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151. 어디에서나
어디에서나 배운다. 맛있게 먹는 입을 바라보면서 배우고, 내리기 무섭게 녹는 고흥 시골마을 눈을 보면서 배운다. 고단한 몸으로 밥을 지어내고 빨래까지 마칠 수 있는 새로운 힘을 느끼며 배운다. 나날이 글씨를 깨치는 작은아이를 마주하면서 배우고, 아주 작은 손짓에 웃음꽃을 피우는 큰아이한테서 배운다. 서울마실을 갔다가 엉뚱한 데에서 길을 헤매느라 택시를 타고 한참 돌아가면서 배우고, 고마운 글월 하나를 받으며 배우다가는, 상냥한 목소리가 흐르는 전화 하나로 배운다. 겨울바람을 쐬며 찬 숨결을 배우고, 이 찬바람을 머금으며 굵는 동백꽃망울을 어루만지며 배운다. 이제 살짝 드러누워 등허리를 펴야지. 등허리를 펼 적에는, 나무로 짠 바닥이 얼마나 즐거운지를 새삼스레 배운다. 2018.1.9.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배움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