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글
쓰레기를 버릴 적에는 아쉬워하지 않는다. 그저 버릴 뿐이다. 이러면서 한 가지를 생각한다. 흙으로 고이 돌아갈 만한 쓰레기인지, 흙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비닐 쓰레기인지. 내가 쓰는 글은 사람들한테 읽히고서 흙으로 고이 돌아갈 만한지, 또는 흙을 가꾸는 손길을 북돋울 만한지 생각한다. 손끝을 떠난 글은 벌써 내 글이 아닌 이웃들이 마음으로 삭이는 글이 되는데, 때때로 손질하고 고치고 바로잡곤 한다. 그러면 이웃들은 내가 손질한 대목을 다시 살펴서 읽어 줄까? 불쏘시개는 불쏘시개로 제구실을 한다. 냄비받침은 냄비받침으로 제몫을 한다. 글은 무엇이 될 만한가. 한 번 읽고 버리는 쓰레기인가, 흙을 살리는 거름이 되는가, 흙을 가꾸는 손길로 이어지는가, 불쏘시개나 냄비받침인가, 아니면 오롯이 마음에 새기는 새꿈으로 나아갈 다짐이 되는 씨앗글 한 줄이 되는가. 2018.1.14.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