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를 기다리는 사람 - 화가의 탐조 일기
김재환 글.그림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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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책 읽기 134


보석처럼 예쁜 눈인 큰소쩍새
― 새를 기다리는 사람
 김재환 글·그림
 문학동네, 2017.10.20. 18000원


말발도리 덤불에는 통통한 녀석들이 열 마리쯤 모여 있다. 멋쟁이들이다. 머리 위의 검은 깃털이 쇠박새와 비슷하지만 몸집이 더 크다. 게다가 수컷은 또렷한 분홍빛 깃털이 참 곱다. (21쪽)

갈대밭 사이 도로를 천천히 달리는데, 오른쪽 풀섶에서 갑자기 잿빛개구리매 수컷이 나타났다. 녀석은 순식간 차 바로 앞을 스쳐 지나갔는데, 그 짧은 순간에 나와 눈이 마주쳤다. (42쪽)


  겨울에 나무는 조용히 잠든 듯하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곳곳에 눈이 터서 봄을 기다리는 줄 알아챌 수 있습니다. 가을이 깊으면서 잎을 떨굴 적에는 안 보이던 눈이 가지 곳곳에 빼곡하게 돋아요.
  나무마다 다른 겨울눈을 하나하나 살펴보다가 찔레밭에서 살짝 놀랍니다. 꽤 많은 참새가 푸득푸득하면서 놀거나 날더군요. 오호라, 너희가 이곳을 너희 보금자리로 삼는구나.

  그래요, 우리 집 뒤꼍 한쪽은 찔레밭인데요, 봄마다 찔레나물을 누리고 싶어서 찔레밭으로 삼아요. 찔레알은 커다란 새가 먹지 않습니다. 아니, 커다란 새는 찔레덤불에 깃들지 못해요. 자그마한 참새나 딱새나 박새가 차지해요. 이러다 보니 우리 집 뒤꼍 찔레밭은 겨우내 새삼스러운 참새 보금자리가 되어, 이곳에서 즐겁게 참새를 지켜볼 수 있습니다.


마라도 하늘에는 수많은 칼새가 날아다니고 있다. 섬 둘레가 모두 절벽이라 번식하기 좋을 것이다. 빠르게 비행하는 녀석을 간신히 촬영했는데 입안이 불룩한 녀석들이 있다. 먹이 사냥을 하던 중이었나 보다. (109쪽)

관리직원들이 뗏목을 타고 다니며 어리연꽃을 걷어내려는 참이었다. 이미 며칠 전부터 작업을 해 왔는지 걷어낸 연잎이 이곳저곳에 쌓여 있다. 여기서도 덤불해오라기를 보는 것이 이제는 힘들어지겠다. 어쩐지 새 사진가들이 없더라니. (123쪽)


  《새를 기다리는 사람》(문학동네, 2017)을 읽습니다. 이 책은 김재환 님이 빚은 그림하고 글이 고이 어우러집니다. 이제는 사라진 《자연과 생태》라는 잡지에 ‘새를 지켜본 이야기’를 2011년 1월 이야기부터 2012년 12월 이야기까지 실었다고 해요. 스물두 군데에서 126가지 새를 지켜본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어린 시절에 갈매기를 참새 보듯 흔하게 보던 아내는 고향의 바닷가에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갈매기들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했다. 살던 동네에서 참새 정도만 보던 나도 훗날 동해안의 북쪽 바닷가에 이렇게 자주 새들을 찾으러 다니게 될 줄은 몰랐다. (167쪽)

이제 곧 번식지로 떠날 텐데 다가올 겨울에도 다시 찾아올는지. 댐이 완공되면 내성천은 어떻게 변할까? 먹황새를 그때도 만날 수 있을까, 걱정만 앞선다. (191쪽)


  새를 그리는 아저씨는 처음부터 새를 눈여겨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새를 지켜보고 그리는 아저씨하고 함께 살림하는 아주머니는 어릴 적에 그토록 새가 많은 고장에서 나고 자랐어도 딱히 온갖 새를 살피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 이와 같을 수 있어요. 우리 곁에 참으로 숱한 새가 깃을 들이는데 정작 우리로서는 어떤 새가 얼마나 있는지 하나도 모를 수 있습니다. 더욱이 온갖 새가 이 땅을 찾아들어도 ‘새가 뭐 대수인가?’ 하고 여기기까지 합니다.

  이른바 갯벌을 함부로 메우는 일이라든지, 숲을 밀어 관광지나 경기장이나 찻길을 닦는 일이라든지, 조용한 시골 바닷가나 들판에 공장이나 큰 발전소나 관광지를 들이는 일은, 우리를 둘러싼 온갖 새가 먼먼 옛날부터 지내던 보금자리를 빼앗는 일이 되어요.

  저희 식구가 지내는 전남 고흥에 해마다 겨울이면 큰고니를 비롯한 숱한 새가 무척 많이 찾아와요. 그만큼 새한테 먹잇감이 넉넉하고 조용하며 아늑하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새한테 아늑한 보금자리를 개발업자는 그대로 둘 마음이 없지 싶어요. 자꾸 뭔가 들이려 하고, 끝없이 삽질을 하려고 달려들어요.


어떤 대기업에서 골프장을 지으려 했다는 개머리능선은 정말 멋졌다. 울룩불룩한 모양의 능선을 따라 드넓게 펼쳐진 풀밭은 어디서도 보지 못한 풍경이었다. (210쪽)

해질 무렵이 되었을 때 벚나무 가지에 앉아 있는 큰소쩍새 어린 새 한 마리를 발견했다. 졸다가 눈을 살짝 떴을 때 드러난 눈동자가 보석처럼 예쁘다. 또 어떤 새들이, 어떤 나무 구멍에서 내 눈을 피해 숨어 있을까. 알수록 궁금하고 재미있다. (228쪽)


  ‘새를 기다리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어쩌면 예부터 온누리 누구나 새를 기다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늘 우리 곁에 머무는 텃새는 텃새대로 지켜보고, 철 따라 우리 곁에 찾아오는 철새는 철새대로 지켜보며  살았지 싶어요.

  텃새는 사람 곁에서 벌레를 잡아먹습니다. 철새는 사람 곁에서 먹잇감을 찾다가 짝짓기를 하며 둥지를 틉니다. 새가 찾아들어 쉬다가 알을 낳고 새끼를 돌보는 곳이라면 사람한테도 아름다운 터전이라는 뜻이라고 느낍니다. 새한테 먹잇감이 없는 곳이라면 사람한테도 즐겁지 못한 곳이요, 새가 보금자리를 틀 수 없는 데라면 사람도 즐거운 집이나 마을을 건사하기 어려운 데라는 뜻이라고 느낍니다.

  반짝반짝 보석 같은 눈을 굴리는 새를 바라봅니다. 갖은 빛깔로 고운 새를 바라봅니다. 바람 따라 흐르는 싱그러운 노래를 베푸는 새를 바라봅니다. 새를 기다리고, 새를 지켜보며, 새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우리 터전을 그립니다. 2018.1.15.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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