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군내버스에서 읽은 책 2017.12.18.


저녁 다섯 시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에 볼일을 보러 간다. 오늘은 두 아이가 모처럼 함께 길을 나선다. 지지난해쯤만 해도 언제나 두 아이가 함께 아버지를 따라서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 볼일을 다녀왔다면, 지난해로 접어들고부터는 한 아이만 아버지를 따라나서고, 한 아이는 집에서 다른 놀이를 했다. 저녁 다섯 시 군내버스는 면소재지 중·고등학생이 이럭저럭 타면서 빈 자리가 몇 없다. 면소재지 아이들이 제법 거친 말씨를 쓰는구나 싶어, 우리 집 아이들이 이런 거친 말씨를 듣지 않도록 노래를 듣기로 한다. 한참 노래를 듣던 큰아이가 소릿줄 하나를 떼어 내 귀에 꽂아 준다. “왜? 네가 들어도 되는데.” 큰아이가 꽂아 준 소릿줄을 타고 흐르는 고운 노래를 들으면서 시집 《곡두》를 읽는다. 조금 멋을 부려서 살짝 재미없는 시가 있고, 멋을 털어내어 수수하기에 고운 시가 있다. 시를 즐겁게 읽는 사람으로서 늘 생각하는데, 글에 자꾸 힘을 주려 하거나 멋을 부리려 하면 참말 재미없다. 글에서 힘을 빼거나 멋을 털어내려 하면 참말 수수하면서 곱다. 시를 읽으면 읽을수록 늘 생각하는데, 두고두고 마음에 스미면서 오래오래 되새길 만한 시는 가장 쉽고 가장 수수하며 가장 흙내음 나는 이야기이지 싶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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