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시외버스에서 읽은 책 2017.11.25.


진주에서 고흥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리의 고통을 이해하는 책들》을 읽는다. 진주문고에서 장만한 책. 진주서 순천을 거쳐 고흥으로 돌아가기에 여러 가지 책을 더 챙겼으나 막상 이 하나만 읽는다. 이 책은 사진가방에 넣었고, 다른 책은 큰 짐가방에 넣었다. 큰 짐가방을 아무 생각 없이 짐칸에 놓고 나서 나중에 알아차렸다. 아차, 책 하나만 달랑 챙겨서 자리에 앉다니! 이런 바보스러운 짓을! 순천에서 고흥 가는 시외버스로 갈아탈 적에는 표를 끊고 시계를 보니 14시 59분. 어라 고흥 들어가는 버스가 1분 뒤에 있잖아? 헐레벌떡 밖으로 나가서 짐칸에 다시 짐가방을 놓고 자리에 앉는다. 다른 책은 꺼낼 겨를도 없이. 세 시간 즈음 시외버스를 달리면서 책 하나만 손에 쥐니 읽을거리가 없어 아쉬웠으나, 아쉬움은 아쉬움대로 《우리의 고통을 이해하는 책들》에 흐르는 이야기를 곰곰이 돌아보았다. 책이란 우리 삶에서 어떤 몫을 맡을까? 책은 아픈 마음을 얼마나 달래고, 아픈 마음을 책으로 달랜 사람은 얼마나 새롭게 기운을 끌어내어 하루를 곱게 지을 만할까? 책이 늘 모든 사람을 달래 주리라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숲에서 온 나무로 빚은 책에 흐르는 이야기를 맞이할 줄 아는 마음이라면, 구름을 이끄는 바람이 우리 곁으로 다가와서 가을잎을 살랑이는 노래도 고스란히 책이라는 대목을 받아들일 만하리라 본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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