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1.17.
《채소의 신》
카노 유미코 글/임윤정 옮김, 그책, 2015.4.13.
밤새 온갖 꿈을 꾸었다. 옛꿈인지 앞꿈인지, 또는 다른 누리에 있는 나란한꿈인지 알 길은 없다만 잠결에도 몸은 움찔움찔한다. 꿈나라에서 참으로 어떤 일을 하는 밤인가? 아침에 일어나고 보니 어제보다 몸이 한결 낫다. 씩씩하게 두 가지 밑반찬을 새로 하고 나서 《채소의 신》을 읽어 본다. 오롯이 일본 말씨로 붙인 책이름이라 꺼림했는데, 몸글도 온통 일본 말씨로 어설피 옮겼다. 알뜰한 이야기를 그야말로 알뜰히 옮기면 좋을 텐데. ‘남새님’이나 ‘풀님’을 노래하는 이 책은 글쓴이가 밥을 새롭게 지어서 먹고 나누는 기쁨을 들려준다. 괜히 ‘님’이라는 말을 책에 붙이지 않았구나 싶다. 하느님을 먹는 우리 스스로 하느님이 된다고 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할까.그러니까 미운 놈을 먹으면 우리 스스로 미운 놈이 되는 셈이다. 글쓴이는 어떤 먹을거리를 어떻게 지어서 누구하고 나누면서 먹든 스스로 하느님다운 기쁜 마음이 되기를 바라는 뜻을 조용히 들려준다. 밑바닥을 굴러 보고, 날갯짓을 해 보고, 수렁에 잠겨 보고, 구름을 타 보고, 갈갈이 찢겨 보고, 가만히 어루만져 보는 삶이 흐르는 동안 지은 글쓴이 밥살림이란 참 애틋하구나 싶다. 내가 오늘 짓는 밥에는 어떤 기운이 흐를까? ㅅㄴㄹ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