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글쓰기
스텐냄비에 눌러붙은 탄 자국을 말끔하게 지우는 이야기를 누군가 적어 놓으셨다. 이 이야기를 이웃님이 보셨고, 나는 이웃님을 거쳐서 탄 자국 지우는 이야기를 읽는다. 스텐냄비에 눌러붙은 탄 자국은 ‘콜라+치약’으로 아주 말끔히 손쉽게 빨리 벗길 수 있다고 한다. 사진으로 함께 보니 무척 놀랍구나 싶으면서 무시무시했다. 사람들이 흔하게 먹는 콜라가 이렇고, 사람들이 쉽게 쓰는 치약이 이렇다는 뜻이니까. 쇠수세미로도 못 벗기는 탄 자국을 콜라에 치약으로 말끔하며 손쉬운데다가 빠르게 벗길 수 있다면, 콜라랑 치약은 우리 몸(뼈와 살과 머리와 이)을 얼마나 ‘말끔하며 손쉬운데다가 빠르게 망가뜨릴’ 수 있다는 뜻일까? 그리고 이런 콜라나 치약이 개숫물에 섞여 냇물이나 바다로 흘러들면 이 땅은 얼마나 망가질까? 우리는 참 모른다. 참말로 모르기에 아무것이나 그냥 쓴다. 참말로 모르는 줄조차 모르기 때문에 더더욱 모르는 채 이것도 쓰고 저것도 쓰고야 만다. 2017.11.19.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