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서 김치를 얻다



  전주마실을 하는 길에 서학동사진관에 들렀습니다. 이곳을 지키는 두 분하고 이야기를 하다가 낮밥을 함께 먹다가 차를 마시며 다시 이야기를 하다가 고흥으로 돌아올 즈음 “올 김장철에 김장 하셨어요?” 하는 물음을 들었어요. “올 김치철에 온 식구가 몸살에 걸려 꼼짝없이 드러눕느라 올해에는 김치를 못 담갔어요.” 하고 얘기했더니 “그러면 이 김치 가져가셔야겠네. 가져가서 드셔요.” 하는 얘기를 들었어요. 참말로 올해 김치철에 무김치도 배추김치도 신나게 담그려 했으나 열흘 가까이 밥을 거의 한 술도 못 뜨면서 골골 앓느라 김치를 못 담갔는데, 뜻밖에 전주에서 김치를 한 통 얻습니다. 고흥집에서 아버지를 기다리던 세 식구는 전주에서 들고 온 김치를 맛보더니 김치가 맛있다면서 두 접시를 먹습니다. 김치를 맛나게 담그는 손길이란, 이 맛난 김치를 베푸는 손길이란, 그리고 이 맛난 김치를 반가이 먹는 손길이란, 모두 사랑스럽습니다. 2017.12.14.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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