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7.12.28.


《그래도 사는 건 좋은 거라고》

문바우 글, 펄북스, 2017.12.14.


한 해 끝자락에 시집을 선물로 받다. 책방에 말을 넣지 않았으니 우리 집에 올 책이 없는데 택배 일꾼이 낮에 조용히 책꾸러미를 놓고 간다. “아이들아, 택배 아저씨 소리 들었니?” “응, 우리 밥 먹을 때 오셨는걸.” 나는 못 들은 소리를 아이들은 듣네. 함께 낮밥을 먹을 적에 나는 손전화에 쪽글 오는 소리를 못 들었으나 아이들은 “아버지 전화기에 멧돼지(메세지) 왔어.” 하고 알려준다. 낮밥을 다 먹고, 설거지를 마친 뒤, 살짝 놀고서 아이들을 낮잠나라로 보내려고 함께 눕는다. 이때에 선물로 받은 시집 《그래도 사는 건 좋은 거라고》를 펼친다. 시집을 쓴 문바우란 분은 누구일까? 할아버지라고 하는데, 어릴 적 ‘작은어머니’ 몸에서 태어난 터라 내내 미움하고 눈치를 받으면서 지낸 이야기가 한가득이다. 어릴 적에 ‘어머니’란 말을 해 보지 못했고 ‘아버지’란 말도 거의 할 수 없었단다. 기껏해야 ‘아버지’란 말을 열 차례 했을까 말까라고 한다. 그렇지만 시집 이름은 “그래도 사는 건 좋은 거라고”이다. 살다 보니, 살아가며, 살아서 곁님을 만나고 아이를 낳으며, 이 아이가 자라서 새로운 아이를 낳았기에, 어느덧 문바우라는 분은 “삶이란, 살다 보니 좋구나” 하고 여기셨을까. 투박한 싯말마다 가슴을 저릿저릿 울리는 아름다운 눈물이 흐른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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