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구름 실천시선(실천문학의 시집) 216
박서영 지음 / 실천문학사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시를 노래하는 말 319



좋은 말을 구름에 실어서

― 좋은 구름

 박서영

 실천문학사, 2014.2.20.



기타를 잘 치는 긴 손가락을 갖기 위해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 갈퀴를 찢어버린 사람,

그러고 보면 호미를 쥐는 손은 호미에 맞게

펜을 쥐는 손은 펜에 맞게 점점 변해가는 것 같다 (손의 의미/16쪽)


좋은 노을이 있다고 했다. 사진작가들은 그런 걸 찾아 뛰쳐나간다고 했다. 다리 위에 서서 여자를 불렀다. 여자는 또 노을이 떠나버릴까 화장도 하지 않고 서둘렀다. 여자가 헐레벌떡 뛰어 노을 앞에 서자 사진작가는 또다시 화를 내며 떠나갔다. 좋은 노을이 떠나버려서, 좋은 노을이 강물과 여자를 남겨두고 떠나버려서. (좋은 구름/58쪽)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당신의 목덜미를 만졌다

관 뚜껑이 닫히기 전에 내가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

목 뒤 감췄던 주름살과 약점들 (목/70쪽)


기차 안에서 아이를 안고 잠든 여자

잠에 취한 채 침까지 질질 흘리며 그대로 굳어 있다

아이를 안고 잠든 어머니

삼백 년 후에 저 모습 그대로 발굴될 수 있을 것 같다

母子 미라 (미인도/116쪽)



  아이를 바라보며 넌지시 한 마디를 합니다. 얘야, 네가 네 입으로 내놓는 말은 모두 너한테 하는 말이란다. 네 입에서 나온 그 말을 너한테 들려주면 너는 즐겁니?


  아이는 아니라면서 고개를 젓습니다. 다시 아이를 마주보며 슬며시 한 마디를 합니다. 얘야, 네가 스스로 되고 싶은 모습이나 길이나 꿈대로 네 입에 말을 얹어서 내보내렴. 언제나 그 말대로 이룰 수 있단다.


  즐겁게 살고 싶기에 즐겁게 나눌 말을 헤아립니다. 노래하며 춤추고 싶기에 노래하며 춤출 말을 마음에 담습니다. 상냥하게 웃을 뿐 아니라, 신나게 손을 잡고서 들길을 달리고 싶으니 살림을 짓습니다.


  박서영 님 시집 《좋은 구름》(실천문학사, 2014)을 읽습니다. 시인이 지켜보는 사람이 있고, 시인이 아프게 여기는 삶이 있습니다. 시인이 만난 사람이 있으며, 시인이 고단하게 맞이하는 하루가 있습니다.

  좋은 구름이라면, 시인 스스로 좋은 말을 얹고 싶은 구름일까요. 좋은 구름을 타고서 멀리멀리 마실을 하는 꿈살림을 짓고 싶을까요.


  이 겨울에 포근한 비를 뿌리는 전라도 시골자락 구름을 올려다봅니다. 포근한 고장에서는 겨울에 눈 아닌 비가 찾아들며 한결 포근합니다. 포근한 비를 뿌리는 구름은 그야말로 새하얗게 하늘을 덮습니다. 2018.1.16.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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