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옥이 - 이원수 동화집 창비아동문고 1
이원수 지음, 이만익 그림 / 창비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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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전태일을 벙긋하지 못한 그때

[내 사랑 1000권] 28. 이원수 《꼬마 옥이》



  1970년 가을 뒤, 아무도 섣불리 전태일이라는 이름을 벙긋하지 못할 적에 뜻밖에 어린이문학에서 전태일 님을 기리는, 아니 전태일이라는 이름으로 드러난 노동자 이야기를 다룬 글이 태어납니다. 박정희가 무섭고, 박정희 곁에서 사랑받는 윤석중이 두려워, 다들 벌벌 떨면서 눈치를 살피던 때인데, 이원수 님은 씩씩하게 〈불새의 춤〉이라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불새의 춤〉은 매우 짧습니다. 아마 더 길게 그리기 어려웠으리라 봅니다. 더 길게 그렸다가는 아무리 이원수 님이라고 하더라도 군사독재 총부림에 조용히 스러져 버렸을 수 있을 테니까요.


  우리는 오늘 전태일이라는 이름을 떳떳이 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영화도 찍을 수 있고, 만화도 그릴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어린이문학이나 어른문학으로 꽃피울 수 있기도 하며, 전태일문학상까지 있어요.


  그런데 이원수 님은 일제강점기 끝무렵에 할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학교를 다니며 일으킨 독서회 사건으로 늘 형사가 쫓아다닌 바람에 가난하게 살아야 하던 힘든 수렁에서 친일시를 썼어요. 그렇다고 해방 뒤에 이를 털어놓지 못합니다. 해방 뒤에 갈갈이 찢긴 나라에서 어린이문학을 새롭게 일구는 길에 온힘을 쏟으며 말없는 말로 뉘우치는 몸짓이었다고 할까요.


  동심천사주의에 물들지 않고, 반공문학에 길들지 않으며, 입시교육으로 아이들을 내몰지 않은 몇 안 되는 어린이문학가인 이원수 님이 쓴 동화를 모은 《꼬마 옥이》는 이녁 스스로 더 씩씩하지 못한 부끄러움을 밝히면서 이 나라 아이들이 새롭게 일어서며 참말로 당차게 가슴을 펴기를 바란 작은 씨앗이지 싶습니다. 씨앗을 남기고 흙으로 돌아간 이원수 님이라고 하겠지요.


  꼬마 옥이가, 불새가, 바둑이가, 은이가, 희수가, 바로 새로운 꽃이며 길이고 노래입니다. 우리는 옛어른이 남긴 발자국을 가만히 짚어 보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차근차근 배울 수 있습니다. 2018.1.18.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넋/책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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