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마당에서 읽은 책 2017.11.19.


아이들하고 책숲집에 다녀오면서 저마다 손에 책을 하나씩 쥔다. 오늘은 작은아이도 “집에서 더 보려고”라는 말을 남기며 책 하나를 챙긴다. 멋지네. 오늘은 놀이돌이에 그치지 않고 책돌이가 되는구나. 나는 《하모니카 부는 오빠》라는 시집을 손에 쥔다. 장만해 놓은 지 한 해가 지나도록 못 펼쳤으나, 요즈막에 비로소 온갖 바쁜 일을 거의 마무리지은 터라, 묵힌 책을 하나하나 들춘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정작 시인은 이 땅에 벌써 없는 줄 깨닫는다. 시인이 이 땅을 떠나고 나서 시집이 태어났다고 한다. 마치 노랫소리 같은, 휘파람소리 같은, 어느 모로 본다면 하모니카 소리하고도 닮은 가을바람 부는 소리를 듣는다. 시골집 마당이란 얼마나 대단한가. 자동차 달리는 소리 아닌 가을바람 부는 소리를, 이 가을바람이 가을잎을 흔드는 소리를, 이 가을바람을 타고 멧새가 먹이를 찾아 부산히 날아다니는 소리를, 겨울오리가 찾아오며 하늘을 가르는 소리를, 또 아이들이 까르르 웃으며 뛰노는 소리를 들으며 마당에서 시집 하나 읽을 수 있으니.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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