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기승 氣勝


 점점 기승을 피우지 않는가 → 자꾸 날뛰지 않는가

 더 기승은 떨 수가 없었다 → 더 날뛸 수가 없었다 / 더 들끓 수가 없었다

 기승을 떨치다 → 날뛰다 / 들볶다 / 들끓다

 노염이 기승을 떠는 늦여름의 오후 → 늦더위가 한창인 늦여름 낮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려 → 불볕더위가 한창이어서

 친일파가 더욱 기승해서 → 친일파가 더욱 날뛰어서


  ‘기승(氣勝)’은 “1. 성미가 억척스럽고 굳세어 좀처럼 굽히지 않음 2. 기운이나 힘 따위가 성해서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음”이라 합니다. “누그러들지 않음”이나 “꺾이지 않음”으로 손볼 수 있을 텐데, 쓰이는 자리를 살펴서 ‘날뛰다’나 ‘들끓다’로 손볼 수 있어요. ‘한창’이라는 낱말로 손보아도 됩니다. 이밖에 한국말사전에 한자말 ‘기승’을 세 가지 더 싣는데, 셋 모두 털어낼 만하지 싶습니다. 2017.12.20.물.ㅅㄴㄹ



기승(奇勝) : 1. 기묘하고 뛰어난 경치 2. 뜻밖에 얻은 승리 3. [북한어] 기묘한 꾀를 써서 얻은 승리

기승(起承) : [문학] 한시에서, 기구(起句)와 승구(承句)를 아울러 이르는 말

기승(騎乘) : 1 = 기마(騎馬) 2. 말을 타는 일과 수레에 오르는 일을 아울러 이르는 말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1948년 어느 여름날

→ 무더위가 한창 누그러들지 않던 1948년 어느 여름날

→ 무더위가 한창 들끓던 1948년 어느 여름날

→ 무더위가 한창 들볶던 1948년 어느 여름날

→ 무더위가 한창이던 1948년 어느 여름날

《여기, 뉴욕》(엘윈 브룩스 화이트/권상미 옮김, 숲속여우비, 2014) 19쪽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밤

→ 무더위가 춤추는 밤

→ 무더위가 한창인 밤

→ 무더위가 날뛰는 밤

《무등산》(문영기, 문학의전당, 2015) 26쪽


때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

→ 때 이른 더위가 날뛰던 날

→ 때 이른 더위가 징글맞은 날

→ 때 이른 더위가 들끓던 날

《감자꽃》(김지연, 열화당, 2017) 159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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