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부른다 창비아동문고 63
이원수 지음, 이상권 그림 / 창비 / 197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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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꾸러미이자 사랑꾸러미

[내 사랑 1000권] 25. 이원수 《너를 부른다》



  누가 저한테 온누리 시집 가운데 꼭 한 권만 건사할 수 있다면 어느 책을 가슴에 품겠느냐고 묻는다면 아주 쉽게 하나를 밝힙니다. 저한테는 이원수 님 동시집 《너를 부른다》입니다. 윤동주도 김소월도 백석도 아닌, 김남주도 고정희도 신동엽도 아닌, 이원수라는 분이 일군 노랫말은 예나 이제나 온누리 어린이 벗님하고 어른 벗님한테 삶을 사랑하는 슬기로운 숨결을 잘 이야기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앞으로 《너를 부른다》를 너르게 품으면서 새롭게 거듭날 시집을 만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오늘 《너를 부른다》처럼 아이를 사랑하고 어른을 북돋우는 사랑스러운 시집을 쓸 수 있을까요?


  다만 저는 《너를 부른다》를 곧이곧대로 읽거나 읊지는 않습니다. 이 동시집 곳곳에 살짝 끼어든 일본 말씨는 가만히 걷어내어 읽거나 읊습니다. 이를테면 “따뜻한 사랑의 마음이 되어요”를 “따뜻한 마음으로 사랑이 되어요”로 손질한다든지 “파란 하늘 밑에 파란 잔디밭”을 “파란 하늘 밑에 푸른 잔디밭”으로 손질한다든지 “기뻐 뛰는 가운데서도”를 “기뻐 뛰면서도”로 손질한다든지, “열매 속에 들어가선”은 “열매에 들어가서”로 손질하고, “입을 맞춰 주고 있네”를 “입을 맞춰 주네”로 손질합니다.


  몇 군데를 손질하면서 읽거나 읊고 싶은 마음이란, 이 노랫말을 참말로 삶을 사랑하는 노래로 여기려는 마음입니다. 늘 부르려는 노래이기에 한 올 두 올 손질해서 아이들하고 함께 불러요. 언제나 노래하려는 말이기에 석 올 넉 올 기쁘게 받아들여서 마음에 삭입니다.


  한겨울에는 씩씩하게 노는 아이들을 그리는 단출한 시집입니다. 한여름에는 개구지게 노는 아이들을 그리는 상냥한 시집입니다. 한가을에는 일하는 아이들을 그리는 야무진 시집이요, 한봄에는 꽃송이 따면서 어깨동무하는 아이들을 그리는 사랑 어린 시집입니다. 참말로 시집 하나란 노래꾸러미입니다. 참으로 시집 하나는 사랑꾸러미입니다. 2018.1.1.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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