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흡입 吸入


 공기가 흡입되다 → 바람이 들어가다 / 바람이 스며들다

 액체 따위가 흡입되면 → 물 따위가 들어가면 / 물 따위가 스며들면

 맑은 공기를 흡입하다 → 맑은 바람을 마시다


  ‘흡입(吸入)’은 “1. 기체나 액체 따위를 빨아들임 2. 생각, 감정 따위에 빠짐”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이 한자말은 ‘빨아들이다’를 나타내니 ‘먹다’ 자리에는 쓸 수 없지만, 요즈음 ‘폭풍흡입(폭풍 흡입)’이라는 말이 부쩍 퍼집니다. 알맞지 않은 말씨이지요. “게걸스레 먹다”나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먹다”쯤 될 말일 텐데, ‘마구먹다’처럼 새 낱말을 지어 보면 어떠할까 싶습니다. 문득 궁금해서 영어사전을 살피니, ‘inhalation’을 ‘흡입’으로만 풀이합니다. 살을 빼는 자리에서도 ‘지방 흡입’처럼 쓰는 듯한데, 빨아들일 적에는 ‘빨아들이다’라 하면 되고, 마실 적에는 ‘마시다’라 하면 되며, 먹을 적에는 ‘먹다’라 하면 됩니다. 2018.1.18.나무.ㅅㄴㄹ



고기를 폭풍흡입한 형제는 발걸음도 가볍게

→ 고기를 잔뜩 먹은 형제는 발걸음도 가볍게

→ 고기를 신나게 먹은 형제는 발걸음도 가볍게

→ 고기를 마구 먹은 형제는 발걸음도 가볍게

→ 고기를 실컷 먹은 형제는 발걸음도 가볍게

→ 고기를 배터지게 먹은 형제는 발걸음도 가볍게

《신과 함께, 신화편 下》(주호민, 애니북스, 2012) 171쪽


흑연가루 흡입과 부실한 음식이 소로의 생명을 단축했다

→ 흑연가루를 마신데다 허술한 밥이 소로 목숨을 줄였다

《소로와 함께한 나날들》(에드워드 월도 에머슨/서강목 옮김, 책읽는오두막, 2013) 64쪽


신선한 공기를 많이 흡입하고

→ 맑은 바람을 많이 마시고

→ 싱그러운 바람을 많이 쐬고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덴마크 사람들》(헬렌 러셀/백종인 옮김, 마로니에북스, 2016) 256쪽


그다음은 말할 것도 없이 폭풍 흡입했다

→ 그다음은 말할 것도 없이 게걸스레 먹었다

→ 그다음은 말할 것도 없이 마구 먹었다

→ 그다음은 말할 것도 없이 허겁지겁 먹었다

→ 그다음은 말할 것도 없이 숨도 안 쉬고 먹었다

→ 그다음은 말할 것도 없이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먹었다

《남편이 일본인입니다만》(케이, 모요사, 2016) 146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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