.8.27.


쿠피야, 
잠잘 시간이야.
시계가 말했어요.

나, 아직 안 졸려! (1∼2쪽)


  아이들한테 “더 놀래? 아니면 잘래?” 하고 물으면 으레 “더 놀래!” 하는 말이 나옵니다. 아무리 하품이 쏟아져도 잠들 생각을 안 하기 일쑤입니다. 오늘 우리 집 아이들을 지켜보면서만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습니다. 저도 어릴 적에 언제나 ‘잠보다 놀이’였어요.

  그러면 언제 잘까요?

  그야말로 까무룩 곯아떨어질 무렵까지 놉니다. 방바닥에 엎어져 새근새근 잠들어도 놀이를 그치고 싶지 않은 어린이 마음이라고 하겠어요. 마치 놀이가 잠이요, 놀이만 하면 잠이 없어도 되며, 놀이에 사로잡혀 온 하루를 다 보내는 셈이라고 할 만합니다.

  그림책 《쿠피야, 잘 자》(웅진주니어, 2008)는 놀이가 참으로 좋은 아이가 얼마나 잠을 안 자고 싶은가를 재미나게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 그림책에 나오는 쿠피네 장난감은 쿠피를 두고 하나둘 잠자리로 갑니다. 시계도, 장난감 자동차도, 그림책도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더니 슬금슬금 자리를 떠나요.

  어린이 쿠피는 저하고 이제껏 잘 놀던 장난감이며 그림책이 떠나도 잘 생각을 안 합니다. 그렇지만 입에서는 자꾸 하품이 나옵니다. 나중에는 등불마저 졸립다면서 스스로 톡 꺼져요.


엄마도 졸려, 아이 졸려.
쿠피야, 잘 자! 내일 또 만나.

싫어!
나도 잘 거야! (17∼18쪽)


  더 놀고 싶은 아이들을 억지로 잠자리로 이끌 수 없습니다. 억지로 잠자리로 데리고 가 보았자 아이들은 안 자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놀이가 더 좋은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먼저 잠자리맡에서 어버이가 아이한테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어요. 잠자리맡 옛이야기는 아이한테 달콤한 마음밥이 되면서 잠을 부르는 보드라운 노래입니다. 이다음으로 그림책을 읽어 줄 수 있겠지요. 어버이 스스로 옛이야기를 짓지 않더라도, 아이가 꿈나라에서 새롭게 놀기를 바라는 뜻으로 그림책을 읽어 줄 만합니다.

  그리고 아이한테 꿈이나 잠이란 무엇인가를 슬기롭게 들려줄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 즐겁게 논 몸을 밤새 곱게 쉬어 주어야 이튿날 한결 씩씩하고 튼튼하게 놀 수 있다고 이야기해 줍니다. 눈을 감고 가만히 잠이 들면 꿈나라에서 깊은 바다로도 높은 하늘로도 게다가 지구 바깥 먼 우주로도 얼마든지 헤엄치거나 날아올라서 새롭게 놀 수 있다고 이야기해 줄 만해요.

  마지막으로 잠자리맡 자장노래를 부르다가, 어버이가 아이 곁에서 함께 잠이 들 수 있어요. 아이들은 으레 물어요. “왜 나만 자라 하고 아버지는 안 자요?” 하고. “아니야, 아버지도 졸립단다. 네가 안 잔다면 더 놀아도 돼. 그렇지만 아버지는 먼저 자야겠어.” 하면서 자리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써요. 이쯤 되면 아이들도 더는 버티지 못하고 나란히 누워서 늘어지게 하품을 하다가 까무룩 꿈나라로 가요.

  잠보다 놀이가 좋은 아이들은, 때로는 밥보다 놀이가 좋기도 합니다. 이때에 우리 어버이는 이맛살을 찡그리면서 아이처럼 골을 부릴 수 있으나, 아이하고 놀이를 하듯이 상냥하게 차근차근 부드럽게 이끌 수 있습니다. 그림책 《쿠피야, 잘 자》는 이 대목을 참 이쁘게 보여준다고 여겨요. 아기들이 보는 그림책이라 하지만, 나이가 제법 든 어린이한테도 새삼스레 재미나고 뜻있는 그림책이라고 여깁니다. 2018.1.19.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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