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시외버스에서 읽은 책 2017.12.21.


밤 한 시에 일어나서 새벽 다섯 시에 살짝 삼십 분만 눈을 붙였다. 마실길에 나서려고 이모저모 챙기고 움직이느라 밤샘을 한 셈일 텐데, 아침 일찍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에 가서 서울 가는 시외버스에 오르니 소나기잠이 쏟아진다. 와, 잠이 소나기처럼 쏟아진다는 말을 오늘 비로소 느끼네 하고 생각하면서 한 시간쯤 느긋이 쉽니다. 한 시간 뒤에 일어나서 책을 폅니다. 과학잡지 《에피》 둘째 권입니다. 이런 잡지가 있는 줄 둘째 권이 나오고서 알았습니다. 과학을 말하려는 잡지라 하는데, ‘동물실험’을 두고서 살짝 줄타기를 하는 모습이네 하고 느낍니다. 섣불리 함부로 동물인권을 밟지 않겠다는 뜻은 보이되, ‘실험 모델’이 되는 동물을 놓고서는 그야말로 차갑게 기계로만 바라보는 이야기가 곳곳에 흐르거든요. 노래하는 새가 어떻게 언제부터 노래하는가를 살피려고 뇌에 실험기구를 박은 사진을 보고 흠칫 놀랐는데, 저만 놀랄 일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꼭 이렇게 해야만 노래하는 새를 제대로 깊이 파고들 만할까요? 숲에 깃들어 새를 이웃으로 지켜보면서 깊이 파고드는 길은 없을까요? 꼭 실험실에 가두어서 24시간 사진기로 찍으면서 살펴야만 학문이나 과학이나 연구가 될까요? 이론이나 학문은 저하고는 도무지 안 맞는구나 하고 새삼스레 느끼면서, 그래도 마지막 쪽까지 다 읽고서 책을 덮습니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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