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시외버스에서 읽은 책 2017.12.12.


고흥에서 벌교로 갔고, 벌교에서 보성으로 갔으며, 보성에서 광주로 간 뒤, 광주에서 서울로 간다. 시외버스에서 참 오래 있는 하루이다. 이동안 조용히 하늘하고 구름을 바라보면서 겨울바람을 느끼기도 하고, 수첩을 꺼내어 글을 써 보기도 하며, 집에 전화를 걸어 아이들이 잘 노는가 묻기도 한다. 그리고 ‘아나스타시아’ 꾸러미 8-2권인 《사랑의 의례》를 찬찬히 읽는다. 러시아 타이가숲에서 사는 아나스타시아 이야기꾸러미는 우리한테 어떤 삶을 보여주는가? 바로 ‘사랑으로 슬기롭게 짓는 생각으로 기쁨이 피어나는 보금자리를 숲으로 이루어 서로 노래할 수 있는 아름다운 하루’를 보여준다고 할 만하다. 1권부터 8-2권에 이르도록 참으로 아름다우며 훌륭하다고 새삼스레 느낀다. 《사랑의 의례》는 옮김말이 살짝 아쉽기는 하지만, 줄거리로만 바라볼 적에 이 책은 젊은 가시버시한테 아름다운 길동무책이 될 만하고, 어린이나 푸름이한테 삶을 일깨우는 이쁜 길벗책이 될 만하지 싶다. 어느 모로 본다면 우리 옛마음에 다 흐르는 숨결을 다루는 책인데, 오늘날 사회에 길들면서 우리 스스로 잊고 만 오랜 아름다움을 이 《사랑의 의례》가 하나하나 짚는다고도 볼 만하지 싶다. 덜컹거리는 시외버스에서 아무 시끄러운 소리를 못 느끼면서 책에 사로잡혔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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