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당길 수 없는 글쓰기



  들으려고 하는 사람만 들을 수 있다. 들으려고 하지 않는 사람한테는 어떠한 말도 들려주지 못한다. 배우려고 하는 사람만 배울 수 있다. 배우려고 하지 않는 사람한테는 어떠한 이야기도 가르치거나 나누지 못한다. 들으려고 하지 않는 사람을 불러세우거나 잡아당겨서 앉힌들, 이녁은 귀를 열지 않는다. 아니 마음을 안 연다. 들으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먼 데에 떨어져 살더라도 기꺼이 한달음에 찾아와서 귀를 연다. 아니 마음을 연다. 마음을 열기에 배우고, 배우기에 들으며, 듣기에 새롭게 생각을 짓고, 이러한 새넋으로 글 한 줄을 쓴다. 마음을 열지 않아도 뭔가 읽거나 훑거나 따지거나 꾸미면서 글을 쓸 수는 있다. 다만 마음을 열지 않은 채 배우지도 않는 채 생각하지도 않는 채 쓰는 글로 어떤 기쁨을 누릴까? 스스로 말하고 스스로 들으며 스스로 짓고 스스로 써서 스스로 씨앗을 심는다. 2017.12.22.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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