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7.12.29.


《그리는 대로》

 피터 레이놀즈 글·그림/엄혜숙 옮김, 나는별, 2017.10.27.


시키는 대로 그릴 까닭이 없지. 하라는 대로 그릴 까닭이 없어. 익숙한 대로 그릴 까닭이 없단다. 아는 대로 그릴 까닭은? 글쎄, 아리송한걸. 그렇다면 아는 대로 그리지도 말아 보자. 보는 대로 그릴 수도 있지만, 보는 대로만 그리지 않을 수 있어. 그러면 어떻게 그리라는 소리냐고? 마음이 가는 대로 그려 보자. 눈을 감고서 마음결이 흐르는 결을 살펴서 그려 보자. 아니, 그림을 그리는데 눈을 감자니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소리로 느낄지 모르겠네. 그렇지만 말이야, 눈을 감고서 빛깔을 느껴 보면 어떨까? 눈을 감은 채 별빛하고 햇빛이 어떻게 달리 스미는가를 느끼고서 그려 보자. 눈을 감고서 할머니 손이랑 어머니 손이랑 동생 손을 가만히 쓰다듬은 뒤에 그림을 그려 보자. 눈을 감고서 붓이랑 종이랑 물간을 손끝으로 가만히 만져 보고서 이 결을 고스란히 그림에 담아 보자. 우리는 얼마든지 늘 새롭고 즐거우면서 재미나게 그림놀이를 할 수 있어. 우리는 그림짓기를 하는 슬기로운 사람이지. 그림책 《그리는 대로》가 차분히 이야기를 하네. 하늘은 한 가지 하늘만 있지 않다고. 바람도 한 가지 바람만 있지 않다고.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은 언제나 새롭고 다르면서 아름다운 숨결이라고. 두 아이를 이끌고 면소재지로 자전거를 달렸다. 온갖 증명서를 떼고 나서 큰아이 통장을 새로 받는다. 겨울바람 잔뜩 맞으며 신나게 아침을 누렸다. 이 아침빛이란 무엇일까.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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