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려주는 글쓰기
어버이한테서 물려받고 숱한 이웃하고 어른한테서 물려받은 이야기를 내 나름대로 여미어 글로 쓴다. 손수 지은 살림을 하나하나 되새기면서 즐겁게 글로 쓰면, 이 글은 앞으로 새로 태어나 자랄 아이들한테 물려줄 이야기가 된다. 나는 옛사람 살림넋에서 이야기꽃을 물려받으며 새롭게 글을 쓰고, 나중에는 나 스스로 옛사람이 되어 내가 지은 살림넋으로 새 아이들, 곧 새사람한테 물려줄 이야기꽃을 피운다. 부동산이 아닌 보금자리로 물려줄 수 있는 터를 가꾼다. 지식이 아닌 슬기로운 사랑이 깃든 말을 물려줄 수 있도록 보듬는다. 권수가 아닌 숲바람이 이는 따사롭고 싱그러운 노래가 흐르는 책을 물려줄 수 있도록 갈무리한다. 살림꽃이 피는 살림넋이 이쁜 글을 물려줄 수 있도록 새삼스레 한 줄 두 줄 쓴다. 2017.12.13.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