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마실길에 읽는 책 2017.12.14.


시외버스로 보성으로 갔다가 광주를 거쳐 서울을 찾아가고는, 기차로 전주를 찾아가서 이틀을 지내고 고흥으로 돌아오는 길에 시집 《너무 멀지 않게》를 읽는다. 전북 전주에는 ‘모악 출판사’가 있고, 이곳에서 내는 시집은 누리책방에서도 만날 수 있으나, 전주에 있는 마을책방 〈유월의서점〉 책시렁에 곱살하게 놓인다. 전주로 마실하는 길이었기에 일부러 전주 마을책방에서 ‘모악 시선집’ 한 권을 장만한다. 전주에서 하룻밤을 묵으면서 길손집에서 읽고, 순천으로 가는 기차에서 살짝, 순천에서 고흥으로 돌아오는 시외버스에서 또 살짝 읽는다. “너무 멀지 않게” 가는 길이나 흐르는 마음을 살랑살랑 노래하는 이야기룰 다룬 시집이로구나 싶다. 때로는 애틋하네 싶은 이야기를 읽고, 때로는 좀 아쉽네 싶은 이야기를 읽는다. 그러나 ‘집시랑물’을 만나면서 좋았다. 집시랑물이로구나, 전라도에서는. 집시랑은 기스락을 가리키고, 기스락은 처마 끝을 가리키네. ‘집시랑물’은 ‘기스락물’이면서 ‘처맛물’ 또는 ‘처마끝물’이네.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