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사는, 아니 책만 산 하루



  어제 하루는 책을 산, 아니 책만 산 하루입니다. 그래도 찻집에 들러 글을 쓰느라 코코아 한 잔을 사기는 했네요. 길손집에서 하루를 묵다가 돌아보니 아침 끼니거리조차 장만하지 않았구나 싶어요. 한밤에 살짝 배고프네 하고 느끼다가도 아침이 되니 배고픈 줄을 잊습니다. 그나저나 어제 하루는 오롯이 책만 장만했습니다. 비록 헌책방 한 곳, 마을책방 한 곳, 이렇게 책방을 두 곳만 마실을 했으나, 가방이 묵직하도록 책을 장만했어요. 헌책방에서는 지난 열한 해 동안 손꼽아 기다리던 사진책을 드디어 찾았습니다. 이밖에 김대건 님 편지를 묶은 오랜 책이라든지 한국에 있던 외국인학교 도서관에 깃들던 책이라든지 재미난 책을 보았어요. 마을책방에서는 그림책이며 대전 이야기를 담은 책이며, 온누리 책방을 다닌 서양사람 이야기가 흐르는 책이며, 한국에서 여러 책방을 즐거이 마실하는 이웃님이 책으로 삶을 즐긴 이야기를 엮은 책을 만났습니다. 아침에 씻고 짐을 꾸려서 길을 다시 나서려고 생각하며 침대에 짐을 잔뜩 풀었더니 오직 책만 있습니다. 책무게로만 꽤 나갈 듯합니다. 오늘은 되도록 걷지 말자고, 버스이든 택시이든 탈거리에 몸하고 가방을 맡기자고 생각합니다. 2017.12.22.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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