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글쓰기
나는 수첩을 여러 가지 챙긴다. 처음에는 주머니에 수첩을 넣었으나, 걸어다니다가 그만 수첩에 흘러나와서 잃은 뒤로는 목걸이로 꿰어 다니곤 했다.
목걸이 수첩은 사진을 찍을 적마다 걸리적거려서 다시 가방에 넣기로 했다. 가방에 책이며 수첩이며 연필이며 잔뜩 넣으니 가방 하나가 너무 무겁고,
정작 수첩을 꺼낼 적마다 뒤죽박죽이 되었다. 이리하여 수첩만 넣는 가방을 따로 어깨에 가로지르기로 했다. 내가 쓰는 수첩을 살피면, 먼저 온갖
생각을 갈무리하는 수첩이 하나. 말을 새롭게 살리거나 짓는 이야기를 다루는 수첩이 하나. 말을 새롭게 짓는 틀을 짜는 수첩이 하나. 삶노래,
이른바 시를 적는 수첩이 하나. 아이들이 조잘조잘 터뜨리는 새로운 말하고 이야기를 적는 수첩이 하나. 이밖에 수첩 하나를 다 쓰면 곧바로 꺼낼
수 있도록 빈 수첩도 챙긴다. 연필은 가방마다 몇 자루씩 둔다. 책상맡에는 연필을 백 자루 넘게 올려놓고 쓴다. 그때그때 연필을 깎기보다는 이
연필 저 연필 돌려서 쓰다가 어느 연필을 집어도 뭉툭하구나 싶으면 한꺼번에 몰아서 칼로 깎는다. 수첩 하나는 내 곁에 있는 또 다른
생각주머니이자 생각샘이라고 여긴다. 2017.12.10.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